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약

- 삼성 거 사려다가 실패해서 눈 돌려서 에이수스 제품 처음으로 사봄

- 생각보다 이쁘고 조용하고 게임도 잘 돌려서 만족 중

 

 

1. 고민

 

 하스웰 i5+GTX 760 조합으로 8년 정도 버티던 집안 공용 데스크톱이 더운 여름을 버티지 못 해 맛탱이가 완전 갔는지 부팅하는데 5분 가까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초기화도 몇 번 해보고 윈도우가 깔려 있던 하드도 바꿔봤지만 무슨 짓을 해도 부팅 시간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자 부모님께서도 참을 수 없으셨는지 컴퓨터 바꾸자는 말을 먼저 꺼내셨습니다.

 

 

 여지껏 공용 컴퓨터를 거실의 TV에 연결해서 사용했는데 코로나 시대에 재택 근무가 많아지면서 아버지께서도 역시 재택 근무를 하실 일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컴퓨터 사용하실 일이 많이 늘었는데 TV와의 거리 때문에 꽤나 불편하셨나 봅니다. "이번엔 데스크톱 말고 노트북으로 바꾸자." 이 말도 아버지께서 먼저 하셨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세인데다가 방학까지 겹친 이 시기에 노트북을 괜찮은 가격에 구하기란 쉽지는 않은 일. 이 와중에 삼성에서 갤럭시 캠퍼스 스토어 공동 구매 이벤트로 GTX 1650 Ti Max-Q 탑재된 노트북을 대기업 노트북 치고는 괜찮은 가격인 98만원에 공동 구매 형식으로 판매한다는 소식이 나와서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죠.

 

 7월 15일 드디어 공동 구매 열리는 날이 됐습니다. 이미 12시 쯤에 쿠폰 번호가 문자로 와서 사고싶었던 노트북과 키보드 모두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결제창 띄워놓고 쿠폰 번호 입력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후 2시가 되자마자 쿠폰 적용시키고 결제 눌러서 삼성 페이로 결제하면 금방 결제 되겠지?' 나름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하고 즐거운 맘으로 오후 2시가 되자마자 완벽한 계획대로 실행을 했는데...

 

 

 서버가 완전히 맛이 가버렸습니다. 🤪 물론 이런 일을 대비하여 저의 완벽한 계획을 토대로 휴대폰으로도 미리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준비를 하고 있었죠. 결과는요? 당연히 실패했습니다. 관리자에게 문의하라는 창만 계속 뜨는데 대체 어느 관리자에게 문의하라는 건지... 아무튼 저도 오기가 생겨서 '내가 꼭 구매하리라.'하는 마음으로 장바구니 새로고침도 계속 해보고 결제창 뜰 때까지 계속 도전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당연히 끝내 실패했으니까 다른 물건 사용기를 올리고 있는 것이겠죠? 제가 본 건 오후 2시 50분경 장바구니에 뜬 일시품절 표시 뿐... 😫

 

 

 당연히 열불났죠. 😡 처음 든 생각은 '대학 수강 신청도 내가 실패한 적이 없는데 이런 걸 실패했다고?'였고 그 다음은 '겨우 50명, 33명씩만 판매하는데 운영을 이딴 식으로 밖에 못 하나?'란 생각이었고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내가 드러워서 안 산다.'였습니다. 그렇게 나름 완벽했던 계획은 실패.

 

 이미 예전에 사용하던 💩 컴퓨터는 분해가 되어서 부품 매입업체로 넘겨져 치킨 열 마리 값으로 돌아온 상황이라 하루 빨리 컴퓨터를 구해야 하는 상황. 비슷한 사양의 삼성 노트북은 150만원이 넘어가서 일단 제외. LG 건 그램이 저에게 그닥 좋은 이미지가 없어서 제외. 대기업 두 곳을 제외해보니까 눈에 들어온 곳이 델, HP, 에이수스, 레노버 정도더군요.

