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갤럭시Z폴드3 반년 사용기 ::: 폴더블은 메인스트림이 될 수 있을까
- Stellist
- 조회 수 6549
- 2022.02.12. 17:01
이 글은 제 블로그에 쓴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그러나 원문을 그대로 가져왔기에, 꼭 들어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갤럭시Z폴드3와 Z플립3가 출시된지 벌써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특히 삼성은 2021년을 폴더블 대중화 원년으로 선언하면서, 사양과 가격 두가지 측면 모두 공격적인 전략을 들고 나왔었지요. 저는 플립과 폴드 중 화면이 더 크고 휴대용 태블릿을 대체할 수 있는 포지션의 Z폴드3를 예약구매했고, 반년동안 메인 폰으로써 열심히 사용해 왔습니다.
삼성의 생각대로, 폴더블폰이 바형 스마트폰을 과거의 유물처럼 만들고 새로운 대세 폼팩터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거기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접히는 폼팩터, 그 활용성
아시다시피 갤럭시Z폴드3은 접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외부에는 아주 길쭉한 비율의 보조 디스플레이가 있어서 펼치지 않고도 간단한 작업은 수행할 수 있고, 내부에는 4:5 비율의 거대한 폴더블 AMOLED가 메인 디스플레이로 사용됩니다.
내외부 모두 120Hz 고주사율을 지원해 부드럽고, 안쪽은 S펜도 지원합니다. 다만 기존 기기들의 딱딱한 S펜은 안되고 폴드 전용으로 나온 S펜(약간 부드럽고, 강하게 누르면 안쪽으로 밀려들어갈 수 있는)과 S펜 프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를 접을 수 있는 점 때문에 무게를 볼 때 일반적인 스마트폰과 접근 방법이 달라집니다. 무게가 271g으로 국내 출시된 바형 스마트폰 중 가장 무거운 제품인 아이폰13 프로맥스(238g)보다도 33g이 무겁지만, 대신에 화면 크기도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화면 크기를 보면 오히려 태블릿인 아이패드 미니6에 가까운데, 미니6 셀룰러(297g)보다는 가벼운 무게를 갖고 있습니다.
폰으로써는 무겁지만, 태블릿으로써는 가벼운 셈입니다.
저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외부와 내부 디스플레이 사용 비중이 거의 2:8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용도를 철저하게 구분하여 외부 디스플레이로는 전화 / 간단한 알림확인 / 음악고르기 / 결제 정도로 쓰고,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인터넷, 메신저, 글, 사진, 동영상 감상 등 스마트폰의 메인 기능들을 사용할 때는 꼭 펼치고 사용했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비율에 어플 지원이 잘 될까? 라는 걱정도 있었는데, 안드로이드OS 자체가 가변 비율을 지원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어플들이 그냥 잘 작동했습니다. 폴드의 화면비를 지원하지 않는 어플들(인스타그램, 주식 어플, 업데이트가 예전에 끝난 어플 등)도 삼성이 강제로 늘리는 모드를 탑재하여 대부분 전체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단, 버튼을 정해진 사이즈의 이미지 파일로 만들거나 한 어플들은 화면을 늘려도 정상적으로 출력되지 않는 경우도 간혹가다 있었습니다. 이 경우 그냥 레터박스를 감수하고 16:9로 작동하게 해서 썼습니다.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기존 바형 폼팩터 대비)주는 장점은 아래 이미지로 요약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사진도 텍스트도 보여지는 정보량 자체가 차원이 다릅니다. 갤럭시Z폴드3의 경우 아이패드 미니같은 태블릿과 비슷한 정보량이 표시되면서, 태블릿과 달리 주머니에 넣거나 이동시에 손에 쥐어 들고다닐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특히 저는 여행을 가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바로 폰이나 태블릿으로 옮겨서 이를 살펴보고 간단하게 일차 후보정을 하는 편인데, 폴드3는 그 측면에서 굉장히 좋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는 아무래도 불편하다보니 밖에서는 긴 글을 읽거나 만화를 보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폴드를 쓰면서부터는 밖에서도 그런 컨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습니다.
동영상의 경우 길쭉하다보니 기존의 스마트폰에서도 큰 불편함 없이 감상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동영상 컨텐츠의 메인 비율은 16:9인데 반해, 요즘 바형 스마트폰들은 화면비가 길어져서 19.5:9(아이폰)나 심하면 22:9(Z플립3) 정도 비율을 가진 제품들도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에서 16:9 영상을 짤림 없이 보면 화면 크기가 꽤 작아지는데, 폴드3는 5:4 비율 디스플레이라서 상/하에 큰 레터박스가 생김에도 불구하고 기존 스마트폰들보다 더 큰 사이즈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넓은 화면은 멀티태스킹에도 좋습니다. 동영상을 틀어놓고 딴짓을 하기에는 분할 화면으로도 팝업 화면으로도 일반적인 스마트폰들보다 쾌적하고, S펜을 지원하다보니 필기를 하기에도 최적입니다.
