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윈도우에서의 필기 사용기 (feat. 서피스)
- Daylight
- 조회 수 571
- 2023.01.13. 15:26
몇 년 전, 화웨이의 메이트북이라는 태블릿으로 윈도우에서의 필기 세계에 입문한 후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윈도우의 앱 생태계가 영 별로라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던 터라 단단히 각오가 되어 있었음에도, 필기앱은 그 중에서도 상태가 특히 좋지 못하더라고요.
결국 윈도우 플랫폼에서의 필기는 포기하고, 아이패드 프로 11인치로 넘어온 후 심신의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윈도우에서는 한 개도 찾아보기 어려운 고품질의 앱들이(굿노트, 노타빌리티, 노트쉘프 등등) 이렇게나 다양하게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필기는 애플/삼성이 답이었다는 깨달음을 얻었었죠 ㅜ
그렇게 아이패드를 잘 쓰던 도중... 이번엔 서피스병에 걸려버렸습니다. 쿠팡의 핫딜을 견디지 못하고, 서피스 랩탑 스튜디오를 구입해 버렸죠 ㅎㅎ
다시 윈도우에서 필기를 할 생각에 막막했지만, 그래도 몇 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많은 개선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넘어왔는데...
개선은커녕, 여전하더라고요. (ㅜㅜ) 필기앱들은 여전히 빈곤 그 자체였습니다.
그럼에도 몇몇 앱들이 새롭게 생기기도 했고, 업데이트를 거치며 나름 괜찮아진 앱들도 있어 보이길래 하나하나 다 써 봤습니다. 그래서 현 시점, 윈도우 필기앱들에 대한 평가를 간략하게나마 남겨보고자 본 글을 남기게 되었네요.
저는 우선 아래의 기준들을 만족하는 필기앱을 찾고 있었습니다. 대략 윈도우판 굿노트를 찾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1. PDF 필기 가능 (PDF 위에 바로 필기되는 방식을 선호하나, 불가피한 경우 PDF를 이미지로 불러와서 필기하는 방식도 괜춘)
2. 불러온 PDF가 나의 노트의 일부 문서로 소속되어 정리되는 방식 (굿노트와 같이)
3. 불러온 PDF 속 내용, 그리고 PDF에 필기한 손글씨까지 모두 검색 가능해야 함 (굿노트와 같이)
아래에서 소개된 앱들 말고는, 현 시점에서 지속적으로 개발이 진행중인 필기앱은 없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윈도우에서 사용하실 필기앱을 찾고 계시다면 아래의 앱들 중에서 고르시면 될 듯 하네요.
1. Onenote
윈도우 필기앱들 중에서는 근본 중 근본이죠. 근데 전 원노트 특유의 무제한 작성공간이라던지, 전체적인 사용 방식이 좀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아왔습니다. 문서 정리 UI도 직관적이지 못한 느낌이었고요. 결정적으로 3번 조건에서 조금 애매했었습니다. 뭔가 설정이 잘못된 건지, 필기 내용이랑 PDF 속 내용 검색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원래는 되는 게 맞을 겁니다)
그리고, PDF 파일을 불러와 필기가 가능하긴 하지만 기존 문서 위에 PDF를 이미지로 변환해서 사진으로 첨부하는 방식이라 PDF 파일 하나를 단독으로 불러와 문서화시켜 따로 관리하는 느낌이 아니더라고요. 이 부분은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겠지만 전 좀 불편했던 터라 원노트는 패스했습니다.
2. Inkodo
이 앱도 윈도우에서 필기 좀 해 보신 분들은 많이들 아실 것 같은데요, Onenote보다 직관적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앱 최적화도 괜찮았습니다. PDF 필기는 가능은 하나, 이미지로 전환해서 불러오는 방식이었고요. 다만 이 앱 역시 3번 조건에서 탈락했습니다. PDF 내용이던 필기한 내용이던 검색이 아예 불가능하더라고요 ㅜ
3. Penbook
이 앱은 유료앱인데, 개인적으론 별로였습니다. 모든 면에서 Inkodo보다 하위호환인 듯한 느낌이었네요. UI도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었고, 이 앱 또한 검색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4. Microsoft Journal
이 앱은 다른 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근에 출시된 필기 앱입니다. 마소에서 개발이 이뤄지는지라 앱 퀄리티는 굉장히 높습니다. UI도 윈도우의 플루언트 디자인을 반영하여 OS와 일관성 있게 잘 만들어져 있고, 1/2번 조건 또한 만족했습니다.
이 앱이 다 좋은데 말이죠...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필기 시 화면 왜곡이 심하다는 점입니다. 필기를 할 경우 필기를 하는 문서의 화면이 지멋대로 움직이고, 일그러집니다. 필기 시 획 보정 기능이 뒷 배경에 있는 문서에도 영향을 미쳐서 생기는 문제인 것 같은데, 굉장히 정신없더라고요.