 

 

2. 선택

 

 제가 노트북에서 고려했던 점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첫번째 조건은 역시 적당한 가격. 두번째 조건은 이전에 사용하던 💩 컴퓨터보다는 사양이 좋아야 하고, 게임도 종종 즐길 예정이라 일정 수준 이상의 외장 그래픽은 달려 있을 것. 마지막으로 13인치는 생각보다 작아서 불편하고 17인치는 클 것 같으니 14-16인치 사이에서 고를 것. 그래서 적당한 노트북을 추리고 추려서 몇 가지 노트북을 골랐습니다.

 

델 G15 5515 WH01DKR

(5800H/15"/FHD/165Hz/512GB/16GB/RTX3060/OS포함/155만원대)

 

HP 빅터스 16-e0105AX

(5600H/16"/FHD/144Hz/512GB/16GB/RTX3050Ti/OS포함/126만원대)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G14 GA401IU-HA120T

(4800HS/14"/QHD/60Hz/512GB/16GB/GTX1660Ti MAX-Q/OS포함/105만원대)

 

레노버 LEGION 5 15ARH R7 ZEN PRO

(4800H/15.6"/FHD/144Hz/512GB/16GB/GTX1650Ti/OS미포함/137만원대)

 

 

3. 구매

 

 선택지 네 개 중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결국 고른 게 에이수스 제피러스 G14였습니다. 구매 당일에는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카드값 걱정이야 나중에 하는 것이고 어쨌든 구매 직후엔 기분이 좋은 법이잖아요? 배송도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어서 구매하고 몇 시간 안 돼서 배송출발이 뜨더군요. 그런데 아뿔싸! 배송 중에야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런 글들을 발견합니다. "G14에 들어간 SSD는 인텔 660P인데 QLC에다가 속도도 메인으로 쓰기엔 별로다!", "무선랜카드도 미디어텍 걸로 안정성이 떨어진다!" 이런 글들이요... 이걸 구매하고 나서야 발견한 거죠. 😣

 

 '아, 역시 싼 건 이유가 있나...'하던 차에 익일 배송으로 깔끔하고 신속한 배송이 이뤄졌습니다. 그 날이 친구랑 같이 영화 '랑종' 보고 온 날이었는데 영화 다 보고 나오니 배송완료 문자가 와있더군요. 빨리 배송해주셔서 고맙긴 한데 또 고맙지 않은 복잡하고 미묘하고 혼란하고 찝찝한 마음이... 🤣

 

 

 사은품이었던 한컴오피스 2020, 기계식 키보드와 함께 무사히 노트북이 도착하였습니다. 이미 한컴오피스 2014 사용하고 있고 키보드도 기계식 키보드는 사용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사용할 일이 있을까 싶어서 둘 다 사용하지 않을 것 같기는 한데 사은품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죠? 😅 청축 기계식 키보드라는데 좀 시끄럽고 찐뜩한 느낌의 키감이던데 아직도 이 키보드를 언제 어디서 써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외관은 제 맘에는 상당히 드는데 호불호가 좀 갈릴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도 게이밍 노트북이라고 불리는 노트북 중 가장 차분한 디자인 아닐까 생각합니다. 색상은 흰색보다는 그레이 선호하는 쪽이 더 많은 것 같던데 저는 구매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흰색이 깔끔하니 이쁘네요. 때 탈 걱정을 안 한 것은 아닌데 노트북 천년만년 쓸 것도 아니고 당장 내 눈에 이뻐보이는 걸 사는 게 맞다는 생각에 그냥 흰색으로 샀습니다.

 

 

 이렇게 LED도 들어오는데 당연히 끌 수도 있고 어댑터 연결할 때에만 불이 들어오도록 설정할 수도 있고 배터리나 시각, 날짜 표시가 아니라 원하는 움짤이나 글자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전 그냥 배터리, 날짜 정도 들어오는 게 깔끔해서 좋네요.

 

 

 구형 G14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히는 키보드입니다. 보시다시피 Home, End, Pg Up, Pg Dn 키가 없습니다. 문서 업무를 위주로 하는 분들께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문제죠. 제가 하는 업무는 이런 키를 활발히 사용하는 업무가 아니고 아버지께서도 별로 필요 없다고 하셨던지라 저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었는데 필요하신 분들은 신형에서는 키 추가로 고쳤다고 하니 신형으로 가시는 게 맞다고 보네요.

