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행 5종 폴더블 리뷰: 열등해진 선발주자 삼성, 그리고 폴더블의 미래
- 보르도
- 조회 수 2193
- 2025.01.05. 04:50
(글이 많이 깁니다. 주의)
2019년, 삼성전자가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 프로토타입을 공개한지도 어언 6년이 지났습니다. 갤럭시 폴드 1은 비록 ‘첫 양산 폴더블’이라는 타이틀은 뺏겼지만 그럼에도 타사를 압도하는 높은 완성도로 큰 이목을 모았고, 2020년 출시된 갤럭시 폴드 2는 ‘2세대에 벌써 완성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후 폴드 3에서는 방수, S펜 지원 등으로 또 다시 이목을 끌었고요.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났습니다. 갤럭시 Z 폴드는 어언 6세대가 되었고, 기존에는 아웃폴딩조차 근근히 만들던 화웨이 등의 제조사들도 인폴딩 구조 폴더블을 출시하더니 파죽지세로 이 시장에 달려들고 있습니다. 한때 어이없는 수준의 저질 내구성으로 조롱받던 오포/원플러스, 미국의 대중 제재에 치명적 타격을 입은 화웨이, 가성비의 전통 강자이지만 언제나 2% 부족하던 샤오미, 그리고 이제는 단 둘 뿐인 서방권 폴더블 제조사 구글까지. 이들이 폴더블 시리즈를 출시한지도 수 년이 지났고 지금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들만의 컨셉을 하나둘 자리잡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상하이 여행 등에서 저는 5사의 폴더블을 전부 사용해봤고, 개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 오포 사의 Find N3와 픽셀 폴드 9 프로를 구입했다가 현재는 아너 매직 V2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들 폴더블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저는 왜 오포를 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작금의 폴더블 시장은 어떻게 되었는지. 본 글을 통해 적어보겠습니다.
1. 삼성전자의 안주, 그리고 타사의 맹렬한 추격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 3에서 ‘완전체’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또한 폴더블 시장에서 가장 앞서나갔단 평을 받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말이지요. 그러나 2022년부터 오포/비보, 화웨이/아너, 샤오미 등 중국 3사가 비로소 인폴딩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며 그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폴더블은 아직 미숙한 상황이었습니다. 내구성 문제도 발생하기 십상이었고요. 특히 오포와 픽셀은 위아래가 유독 많이 짧은 스마트폰을 내세워 아쉬움이 남았고, 두 회사는 공교롭게도 차기 모델 역시 동일한 화면비와 독특한 내부 카메라 배치를 하게 됩니다.
2023-4년은 가히 폴더블 스마트폰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아너(화웨이)가 출시한 매직 V2는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여전히 12mm대에서 벗어나지 못 한 삼성전자와 달리 9mm대의, 일반 바형 스마트폰과 다름없는 두께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무게 역시 240g 이하로 바형인 아이폰 14 프로 맥스보다 가벼운 수준인데다, 무엇보다 전면 디스플레이 비율의 폭이 넓어져 훨씬 쾌적해졌습니다. 기존의 폴더블은 폭이 너무 좁은 삼성, 혹은 위아래가 너무 짧은 오포와 픽셀 등 순 이상한 선택지들이 난립했지만 화웨이는 양쪽 다 쾌적한 비율을 내세웠습니다.
