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병의 치료제를 구했습니다.

진짜 블랙베리는 망한 지 너무 오래돼서 카톡용으로 쓰기도 좀 애매해졌죠.

그래서 키보드만 떼서 쓸 수 있는 제품을 구했습니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LILYGO T-Keyboard를 구매했습니다.

LILYGO는 IoT 개발 보드 즉, 아두이노 비슷한 개발 보드를 다루는 회사입니다.

이 개발 보드로 무려 스마트 워치도 만들었는데 이 스마트워치에 블랙베리 키보드를 연결할 수 있는 Watch-Keyboard 확장 모듈을 판매하고 있었죠.

이 Watch-Keyboard에서 키보드 부분만 떼서 무선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게 제가 산 T-Keyboard입니다

구성품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본체와 A to C 케이블이 전부입니다

본체 전면엔 0.99인치 디스플레이와 블랙베리 키보드가 달려있습니다. 키보드는 총 5가지 버전 중에 하나를 랜덤으로 보내주는데 저는 주황색 추가 각인이 없는 가장 깔끔한 버전을 받았습니다.

후면엔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측면의 버튼에 대한 설명과 배터리 용량이 쓰여있습니다. 판매 페이지에선 400mAh 3.7V 배터리라고 했는데 여기선 200mAh라고 되어있네요.

우측면엔 전원 슬라이드 스위치와 리셋 버튼이 있습니다.

마감은 3D 프린터로 뽑은 티가 제대로 느껴지며 나사 구멍이 시원하게 뚫려있어 수리권을 고려한 설계가 돋보입니다. 물론 3만 원대에 엄청난 마감을 바랄 수도 없고 모서리 부분은 날카롭지 않게 깎인 흔적도 있어 장난감으로 쓰기에 특별히 모자람은 없습니다.

전원을 켜면 바로 블루투스 연결을 기다립니다. 위쪽에 충전을 위한 USB C 포트가 있지만 충전/펌웨어 업로드용으로만 쓰이고 유선으로 연결해 키보드를 사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블랙베리를 써본 적이 없어 실제 키감과 비교해 볼 수는 없지만 키가 작아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 언어 변경 단축키인 Alt + Shift가 안드로이드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펌웨어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 정도가 단점으로 보입니다.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키보드 커버 케이스의 대안을 찾고 계시거나 블랙베리 병의 저렴한 치료제를 찾고 계시는 분, 극단적으로 작은 크기의 무선 키보드가 필요하신 분이라면 한번 고려해 볼만한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 언어 변경 단축키 초기 설정이 Alt + Shift로 되어 있는데 왼쪽에 몰려있는 키를 두 손으로 눌러야 한다는 점 외에도 안드로이드에서 인식하는 언어 변경 단축키가 Shift + Space, Control + Space, Left Alt + Shift뿐이라 기본 펌웨어로는 언어 변경이 불가능했습니다.

https://github.com/Xinyuan-LilyGO/T-keyboard

에서 키보드 펌웨어 소스를 받아 수정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저는 [0, 6](음성 인식)이 눌리면 Alt+Shift가 눌린 것으로 인식하게 해 음성 인식 키를 한/영 키처럼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