 

 

 포트 구성은 많이 넣어준 건 아니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유선랜 사용하는 분들은 아쉬울 수 있는 구성이지만 최대 65W PD 충전도 지원하고 풀 사이즈의 HDMI 포트가 있다는 점이 일단 가장 맘에 듭니다. 아버지께서는 서재에 있는 모니터에 연결하셔서 사용하시는데 HDMI 포트가 있어서 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PD 충전을 이용하면 제대로 된 성능을 뽑지 못 하게 제한이 걸려있다는 점이 걸리지만 최대한 가볍게 짐을 꾸리고 싶을 경우 타입C 충전기 하나만 들고가도 된다는 점이 맘에 드네요. 이것도 신형에서는 최대 100W 뽑아주는 식으로 향상이 되었다고 하니 PD 충전이 정말로 필요한 분들은 신형으로...

 

 

 배송 전에 발견했던 글들과는 달리 무선랜카드는 미디어텍이 아닌 인텔 AX200이 들어가있고, SSD는 인텔 660P가 아닌 웨스턴디지털 SN530이 들어가있습니다. 랜카드는 굳이 교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괜찮은 게 들어가있고 SSD도 고급 사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QLC에 속도도 이상하다고 평가받았던 660P보다는 훨씬 나은 사양의 SSD가 들어있어 용량 증설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당장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는 없어 보여서 다행입니다. 😅 다만 분해 사진들을 찾아보니 남아도는 공간 없이 꽉꽉 차있어서 8GB의 램이 온보드로 박혀있다는 점은 이해는 가지만서도 조금 아쉽네요. 

 

 게임은 제가 하는 게임이 적고 받은지 얼마 안 돼서 많은 게임을 돌려보지는 않았는데 플래닛 코스터, GTA5, 파키텍트 등을 어댑터 연결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정말 괜찮게 돌려줘서 좋았습니다. 다만 이때 QHD 패널의 단점이 드러나는데 게임 내의 해상도 설정을 2560*1400으로 설정하게 되면 글씨가 정말로 작아지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해상도를 낮추어서 게임을 하게 되는데 흐릿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14"라 좀 많이 덜하긴 하지만 이를 민감하게 여기시는 분이라면 FHD 해상도를 선택하는 게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전체적으로 발열과 팬 소음은 적은 편이라 느낍니다. 다만 게임을 좀 더 오래 하니까 소재 특성인지 구조적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WASD 근처에서 발열이 조금씩 느껴집니다. 그리고 팬이 돌면서 나오는 열기가 측면 오른쪽 구멍으로 나오는데 오른손으로 마우스 쥐고 있으면 딱 오른손에 열기 느껴지는 쪽입니다. 이런 부분은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이름에 비해 조금 아쉬운 점으로 느껴지네요. 다만 게이밍 노트북 중에서도 경량화에 신경 쓴 모델이라 어쩔 수 없이 희생되는 점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형에서 고쳐진 것인진 모르겠네요. 🤔)

 

 이 외에는 쿼드 스피커 덕분에 소리가 상당히 괜찮은 점, 웹캠이 없다는 점, 지문 인식을 지원한다는 점, 안티글레어 패널인 점 등 제 맘에 쏙 든 것들이 많았습니다.

 

 

4. 결론

 

 에이수스란 브랜드 처음 써보는데 첫 경험이 저는 괜찮은 편이라 앞으로 게이밍 노트북을 구매하게 된다면 ROG 제피러스 라인업을 먼저 고려해볼 것 같습니다. 예산이 충분치 않고 급하게 구해야 해서 구형의 아쉬운 점들이 많이 해결되었다고 하는 신형을 구매하지 못 했지만 그래도 지불했던 가격에 비해 상당히 괜찮은 노트북을 구하게 되어서 저뿐만 아니라 부모님께서도 만족 중이시네요. 1.7kg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무게에 이 정도 성능을 내는 게 가능하다는 점에 다시 한 번 놀라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