2024년부터는 샤오미의 Mi Mix Fold 4, 오포 Find N3, 비보 X Fold 3 (Pro), 아너(화웨이) Magic V3, 여기에 와신상담하여 출시한 구글 Pixel 9 Pro Fold까지 5개 제조사가 모두 완성도 높은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화웨이는 이미 라인업을 확장해 아웃폴딩에 778G를 탑재하고 두께와 가격을 매우 줄인 염가 모델 메이트 펄스를 출시하는 한편, 세계 최초 3단 폴더블인 메이트 XT까지 양산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내구성이 장점이란 말도 무색하게, 2023년 이후 모델은 모두 삼성전자 이상의 수십만 회 폴딩 내구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사이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 3+++라고 조롱받는 폴드 6를 출시했고, 화웨이와 샤오미가 9mm대 두께를 자랑할 때 삼성은 12mm대에서 고작 0.x mm가 두꺼워졌단 것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개선작 폴드 SE를 출시했지만 자사의 기술력이 열등하다는 것을 전세계에 과시라도 하듯 여전한 11mm대의 세계 최대 두께, 300만 원에 달하는 가격, 느린 25W 고속충전, 여기에 S-펜 미지원과 UDC 제거라는 이해할 수 없는 악수까지 두었습니다. 300만 원에 조금 더 보태면 요즘 가격이 떨어진 화웨이 3단 폴더블도 살 수 있을텐데 말이지요. 삼성의 스마트폰에는 중국에 없는 다이아몬드라도 들어갔나봅니다. 아니면 언론들 말마따나 임원 나리들은 잘 하는데 직원들이 나태해서 그런걸까요? 어서 삼성은 주 144시간 근무를 해야 하겠습니다.
현재 두께로는 화웨이/아너와 샤오미가 가장 앞선 9mm대를, 오포/원플러스와 비보, 구글 픽셀은 11mm대를 보이고 있습니다(오포/원플러스와 비보는 독특하게도 각자 별개 모델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12mm대입니다. 다행히(?) 무게로는 실측 기준 구글이 가장 무겁고, 4사는 모두 비슷한 수준입니다. 수치상으로는 중국 제조사들이 앞서나 실측은 비슷합니다.
문제는 크기입니다. 삼성이 가장 작습니다. 오포/원플러스와 픽셀은 거의 비슷한 크기로 타사보다 위아래가 약간 짧으나 좌우가 넓으며, 샤오미와 화웨이, 비보는 전면 디스플레이가 아이폰 16과 거의 차이 없는 큰 크기입니다. 펼친 크기가 8인치에 달하는 대형이지요. 이와 달리 갤럭시 폴드는 타사 대비 폭이 매우 좁습니다. 폴드 4 이후로 늘렸다고 하나 여전히 정상적인 스마트폰이라기엔 너무도 좁지요. 픽셀 제외 4사의 무게는 거의 비슷하지만, 삼성은 혼자서 특이 비율을 유지하여 호불호 요소로 남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삼성을 꺼리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카메라입니다. 갤럭시 폴드 6의 카메라는 폴드 5의 것을 그대로 유용했으며, 근본적으로는 폴드 4에서도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노양심이면 1980년대 벤츠를 고치고 고쳐 2014년까지 팔아먹던 쌍용자동차도 무릎을 탁 칠 수준입니다. 이러다가 차기 갤럭시 폴드는 통신망도 아껴서 CDMA만 지원하는건 아닐까요? 아 너무 무섭습니다.
타사의 카메라는 발전이 굉장한 수준입니다. 픽셀은 자사 플래그십보다는 조금 부족하지만 제법 뛰어난 2선급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고, 실제 카메라 성능 역시 수준급입니다. 가장 뛰어난 오포, 비보 프로는 타사 플래그십에 비해도 부족함 없는 수준이고요. 화웨이 역시 그 다음 가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갤럭시 폴드는 언제나 카메라가 열등했습니다. 자사 플래그십인 S24 울트라와 비교하는건 고사하고 S24 일반 모델과 비교해도 경악스러울 정도의 결과물이 나옵니다. 폴드 주 사용자층은 사진을 대충 찍는단 판단이었을까요? 이런 저질 요소가 끼어있단 점이 200만 원을 주고 폴드를 살 의욕을 저하시키는 큰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2. 여러 기종을 직접 사용해본 후기
저는 아래 기기 중 아너 매직 V2, 오포 파인드 N3, 구글 픽셀 9 프로 폴드를 직접 보유했으며 매직 V3, 믹스 폴드 4, 비보 폴드는 전시품을 접한 것입니다.
