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접하게 된 건 2008년, 체리 G80-3000을 구입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메카니컬 스위치의 클리키한 키감과 소리에 매료되었던 저는 그 후에도 클릭 스위치(체리 청축, 체리 녹축, 카일 박스 제이드축)나 넌클릭 스위치(체리 갈축)를 항상 메인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이쪽에서는 항상 리니어 스위치의 인기가 좋았지만 저는 애매한 키감과 키압으로 타이핑이 재미가 없고 오타만 많이 발생하는 느낌이라 그리 즐기지 못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해 드릴 제품은 그랬던 제가 리니어 스위치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 제품, 에포메이커 갤럭시70(Galaxy70)입니다. 이 제품은 지난 몇 년 사이 가격 대비 훌륭한 품질과 매력적인 제품을 여럿 출시하면서 떠오르고 있는 브랜드인 Epomaker의 유무선 기계식 키보드로, 텐키리스(TKL)보다 살짝 더 작은 75% 레이아웃을 가진 제품입니다.

 

​레이아웃 측면에서도 저에게는 새로운 시도이면서 반가운 제품이었는데, 보통 75% 레이아웃을 가진 제품들은 대부분 방향키 배치 때문에 오른쪽 시프트 키가 살짝 짧은 디자인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싫어서 그동안 최소 텐키리스를 고집해 왔었는데, 갤럭시70은 방향키를 살짝 밀어내고 시프트키를 정상 사이즈로 배치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 외에도 풀 알루미늄(파우더 코팅) 하우징, 개스킷 구조와 5겹 흡음재, 핫스왑 스위치, 볼륨 노브, 트라이 모드 연결(유선/블루투스 3대/2.4GHz), 4000mAh 배터리 등을 주요 사양으로 하고 있습니다. 에포메이커 제브라 스위치와 후아노 블라썸 스위치(화심축) 두 가지 옵션을 제공하는데 저는 후자를 구매했습니다.

 

그럼 한번 이 제품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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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입니다. 검정 박스에 사이버틱한 프린팅, 그리고 제품명이 큼직하게 쓰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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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에서는 제품의 특징과 레이아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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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은 키보드 본체, 케이블, 추가 스위치 및 키 캡, 키캡/스위치 리무버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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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버는 그냥 일반적으로 동봉되는 제네릭한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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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케이블은 타입A to 타입C 케이블입니다. 상시 연결해서 쓰기보다는 충전용으로 쓰기 적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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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제공되는 키캡은 macOS 레이아웃의 옵션, 커맨드키 입니다. 키캡은 PBT 재질이며 염료승화식으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LED가 투과되거나 하는 기믹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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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캡이 추가 제공되는 것에서 짐작하시겠지만 Fn키를 통해 맥 레이아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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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노 블라썸 오디세이(HUANO Blossom Odyssey), 후아노 벚꽃축, 화심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스위치. 공장 윤활되어 나오는 리니어 스위치로 40gf±5gf의 키압을 갖고 있는 제품입니다. 이름처럼 분홍색 하우징(폴리케톤 재질)을 채택한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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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키보드 본체입니다.

 

이 제품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기성 기계식 키보드이면서 풀 알루미늄 하우징을 채택한 것이 특징입니다. 과거에는 풀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려면 40-50만원 이상 고가의 커스텀 키보드로 갔어야 했는데, 이제는 10만원 전후의 낮은 가격대에서도 상판뿐만 아니라 하판까지 통째로 알루미늄으로 만든 제품이 출시되는 것이 정말 놀랍습니다. 풀 알루미늄이기 때문에 무게도 1.8kg 정도로 제법 묵직합니다.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는데 요 색상은 그레이(레트로) 색상입니다. 밝은 베이지색을 바탕으로 포인트 키에 그레이 계열 색이 두 가지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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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제공되는 키캡은 그레이 기준 체리 프로파일로 스텝스컬쳐2를 따르고 있습니다(블랙 색상은 MDA 프로파일). 키보드는 약 7도 정도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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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 노브 역시 알루미늄 소재이며 별도의 표시는 없습니다. 양방향 무한히 돌아가고 클릭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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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오른쪽 시프트 키. 정상 사이즈인 덕분에 드디어 75% 레이아웃을 써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트레이드오프가 있어서, 타사의 75% 키보드보다는 크기가 살짝 큽니다.

