취업 준비하다가 마지막 학기 복학했는데 학생예비군연대 편입되서 4년차 훈련은 학생예비군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1년차 때 노고산에서 학비군 받고 2,3년차는 코로나 때문에 훈련이 중단되서 넘어갔는데 정말 오랜만에 예비군을 가게 되니 전투화 끈 묶는 방법부터 기억이 안나고 정말 훈련병이 된 것마냥 군대에 관한게 하나도 기억이 안났네요ㅠ

이번에 지축(노고산과학화)에서 8시간 과정 전부 받고 왔는데, 코로나로 중단된 2년 사이에 예비군 과정을 잘 정비했고 의외로 충실하게 준비한 것 같아서 교관님들과 조교님들의 노고에 감사했습니다.

1년 차때는 정말 (육군의 유구한 전통인 '입총'을 포함한) 주먹구구식 훈련과 가라가 판치는 의미없는 뺑이질이었는데, 어제 훈련은 정말 마일즈 장비를 비롯한 현대적인 기술들이 엄청나게 많이 도입되고 실전감각에 가깝게 변해서 재밌고 유익했습니다.

분위기도 상당히 많이 달라진게, 예전에는 그냥 들어온 순서대로 조를 짜고 통제도 엉망이다보니 친구들끼리 우르르 몰려와서 장난치고 떠들고 훈련도 제대로 안되고 전부 가라인 경우가 부지기수였는데 어제 훈련은 미리 부대측에서 조편성을 해놓고 받다보니 그런 부분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대부분 조교나 교관이랑 농담따먹기 하면서 장난질 치기보다 빨리 교육 끝내고 쉬는 시간에 폰이나 하고 싶은 마음이라 교육시간에는 통제 엄청 잘 따르면서 임무수행 잘 하더라구요.

다만 이런 변화로 인해 옛날에 비해서 분위기가 너무 경직되고 조용해진건 못내 아쉽습니다. 예전에 훈련 갔을 때는 개구리복 입은 말년차 선배님들 중에서 꼭 개그맨 한명씩 있었고 모르는 아저씨들끼리도 서로 말걸고 농담도 하고 유쾌한 분위기였는데 이젠 훈련에 오시는 후배님들조차도 현역 때부터 핸드폰 쓰시면서 더 개인주의화된(?) 군 생활을 했던 세대라 그런지 다들 교육 받고 쉬는 시간엔 폰만 들여다보고 엄청 조용하시더라구요. 옛날처럼 예비군 가서 어그로 끄는 행동 하면 박수받는게 아니라 눈총 받는 분위기라 이 부분은 좀 놀랐습니다.

훈련은 보안 관계상 자세하게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대충 입총질 하고 롤플레잉하는 고전적인 훈련방식의 코스가 2개가 있긴 했지만 나머지 4개 코스는 과학화 훈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최신식 교육장비 입고 체험하는 방식이었는데 재밌었습니다. 의외였던건 예비군의 필수(취침)코스였던 안보교육 같은 시청각 교육은 아예 사라지고 거의 모든 과정이 실전적인 교육이었어요.

대충 기억에 남는 것만 몇 가지 써보면...

1. 영상모의사격 (스크린 사격)

이거 처음에 들었을 때는 또 군대스럽게 대충 장난감총이랑 LCD 화면 하나 갖다놓고 흉내나 내놨겠지 하고 무시했는데, 실제로 가보니까 의외로 그럴싸하게 사로랑 대형 스크린 갖춰두고 반동까지 구현된 M16 목총에 서라운드 스피커로 실제 전장처럼 총성 울려퍼지고 미친 퀄리티라 감탄했습니다. 처음에 영점사격 하는데 3발 쏘고 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영점조절 해주고, 그 다음엔 실제 서울시내를 그래픽으로 구현해서 서서 쏴 자세로 적들 맞추는 게임 했습니다. 이거 은근히 재밌기도 하면서 이후에 있을 실사격에서 감각을 익히는데도 되게 도움 많이 됐어요.

2. 실내사격

1년 차 때 노고산 갔을 땐 현역때처럼 야외 사격장에서 대충 이어플러그 하나 주는거 끼우고 M16 쐈는데 어제 가보니 번듯한 실내사격장 갖춰놓고, 노캔 헤드셋이 내장된 특수제작된 방탄헬멧 쓰고 M16 영점사격 했어요. 이 노이스캔슬링이 지리는게 총 쏴도 정말 둥~ 소리만 나고 귀 하나도 안아팠습니다. 아마 실내사격실 내부 마감재에 흡음재를 깔아서 실제 총성 자체도 줄인 것 같은데, 내부에서 사격해도 건물 밖에서는 총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로 뒷편으로 대형 환기장치까지 갖춰서 사격장 특유의 가스 냄새도 거의 나지 않고 쾌적했어요. 특이한건, 실내라서 떨어진 탄피 찾기가 쉬워서 그런지 탄피받이 어댑터를 끼우지 않고 사격을 합니다. 쏘고 나면 오른 쪽에 탄피 5개가 떨어져있는게 그대로 보이는데 신기하더라구요. 영점사격 끝나면 옛날처럼 사로를 걸어가서 표적지를 회수해올 필요가 없이 표적지 자체가 레일을 따라서 제 앞으로 쑹~ 하고 와주는게 ㄹㅇ 개꿀이었습미다.

3. 시가지전투 (마일즈)

이건 원래도 있는 교육과정이었는데 그 때는 입총 빵야빵야 하면서 노는 가라 훈련이었죠. 근데 어제는 정말 마일즈 장비 입고 레이저로 사망, 중상, 경상 나오고 팀 대항 서바이벌 게임 해서 각자 몇 킬 했는지도 나오고 했는데 이게 진짜 재밌었습니다. 마일즈 도입한게 진짜 신의 한수인게 옛날버전 시가지전투는 의욕 하나도 없고 "아 집에가고 싶다.." 하는 예비군들 데리고 억지로 시키다보니 일부러 죽어야하지 하고 돌발행동 하는 사람들 많고 안보이는데서 총 질질 끌고다니고 그냥 개판이었는데, 마일즈로 킬 수 정확하게 내주다보니 사람들끼리 서로 내기 같은거도 하면서 재밌게 하더라구요.

심심해서 기억나는거 다 쓰다보니까 자게에 맞지 않게 장문이 되어버렸는데, 한마디로 진짜 재밌고 유익했습니다! 교관님들 조교님들도 되게 좋으셨고 교육훈련 과정도 실전성이랑 재미 둘다 잡는 방향으로 잘 개선된 것 같아요. 16년 군번인데 나름 되게 놀랐습니다. 내가 알던 군대는 그냥 대충 그럴싸하게 보여주기식으로 일하고 생색내던 집단인데, 도입된 장비들의 수준이나 개편된 교육의 퀄리티를 보면 정말 이게 정녕 군대에서 만든건가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