* 아너(화웨이) 매직 V2, V3
현재 폴더블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회사로, 화웨이와 아너 두 브랜드를 통해 수많은 폴더블을 내놓고 있습니다. 염가형이자 아웃폴딩인 화웨이 V 펄스(purse), 폴더블인 아너 매직 V3, 그리고 트리플 폴더블인 화웨이 메이트 XT 등이 있습니다.
이중 아너 매직 V3는 현존 폴더블 중 가장 얇은 두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무려 9.2mm, 아이폰 16 프로와 불과 1mm밖에 차이나지 않는 두께입니다. 전세대인 V2도 9.9mm로 매우 얇은데 V3는 생폰으로 잡으면 당혹스러울 정도입니다.
더 놀라운건 트리플 폴더블인 메이트 XT는 이보다도 얇단 점이죠. 펼칠 때 두께가 4mm 수준입니다. 3단 폴더블을 접었을 때의 두께가 불과 12.8mm인데, 갤럭시 폴드 6는 12.1mm입니다. 이러고도 배터리는 각각 5600mAh, 4400mAh이니 새삼 얼마나 발전한건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물론 한심한 기술력을 보면 짐작하셨겠지만 폴드 6 쪽이 4400입니다(SE도 동일)...
일전에 제가 아너 매직 V2에 만족한단 글을 썼을 때 매우 격노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정할건 인정해야죠. 삼성은 열등주자가 되었을 뿐입니다. 배터리 방식이니, 더 좋은 그립감이니, 하는 핑계로 쉴드를 칠 수 있는 선은 폴드 5까지였습니다.
글로벌 모델 기준으로 아너 매직 V3와 폴드 6의 가격은 거의 비슷한 수준인데, 폴드 6가 아니라 100만 원 더 비싼 SE를 가져와도 그 어떤 부분 하나에서조차 우세를 점하는게 없다는 건 정말 한심할 따름입니다.
아너 매직 V2 사용기는 지난번 작성한 글에 조금 더 자세히 설명되어있으니 이 글을 참조하시는게 좋겠습니다.
https://meeco.kr/mini/39689379
V3는 V2에 비해 큰 차이는 없는데요. 조금 더 얇아졌고, 카메라가 크게 개선되었으며, 프로세서가 8 Gen 2에서 Gen 3로 바뀌었습니다. 방수방진도 추가되었고요. 최근 신형 프로세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중고가가 꽤 내려와 100만 중반 정도인데,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 구입해봐도 좋을 듯 합니다.(V2는 매물이 적어 구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현재 V2 내수형 모델을 사용 중이며 초기에 이것저것 손이 가긴 했지만 긴 배터리, 매우 부드러운 제스처 및 움직임, 빠른 반응 속도, 제법 좋은 주간 카메라 성능, 넓은 화면, 매우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로 이전의 갤럭시 폴드 3 대비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면 디스플레이는 아이폰, 펼치면 아이패드에 가까운 UX가 제법 편리합니다.
다만 전면 디스플레이가 크다보니 굳이 펼칠 일이 적다는 아이러니도 있고, 야간 카메라가 나쁘단 점이 불만입니다. 소소한 불만이라면 인물 사진 등에서 AI 보정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조금 티가 나서 보기 좋지 않습니다. 구글 카메라를 설치해봤는데 호환성 문제가 생겨 귀찮아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기의 만족도, 하드웨어 완성도, 소프트웨어 최적화 등 여러 면에서 매우 우수한 기기라 느낍니다. 비록 내수형이라 생기는 사소한 단점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매우 만족합니다. M1 맥북 이후 가장 만족하는 전자기기이지요.
* 샤오미 Mi Mix Fold 4
샤오미 역시 매직 V3와 거의 동일한 초박형 폴더블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믹스 폴드 3 역시 상당히 얇은 두께를 자랑했는데 현재의 4세대 역시 9.47mm의 매우 얇은 두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플래그십 중에서는(즉 비보의 노멀 모델을 제외한) 가장 저렴하단 것 역시 장점입니다.