또, 3번 조건을 애매하게 만족합니다. PDF 파일을 파일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지 파일로 전환해서 불러오는지라, PDF 속 내용에 대해서는 검색이 불가능하고 대신 필기한 내용에 대해서만 검색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CPU 점유율이 높습니다. 필기 시 타 앱들이 높아야 10% 선에서 점유하는 반면, 저널 앱은 40%까지도 치솟더라고요. 팬도 시끄럽고 배터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었습니다.
5. Samsung Notes
삼성 노트는 본 글에서 소개한 앱들 중 필기 기능의 다양성 만큼은 최강이었습니다. 펜 종류, 색상 등등 안드 버전 삼성 노트와 유사한 수준의 기능 다양성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동기화 또한 훌륭했지만, 제 환경에서는 동기화가 필수적이긴 않았기에 이 부분은 패스하겠습니다.
삼성 노트는 1, 2번 조건을 완벽히 만족했습니다. IPadOS의 굿노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직관적이게 PDF 파일을 불러와 관리할 수 있었고, UI 또한 가장 훌륭했습니다. 또한 PDF 파일을 이미지로 불러오지 않고 파일 그대로 불러오기 때문에 PDF 내용에 대한 검색도 잘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필기한 내용에 대한 검색은 불가능했습니다. 이 부분만 해결된다면 제 기준 가장 완벽한 필기앱이 되었을 것 같은데 참 아쉽네요 ㅜ
6. Xodo/Drawable PDF
이 둘은 필기앱이라기 보단, 필기가 가능한 PDF 뷰어 앱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두 앱 모두 2번 기준은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PDF 파일을 불러와 노트 안에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PDF 파일을 띄워 그 위에 바로 필기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PDF들을 불러와 노트에 저장해 놓고 한꺼번에 관리하는 방식이 아닌지라, 여러 PDF 내에서의 내용 검색 또한 지원하지 않습니다. 또한 두 앱 모두 유료 앱인지라 무료 버전에서는 기능 제한이 있고요. (모두 구독제라 금액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필기 내용에 대한 검색 또한 전혀 지원되지 않았기에, 제 선택지에서는 배제되었습니다.
7. Nebo
이 앱은 유료 앱입니다. 다만 구독제가 아닌 영구 구매 방식이라 부담은 적습니다.
전반적으로 UI도 깔끔하고, 최적화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저널 앱에서 있었던 문제인 화면 일그러짐이나 높은 CPU 사용량 등의 문제도 없었고요.
저는 결국 이 앱에 정착을 했는데요, 그 이유는 이 앱이 윈도우에서는 1/2/3번 조건을 모두 완벽히 만족하는 유일한 앱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굿노트와 같은 방식으로 PDF들을 불러와 관리할 수 있고, PDF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며, PDF 속 내용과 필기된 내용까지도 모두 검색이 가능했습니다. 필기한 내용에 대한 인식률 또한 훌륭했고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필기구의 종류나 필기 관련 옵션이 좀 빈약합니다. 필기 시엔 필압 감지를 끄는 게 더 용이하기 때문에 많은 필기앱들에서 필압 감지를 끄는 옵션을 제공하지만 이 앱은 그런 기능이 없고, 또한 필기 도구의 종류나 두께 조절의 자유도 등에서 아쉬움이 남기는 했습니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선 위 조건 3개를 만족하면서 가장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앱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와 요구 사항이 비슷하신 분들이시라면, 아마 Nebo가 유일한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글을 마치면서, 여담이지만 2023년 초에 굿노트가 뜬금없이 윈도우 버전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이 떴었죠. 얼마 전부터 베타를 시작했는데, 앱이 웹앱(...)이었다고 합니다. IPadOS 버전과는 비교하기가 무의미할 정도로 기능도 없고, 웹앱 특성상 최적화도 구려서 잉크 반응 속도나 전반적인 작동 속도가 굉장히 좋지 못하다고 하네요. 거기에다가 웹앱이라 노트 필기를 하려면 인터넷 접속이 필수라고 하고요...
개인적으로 굿노트 윈도우판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이 크더라고요... 윈도우에서의 필기 환경은 언제쯤이나 좋아지려나요... ㅜㅜ
저도 윈도우, iPadOS, 안드로이드 다 써 봤는데, 텍스트가 좀 더 메인에 가깝고 필기가 서브면서 타이핑과 필기를 자유자재로 전환하고 싶거나 공간 제약 없는 필기를 원하면 윈도우의 원노트가 답이고, 필기만 할 거면 아이패드나 갤럭시탭이 답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굿노트에 정착할까 싶었지만 한번 펜으로 그리거나 쓴 획은 굵기 조절이 안 된다는 점이 치명적이라서 다시 갤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원노트는 설정에 따라 이미지로 불러온 PDF, 손글씨 다 검색 가능하긴 합니다. 다만 손글씨는 일부 획만 수정하면 인식이 이상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nebo는 원래부터 텍스트 인식, 수식 인식 및 LaTeX 변환 기술 연구하는 회사라 인식 성능이 뛰어나죠. 노타빌리티도 nebo 기술을 라이센스해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