조작할 일이 적은 게임은 2개 동시에 돌려서 즐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디스플레이에 숨은 전면카메라
갤럭시Z폴드3은 삼성 스마트폰 중 최초로 디스플레이에 숨은 전면카메라(UDC - Under Display Camera)를 탑재하고 나온 제품입니다. 바깥쪽에는 그냥 평범한 펀치홀 카메라가 탑재되었고, 안쪽에 이 새로운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 패널 일부의 해상도를 낮춰서 빛이 통과할 수 있는 틈을 늘리고, 그 아래쪽에 카메라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UDC 부분은 해상도가 확연히 낮고 흰색 등 단색 화면을 표시할때는 약간 눈에 띄나, 동영상이나 사진감상 등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눈에 별로 거슬리지 않습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항상 넓은 면적을 가리는 노치나 항상 검은 점으로 가리는 펀치홀 카메라보다는 UDC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UDC로 탑재한 카메라 화질은 실망스럽습니다. 사진을 그대로 쓰진 않고 촬영한 뒤에 어느정도 후보정 과정을 거치긴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이 죽어서 매끄럽고 빛이 번진 사진이 찍힙니다. 외부에 탑재된 전면카메라도 AF 기능이 빠져서 그렇게 만족스러운건 아닌데, 내부는 더 심합니다.
최근 발표된 갤럭시S22에서는 UDC를 탑재하지 않아서 이야기가 좀 있었는데, 당연한 결정이라고 보입니다. 폴드의 경우 내부 UDC 전면카메라가 실망스러우면 바깥쪽 카메라를 대체제로 쓸 수 있지만, S22는 바형 폰이라 그럴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UDC 기술은 아직 더 발전의 여지가 많아보입니다.
성능...그냥 평범한 스냅드래곤888 폰
본체 성능은 그냥 지난해 출시된 표준적인 플래그쉽 폰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퀄컴 스냅드래곤888에 12GB RAM. 여기에 램플러스라는 기능으로 4GB 가상메모리가 추가됩니다.
별도로 베이퍼챔버 같은 쿨링솔루션이 적용된 것도 없기 때문에, 그냥 일반적인 안드로이드 플래그쉽 성능이 나옵니다.
카메라는 플래그쉽 턱걸이
폴드3에는 총 3개의 후면카메라가 탑재되었습니다. 지난해 삼성 플래그쉽이었던 S22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구성으로, 폴드2와 거의 비슷한 구성입니다.
메인카메라 : 1200만화소 1/1.7인치 센서, 환산 26mm F1.8, 듀얼픽셀AF, OIS
초광각카메라 : 1200만화소 1/3.2인치 센서, 환산 12mm F2.2, FF
망원카메라 : 1200만화소 1/3.6인치 센서, 환산 52mm F2.4, PDAF, OIS
메인카메라는 화소수가 아쉽지만 센서 크기자체는 준수하고, 초광각카메라는 AF를 지원하지 않는 점이 에러입니다. 망원카메라의 경우 조리개와 센서 크기는 그럭저럭이지만, 2배줌으로 최근 플래그쉽 트렌드에는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화각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메인카메라 화질은 준수한 편입니다. S21하고 프로세싱이 달라져서 그런건지 아니면 엑시노스가 아닌 스냅드래곤이라서 그런건진 모르겠는데, 전반적으로 찍은 직후의 색감이 더 산뜻한 느낌이 듭니다. 촬영도 빠른 편이고 AF 속도나 HDR 처리 성능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초광각 카메라는 무난하고 모서리 왜곡 보정도 잘 되지만, 살짝 작은 센서크기와 AF 미지원이 발목을 잡습니다. 특히 실내에서는 많이 아쉬운 느낌입니다.
망원카메라는 배율이 아쉽지만 품질 자체는 제법 괜찮습니다. 환산 52mm 화각이 스트리트 포토를 찍기에도 좋은 표준적인 화각이라 일상 속 순간들을 빠르게 포착할 때 유용합니다. 망원카메라 역시 AF 속도나 정확도에서 모자란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존 S 시리즈 하위모델들과 마찬가지로, 피사체가 좀 가까운 느낌이 들면 어김없이 강제로 메인카메라 디지털줌으로 전환해버립니다. S21U/S22U에서 지원하기 시작한 Expert RAW나 프로모드 망원카메라도 현재 폴드3에서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망원카메라의 괜찮은 성능 덕분에 이를 이용한 인물사진(라이브포커스, 보케모드) 모드도 무난합니다. 특히 별도의 ToF 센서가 탑재되지 않았음에도 모서리 검출능력이 제법 좋은 편입니다.