하지만 판매고에 시달리고 있고 있는데요. 이는 샤오미가 항상 그렇듯 2% 부족하단 점이 큰 요소인 듯 합니다. 중국 특유의 '차부두어' 문화와 같은 느낌입니다. 페이퍼 스펙은 빵빵하지만 라이카를 내세운 카메라는 생각만큼 좋은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힌지의 움직임 역시 그리 좋다 보기 어려웠고요. 실제로 중국에서도 초박형이란 홍보가 무색하게 판매량 꼴지를 맡고 있습니다.
초박형은 더 완성도가 높은 아너가, 카메라는 오포가, 큰 크기는 비보가 가져가서인지 샤오미는 존재감이 조금 옅은 듯 합니다. 안 그래도 낮은 판매가 대비 높은 원가 때문에 적자가 크다던데, 잘 팔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부가적으로는 플립 모델과 달리 폴드 모델은 내수 판매만 하여 내수롬만 있으며, 최근 샤오미의 정책에 따라 언락이 어려워 직구 매력이 떨어진 것도 단점입니다. 때문에 국내 사용자층도 극히 적습니다.
* 오포 파인드 N3 (원플러스 오픈)
현존 최고 카메라를 가진 폴더블입니다. 또한 OS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데요. OS의 UI, UX 완성도는 아너보다도 한 수 위입니다. 현재의 폴더블 중에서 소프트웨어로는 가장 만족스럽던 기기입니다. 실제로 구입까지 했고요.
카메라는 비보 X100 울트라 등 카미새(...) 플래그십만큼은 아니지만, 이 기기가 2023년 출시+폴더블이란 점을 생각하면 카메라 성능은 매우 우수합니다. S23 울트라 정도는 되는 듯 싶어요. 2023년의 플래그십 정도는 된단 이야기죠.
전작인 N2와 픽셀 폴드 1세대는 둘 다 전면 디스플레이가 정사각형에 가까운 짧뚱한 디자인이라 사용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는데, 이때에 비해 훨씬 커졌습니다. 상하로 커졌죠. 제법 현실적인 크기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타사 대비 위아래가 짧습니다.
또한 여전히 두께가 11mm대로 아너, 샤오미, 픽셀보단 두껍습니다. 그립감이 좋다고 이쪽을 선호하는 분들도 꽤 있지만 저는 얇은게 더 좋습니다.
하지만 오포의 뛰어난 카메라와 OS는 정말 최고입니다. 게다가 한글화도 가장 잘 되어있고 키보드 역시 한글입니다! 정발도 안 되는데 이 정도까지 잘 해둔 이유가 뭘까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오포의 OS는 특히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매우 부드러운건 기본이고, 스플릿 스크린이라 하여 한 번에 3개의 앱을 분할로 띄워 사용하는 기능 등 폴더블 UX에 고심을 많이 했단게 느껴졌습니다. 질감이 좋은 진동 모터, 스크롤을 끝까지 내리면 미세하게 진동하는 소소한 포인트도 좋았고요. 최근 써본 기기 중 가장 UX가 훌륭한 기기였습니다.
실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잘 해주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가 초창기보다 많이 좋아졌단 평이 있더라고요. 출시한지 어느덧 1년여가 되어가는 기기인데도 열심히 개선한거죠.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곳이 좋습니다. 다음 휴대폰으로는 오포를 구입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환불하게 된 계기는 힌지 문제였습니다. 제가 구입한 중고 기기가 풀 플랫이 되지 않는게 문제였지요. 사설 수리점에선 수리가 가능하다 했지만 4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 환불을 택했습니다. 그래도 정식 출시 국가에선 수리가 된단게 긍정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포, 원플러스가 과거 하드웨어 내구성이 낮은 것으로 악명 높던거로 기억하는데 파인드 N3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기기 양쪽의 두께가 미세하게 달랐고, 힌지 문제는 제 기기 뿐 아니라 전시품이나 타 사용자에게서도 가끔 발견되는 문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기 만족도는 최상이었고, 차기 모델인 파인드 N5를 구입할 의향도 있습니다. (N4 넘버링을 건너뛴다네요)
* 구글 픽셀 9 프로 폴드
갤럭시와 함께 단 둘 뿐인 비 중국제 폴더블입니다.