 

USB 수신기는 오른편에 수납할 수 있습니다. 커버는 자력으로 고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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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GHz 수신기는 USB-A 타입으로, 제네릭한 디자인에 로고만 인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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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캡을 빼 보면 정방향으로 장착된 스위치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 아래쪽으로 플렉스컷 PP 플레이트가 흡음재 위에 자리 잡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조사 설명으로는 5중 흡음재와 묵직한 알루미늄 하우징, 리니어 스위치의 조합으로 더 낮은 음역대의 소리와 조약돌 같은 키감을 제공해 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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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식 스태빌라이저를 쓰고 있으며 스태빌 역시 윤활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시프트 키가... ㅜㅜ 키보드를 흔들어봐도 딱히 부서진 조각이 발견되지 않는 걸 봐선 처음부터 부서진 키 캡이 장착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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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는 핫스왑으로 3핀, 5핀 둘 다 장착이 가능합니다. 납작하게 장착된 LED도 눈에 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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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는 예쁘긴 한데 그만큼 전력을 많이 소모해서,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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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바닥면은 심플합니다. 중앙 부분에 사이버틱한 도안과 에포메이커 로고가 아크릴 플레이트로 위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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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무게가 무게인 만큼, 높이 조절식 발은 제공되지 않고 몰캉몰캉한 고정식 발이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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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에는 충전단자와 On/Off 스위치, 그리고 신호 수신을 위해 플라스틱으로 된 안테나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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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럼 본격적으로 사용해 봐야겠죠? 블루투스로도 최대 3대 기기까지 연결이 가능하지만, 가급적 딜레이가 적고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 데스크탑에 2.4GHz 동글을 사용해서 연결해 주었습니다.

 

폴링 레이트는 유선 연결과 2.4GHz 연결에서 1000Hz, 블루투스에서 125Hz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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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를 연결하면 그냥 바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Epomaker Driver 소프트웨어를 통해 설정을 만져줄 수도 있습니다. 각 키에 커스텀 기능을 입력하거나, 혹은 매크로를 만들어 등록할 수 있습니다.

 

LED 백라이트의 경우도 다양한 애니메이션의 속도 및 밝기, 방향, 색상 등을 선택할 수 있고 아예 각 키마다 다른 색이 표시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게 LED 자체 특성인지 아니면 스위치 색상 때문인지, 약간 분홍색으로 치우쳐진 컬러가 나옵니다(흰색을 선택해도 하얗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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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응답속도, 절전모드 진입 시간, 특정키 비활성화 등이 가능합니다. 응답속도는 2.4GHz 무선연결 기준으로 Level 1이 5-6ms, Level 5가 19-21ms의 응답속도를 갖게 됩니다. 빠를수록 전력 소모도 커지지만, 체감상 LED만 사용하지 않으면 Level 1로도 배터리 지속시간이 제법 길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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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j3YtJRqAYc8

 

LED는 방향키 위쪽의 LED 바와 키보드 전체가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중 LED 바 부분은 속도나 밝기 같은 커스터마이징 폭이 좁고 소프트웨어로 선택도 안됐습니다. 키보드 전체는 앞서 언급한 소프트웨어로 쉽게 조작이 가능하고 키보드상에서도 Fn키 조합을 통해 색상, 속도, 밝기 등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키보드의 LED 효과는 총 19가지로 제공됩니다. 정방향 스위치, 정방향 LED에 키캡도 일반적인 PBT 키캡이다보니 화려하진 않아도 포인트가 되어주기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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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타이핑과 키감- 제가 가장 반했던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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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om/shorts/NZMXVoUzhzE?feature=share

 

이 제품은 정말 조약돌 키감이라는 수식어가 잘 들어맞는 아주 정갈하면서도 도각도각한 키감을 갖고 있습니다. 통울림도 크게 느껴지지 않고 굉장히 안정적으로 타이핑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제가 리니어 스위치는 거의 처음 메인으로 사용하는 거라 그런지 아직 오타가 약간 발생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사용해 본 다른 리니어 스위치 키보드들과 다른 즐거운 타이핑이 가능한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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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하우징 외부에는 파우더 코팅을 통해 부드러운 촉감을 구현했습니다. 노브 부분에 도장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기준점을 표시해 둔 것인지 모를 애매한 요철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꽤 깔끔하게 마감되었습니다.

 

참고로 절전 모드에서 아무 키나 누르면 바로 연결이 복구되면서 입력까지 되는데, 노브를 회전시켜서 볼륨을 조절하는 것만큼은 예외적으로 절전 상태에서는 인식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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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에포메이커 갤럭시70 키보드를 살펴봤습니다.​

 

이 제품은 합리적인 가격에 풀 알루미늄 케이스와 무선 연결을 제공하는 기계식 키보드입니다. 특히 저에게는 오른쪽 시프트키의 불편함 없이 75% 레이아웃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점이나, 그동안 꺼려졌던 리니어 키보드의 매력을 알게 해 준 제품이라는 점에서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블루투스-2.4GHz 전환이나 윈도우-macOS 전환이 Fn키 조합으로만 되는 점은 직관성이 떨어져서 조금 아쉽긴 한데, 아마 거의 데스크탑에 연결해서 사용할 거라 크리티컬한 문제가 될 것 같진 않고요. 전반적으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무척 높은 제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오래 사용해왔지만 아직 리니어 스위치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분, 오른쪽 시프트 키가 불편하지 않으면서 텐키리스보다는 약간 작은 키보드를 찾고 있는 분이라면 이 제품을 한번 살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