저조도와 야간 사진은 무난한 편입니다. 엄청 좋은축에 속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플래그쉽 이름에 모자라지는 않는다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카메라 화질은 플래그쉽 턱걸이 정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해 출시된 제품들하고 비교해보자면 삼성 제품중에서는 S21/S21+보다 반단계 아래 정도(단 망원은 상황에 따라 더 나은 경우도 있음), 타사 제품중에서는 아이폰13과 13프로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폴더블 폼팩터는 사진 찍을때 한가지 이점을 제공합니다. 폰을 절반정도 접어서 뷰파인더의 위치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허리 위치의 사진을 찍거나 소위 말하는 '항공샷'을 찍을 때 자세를 덜 바꾸고 편하게 촬영할 수 있습니다.
방수, 테두리 내구성, 디스플레이 내구성...?
폴드3/플립3가 기존 폴더블폰들 대비 가장 차별화된 점 중 하나가 바로 방수입니다. 접히는 구조가 있어서 도저히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양쪽 각각의 파트를 방수로 만들고 힌지 부분에 물이 들어가도 이를 내보낼 수 있는 구조를 채택하므로써 방수를 구현했습니다. 덕분에 갑작스런 폭우를 만나거나 해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은 새로운 알루미늄 합금인 '아머 알루미늄'을 여기에 처음 채택했는데, 실제로 꽤 튼튼합니다. 상당기간 케이스 없이 폰을 사용하면서 간혹 돌바닥에 떨어뜨리거나 했는데도, 힌지나 모서리에 살짝 까임이 생기는 정도고 디스플레이나 유리 부분은 멀쩡했습니다. 물론 이건 제 케이스일 뿐이고, 운이 나쁘다면 여전히 파손될 수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서 가슴이 철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폰을 열었을 뿐인데 갑자기 쩍 소리가 나면서 갈라짐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게 너무 추운 날씨에 디스플레이가 깨졌다고 생각해서 망연자실했습니다.
나중에 서비스센터에서 확인한 결과 다행히 디스플레이는 멀쩡하고 필름이 떨어져나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폴드3은 내부에 필름을 반드시 붙이고 써야함에도 불구하고(처음에 필름을 떼지 말라고 경고가 붙어있음), 필름은 무상보증 대상이 아니라서 유료 또는 필름쿠폰을 써서 교체해야 했습니다.
디스플레이 자체는 멀쩡한걸 보면 확실히 추운 날씨의 내구성을 개선하긴 한 것 같습니다.
배터리...ㅎ..
폴드3은 매우 넓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폴더블이라는 폼팩터와 휴대성의 한계로 4,400mAh 배터리가 탑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전혀 인상적이지 않은 배터리 사용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평소 사용하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사용한 결과, 출근할때부터 퇴근할때까지 약 5시간 8분의 스크린 켜짐 시간을 포함해서 11시간 15분동안 사용하고 배터리가 10% 남았습니다. 딱 일상적인 사용량에서 하루 일과를 겨우 버틸 수 있는 정도이고, 평소보다 통화를 많이 하거나 메신저를 쓸 일이 많거나 하면 충전을 중간에 해줘야 버틸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사용해 본 제품중에서는 아이폰11프로, 갤럭시S21과 비슷한 정도의 배터리 지속시간입니다. 대체로 크고 무거운 폰이 배터리 지속시간이 긴 경향이 있는데, 폴드3은 그 경향성을 벗어나는 제품입니다. 또 충전속도도 최대 25W 까지밖에 지원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갤럭시Z폴드3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처음 갤럭시폴드가 나왔을 때와 Z폴드2가 나왔을때는, 새로운 폼팩터와 기술이 탐나기는 했으나 저는 결국 구입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메인 폰으로 쓰기에는 불편한 점들이 많고, 가격 역시 아직은 높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폴드3은 여러가지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고, 가격도 256GB 모델 기준으로 200만원 미만으로 출시되면서 경쟁사 최고사양 모델과 드라마틱한 차이는 없는 가격으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간 써본 결과...
아직 아쉬운 점들은 있으나, 메인스트림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이제 꽤 성숙한 폼팩터가 되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배터리나 카메라, 휴대성 등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으나, 넓은 디스플레이로 컨텐츠 소비에 최적화 된 점, 폼팩터를 이용한 편의기능(사진촬영시 플렉스 모드 같은), S펜이나 방수 등 플래그쉽에 어울리는 기능 등 여러모로 올인원 디바이스로 사용하기에는 좋은 제품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전제조건이, '울트라나 맥스 같은 200g 대 스마트폰에 불편함이 없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메인폰으로 사용할만한 제품이라는 것입니다.
그 동안 다양한 스마트폰을 사용해오면서, 저는 200g이 넘는 울트라/맥스 급 스마트폰은 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아이폰12 프로맥스를 쓰면서 그 이유때문에 결국 4개월만에 방출하고 갤럭시S21로 넘어갔던건데, 그보다 더 무거운 폴드3를 쓸 생각을 하다니...
더 무거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6개월이나 쓸 수 있었던건 그만큼 큰 화면이 주는 매력 덕분이었지만...
이제는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배터리때문에 무거운 폰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고려하면 많이 아쉽군요. 그래도 매력적인 폼팩터임은 부정할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