한 가지 의아한건 전작이나 현행이나 둘 다 오포 파인드와 거의 동일한 크기란건데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둘 다 특이 비율이라서 유독 눈에 띄기도 합니다. 다만 오포보다 1mm 정도 얇지만 무게가 259g으로 더 무겁습니다. 왜지? 그만큼 하드웨어 완성도가 좋긴 합니다만.
저는 구글의 UI, UX에 항상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픽셀을 써보며 알겠더라고요. 구글의 UX 팀은 전부 여기로 간 듯 했습니다. 네, 제법 잘 만들었단 뜻이죠.
과거 픽셀에서 느끼던 나사 몇 개 빼먹은 듯 헐렁한 하드웨어, 진짜 AOSP 그대로 대충 만들었구나 싶은 소프트웨어 인상은 온데간데 없고 잘 다듬은 스마트폰 하나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구입했습니다. 비싸지만요. 1800달러나 됩니다. 할인도 없다시피 하니 실구매가로는 이 리스트 중 압도적으로 비쌉니다.
미국 정발 모델답게 가장 세팅이 편리하고 뭐 하나 손 볼 것이 없다시피 합니다. 픽셀답게 카메라도 훌륭합니다. 파인드 N3와 비교 촬영을 해봤는데 N3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플래그십이라 할 만 하죠.
구글 기능이 많은 것 역시 장점입니다. 중국제들은 이상하게 구글이 있어도 잘 안 돼요. 반면 픽셀은 구글의 최신 AI 기능을 누릴 수 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긴 것도 장점이고요. 또한 앞서 언급했듯 UI, UX가 꽤 괜찮습니다. 갤럭시 같은 느린 반응이나 중국제에서 가끔 발생하는 버그도 없고 항상 빠릿빠릿합니다.
무엇보다 하드웨어 완성도가 상당히 좋습니다. 폴더블은 대부분 힌지가 약간 애매하게 펴지는 경우가 많은데 픽셀 폴드는 언제나 짱짱합니다. 전시품도 여럿 만져봤는데 항상 풀 플랫 상태를 잘 유지하더라고요. 힌지 움직임의 느낌도 좋습니다. 아주 부드러운 것이 과거 갤럭시 폴드 4 정도 느낌이랄까요.(현행 6는 너무 뻣뻣해서 별로입니다)
종합적으로 묵직하고 단단한 NFL 선수가 공부까지 잘 하는 느낌입니다.
다만 저는 더 얇고 가벼운 아너 매직 V2를 들이게 되었고, 이 기기의 큰 화면에 더 큰 매력을 느껴 픽셀을 방출하게 되었습니다.
* 번외: 비보 X 폴드 3
이 기기는 제가 제대로 만져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현행 폴더블 중 가장 크기가 크단 점이 특징입니다. 오포, 비보가 두께에 조금 약한 편인데 실제로 이 모델 역시 11mm대로 오포와 비슷하게 두껍습니다. 갤럭시 다음이죠.
특이한건 노멀 모델과 프로 모델로 나뉘는데, 프로세서(8 Gen2 vs Gen3)와 카메라 성능 차이가 납니다. 다만 프로 쪽이 무겁습니다. 노멀 221g, 프로가 236g이죠. 현재 국내에서 직구할 경우 50만 원 정도가 차이나는데, 카메라가 조금 떨어져도 괜찮다면 노멀 모델도 좋은 선택 같습니다.
노멀 모델 기준 140-150만 원 정도로 가격도 합리적이고 크기도 커서 실용적입니다. 국내 사용자 평 역시 아너 매직 V3와 엎치락뒤치락 합니다. 더 두꺼움에도 폴더블 깎는 장인과 비교될 정도이니, 그만큼 좋은 모델이란 뜻이죠.
신품 폴더블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다면 X 폴드 3 노멀 모델이 가장 좋은 선택 같습니다.
“그러면 왜 타사 대비 무겁고 위아래도 짧고 구형인 오포를 (처음에) 구입하셨나요?” 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제 대답은, “잘 만든 OS, 뛰어난 카메라, 부족함 없는 크기 때문” 입니다. 그동안 폴드 3를 사용하며 느꼈던 필요한 부분은 갖추고 불필요한 부분만이 없었기 때문에 오포를 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화웨이라는 점만 떼어놓고 본다면 아너 매직 V3가 현존 최고의 폴더블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카메라와 OS 완성도는 오포가 1년 먼저 나왔음에도 여전히 우위이고, 꾸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카메라 성능을 크게 끌어올렸단 점도 긍정적 요소였습니다. 중국 폰들이 부정적 선입견을 갖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발로 만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있거든요. 구식 기기는 업데이트가 되어도 최적화가 잘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곤 하는데, 오포는 카메라를 열심히 개선해왔단 점에서 긍정적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구입했던 오포 파인드 N3는 기기에 하자가 있어 환불하게 되었고, 운 좋게 상태가 좋은 아너 매직 V2를 구입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록 아쉬운 점은 있지만, 매우 가볍고 얇고 빠르단 점 덕에 충분히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완성도와 내구성가 입증되면 트라이폴드를 구입할 생각도 있습니다만 현재의 삼성은 두께를 볼진대 너무도 요원한 일이고, 오포나 아너에서 출시된다면 고려해볼 듯 합니다.
3. 작금의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현황
제가 폴더블의 팬인 것과 별개로,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의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우선,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 폼팩터의 점유율 자체가 극히 낮습니다. 높은 가격, 여전히 의심스러운 기계적 내구성, 부족한 시장 진출(특히 중국 제조사의 해외 진출 부족) 등 여러 이유를 꼽지만 개인적으로는 ‘왜 접는가’를 이유로 내세우지 못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기계적 완성도는 이미 5개 제조사 모두 수준급에 이르렀지만 이들 모두 한결같이 ‘개선된 폴더블’을 장점으로 내세울 뿐 접는 것의 메리트를 여전히 보여주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 휴대폰을 써야 할 이유가 뭔데?' 에 대한 답은 그 누구도 내놓지 못 합니다.
이 점에서는 10인치 태블릿과 동일한 크기이면서도 일반 스마트폰과 거의 유사한 무게와 두께를 보여준 화웨이 메이트 XT가 가장 의미있는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바형 스마트폰, 8인치 폴더블 스마트폰, 10인치 태블릿 3가지를 모두 아우르는 컨셉을 내세웠고 실제로 소프트웨어 기능과 부드러움은 그에 맞게 훌륭합니다. 비록 내구성 이슈로 홍역을 치르긴 했지만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은 박수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화웨이 역시 근본적으로 ‘왜 접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맥북 프로+아이폰 프로를 모두 구입할 수 있는 (현지 기준) 400만 원대의 가격은 차치하더라도 말이지요.
이는 아이폰의 성공가도와는 대조적입니다. 아이폰은 갤럭시에 비해 파일 관리 등에서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이 OS를 거의 그대로 적용한 아이패드는 실제로 기능 제약이 너무 많아 불만을 가지는 유저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중은 아이폰에는 열광하고 만족합니다. 이는 ‘스마트폰’에 필요한 기능이 충분하고, 그 기능을 매우 충실히 해내기 때문입니다. 즉 기본기가 좋기 때문입니다. 반면 폴더블 스마트폰은 분명 기능이 다양하지만 스마트폰으로서의 기본기, 즉 신뢰성이 여전히 담보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펼쳐서 할 만한’ 일도 일부 유저를 제외하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바형 스마트폰에 맞춘 앱이 옆으로 쭉 퍼지거나, 심지어는 아예 특정 버튼들이 사라져 앱이 구동 불능이 되는 경우도 발생하지요.
갤럭시 폴드가 출시된지도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아이폰 출시 4년이 지난 2011년부터란 점을 생각하면 만 5년의 시간이 신기술 정착에 있어 그리 길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200만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도 크나큰 장벽이고요. 하지만 기술 성숙도가 완연해진 작금의 시장에서조차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사야 할 이유'보다는 '사지 말아야 할 두려움'이 더 크단 점을 볼 때, '사야 할 이유'를 찾는건 이제 폴더블 제조사들이 당면한 새로운 과제가 되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조차 잘 팔리지 않는 8인치 태블릿 시장을 타파하기 위한 방법을 말이지요.
결국 중국 회사들도 고민에 빠졌습니다. 3사 중에서는 화웨이만이 흑자를 보고 있고, 샤오미는 얇은 두께를 내세웠음에도 판매량이 10만 대 수준으로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오포/원플러스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차기 모델인 Find N3/Open 2 모델을 전세대 출시로부터 1.5년이 지나는 2025년 상반기에 발표하기로 결정했고요. 저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좋아하지만, 한때 제가 좋아하던게 하필 블랙베리와 아이폰 SE, 윈도우 태블릿, 갤럭시 S20 울트라 등이었던걸 생각하면......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는 것도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폴더블이 가장 극복해야 할 요소는 고장에 대한 두려움이라 생각하는데, 삼성은 폴더블 시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시장 확장과 AS에 너무 소극적인 모습이 두드러져 안타깝습니다. 특히 힌지에 사소한 찍힘만 있어도 무상 수리를 거부하는 트집은 애플 못지 않게 악명 높죠. 회사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확장에 무기력해진 듯한 삼성의 모습은 오랜 기간 갤럭시를 사랑해온 저 역시 탄식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4. 결론
저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만족합니다. 오랜만에 스마트폰 시장에 뜨거운 경쟁의 활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피처폰 시장을 끝으로 찾아볼 수 없던 기계공학의 정수를 보는 것도 재밌으니까요. 그렇기에 불안을 안고도 보기 드문 외산 폴더블 모델을 3기나 구입했고, 실제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기엔 어려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막 굴려지는 플립에서 큰 불만이 나오지 않는 등 삼성전자의 폴더블 내구성은 이제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지만, 본질적으로 접는 이유에 대한 해답은 그 누구도 내놓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마치 초창기 UMPC 시장과도 같습니다. 기술은 대단하지만 '그래서 왜?' 라고 물을 때 답하기는 어려운.
폴더블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처럼 기술 과시 목적의 니치 마켓에서 끝나게 될지, 언젠가는 주류 시장 중 하나로 정착하게 될지. 폴더블 팬으로서 언젠가는 누군가 새로운 해답을 내놓아 하나의 주류 시장으로 자리잡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사실 두께부분은 아직 관망해야 하는것이 구조강도라는게 두께를 줄일수록 보장이 힘들어지는 면이 있다보니 년단위는 지켜봐야 한다는 편입니다. 다만 그 외의 부분들은 정말 할 말이 없는 상태이긴 합니다. 일단 화웨이는 개인적으로 그 세탁버전인 아너쪽을 좀 더 높게 치는데, 기린+할머니OS 조합은 솔직히 좀 많이, 아주 많이 아닙니다. 안드로이드를 온전히 올려쓰던 시절에 비해서 엄청나게 퇴화해서 사람이 쓸 물건이냐면 별로... 해서 가능하면 글로벌펌이 문제없이 올라가는 기종들 아니면 중국 기기들은 내수판을 사야하는 기기들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폴드는 3에서 4로 풀체인지 될때 6정도의 물건이 나왔어야 된다고 봅니다.
즉 1-2년정도 격차를 따라잡히고 추월당한 느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