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 제가 기덕인 걸 못마땅해하십니다..
- 익명의 미붕이46070548
- 조회 수 395
- 2022.07.14. 19:52
우선 저는... 초4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생긴 건 중1 때였습니다. 제가 지금 고3인데 2010년대 후반 학생 치고는 꽤 늦게 생긴 거죠. 반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생겼으니까요...
우선 저희 부모님은 어린 나이에 온라인에 노출되는 걸 최대한 줄이고 싶어하시는 가치관을 가지고 계십니다. 전자기기 자체를 사용했을 때의 건강 악화, 팝콘 브레인 등의 현상으로 두뇌 발달에 심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철이 없던 시절이라 그런지,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에도 여러 문제를 일으켰었습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무지성으로 기기 얘기를 하고 다니던 -Wls- 같은 성격이었던 것도 있고.. 페북에 저격글 썼다가 그게 당사자한테 전달되는 바람에 문제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부모님께서는 제가 기덕인 걸 상당히 못마땅해하십니다. 그래서 전자기기만 뺴고 풍족한 지원을 받으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노트5가 앞면에 박리가 생기고 뒷면이 깨지고 배터리는 광탈이었는데, 바꿔주실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그 다음부터 폰은 전부 제 용돈 모아서 사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기기와 관련된 얘기를 꺼내지도 말라고 하신 적도 있어서, 아마 제 노트5 상태가 어떤지 체감이 잘 안 오셨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굳이 알고 싶은 생각도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업보라고 생각하는데, 괜히 이런 불똥이 제 동생한테 튀는 것 같습니다...
저 때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신 것 같은데, 저 때는 없었던 제약들이 동생한테 생기고 있습니다.
제 동생이 첫 스마트폰으로 제가 쓰던 걸 물려받아서 쓰는 중인데 회선 개통한지 3일차에 보니까 카톡이 없는 겁니다? 딱 전화 only의 용도로, 폴더폰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해 주신 것 같았고.. 제가 없었으면 카톡을 안 썼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네요
(참고로 지금 동생은 초6, 저 당시에는 초5였습니다)
그거 말고도 제 동생이 지금 진로와 연관된 유명인 분에게 연락을 드리고 싶어하는데, 제가 인스타 DM 보내보라 하니까 부모님이 옆에서 인스타는 안 된다.. 라고 하시네요. 다른 경로가 있긴 하지만 DM이 제일 확률이 높을 거 같긴 한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물론 제가 DM을 대신 보내줄 수도 있고, DM 말고 다른 경로가 있긴 하지만 (해당 유명인 분의 개인 홈페이지인데 바로 답변은 안 오는 것 같습니다) 인스타가 그렇게 유해한 플랫폼인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페북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적은 있지만 인스타에서 그랬던 적은 없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안 들으려고 하십니다. 사실 이것도 제 업보긴 한데... 그냥 이제는 전자기기나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걸 싫어하시는 거 같네요.
저희 동생이 기덕이 될 기미가 보이니까 폰에 관심 있는 건가? 어떡하지? 라고 걱정하실 정도... 면...
https://meeco.kr/anonymous/34420207 <<< 아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는데 이 글 작성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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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야 이제 반년 뒤 성인이니까 상관 없어지는 문제긴 합니다만, 제 업보로 인해 괜히 제 동생이 피해를 입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좋은 부모님을 만났고, 충분한 지원을 받으면서 나름대로 유년 시기에 큰 탈 없이 자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거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노트북이 필요했던 수업에서 구형 17인치 노트북을 들고 다녔던 기억이나, 초딩 때 스마트폰 공기계조차 없어 단톡에 못 들어갔다거나 하는 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저는 그런 게 제 동생한테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복잡하네요. 괜히 모든 게 제 업보 떄문인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충분한 지원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최신 플래그십 하나 사기에 무리가 와서는 아니고 그냥 가치관 때문인 거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흔한 인생을 살아오진 않아서 그런지 흔한 경우는 아닌 거 같은데 댓글 하나씩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몰래 중고로 사고 걸려서 박살나고 점점 돈은 말라가고 악순환에 반복이었죠. 그러다 중학생때 외부 매대에 나와있는 스마트폰에 손을 댔습니다. 당연히 나쁜일인줄 알았고 숨어다녔지만 결국에는 걸렸죠. 이후에 스마트폰이 생기긴했지만 안드로이드가 아닌 바다os폰이었죠...당연히 이때도 서브로 굴리는 중고폰은 항상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은 현대사회의 그냥 삶의 일부분입니다. 이걸 막는다고 막히는것도 아니고 억누르다가는 터진다는걸 아셨으면 좋겠네요. 오히려 이런 억압이 거기에 집착하게 만든다는걸 저는 알았죠
저도 부모님이 서울에 사시면서 전자기기 빼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4살 차이나는 누나가 중1 때 베가를 산 이후에 sns(카카오페이지)에 중독되는 걸 보였기 때문에 절대 저한테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으셨습니다. 핸드폰이 코비->폴더폰->코비->슬라이더폰으로 저도 재수하기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대학 붙은 다음 s10+을 사주시고 3,4년째 쓰고있네요. 근데 사실 전 스마트폰이 없어도 관계부분이나 학교 생활부분에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어서, 반장도 고2까지 해보고(단톡에는 부반장이 공지 올리고) 문자로 애들이랑 서로 연락하고 그랬네요. 스마트폰 새로 산 이후에 인스타, 페북을 하고 있는데 적응하는데도 큰 불편함이 없고 바로바로 적응했습니다. 전 오히려 안 사주시는 것 때문에 전전과로 꿈을 틀어서 그때는 불편했지만, 지금이 훨씬 좋다라는 것을 느끼고 있네요. 동생도 성인이 되면 스마트폰을 사고 오히려 억제력을 청년기보다 보일 수 있어서 큰 걱정은 안하셔도 좋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읽어주신 분들께는 우선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기기들을 쓰고 있고 (아이폰 XR, 아이패드 에어4...) 제 모습? 을 부모님이 어느 정도 인정을 해 주시는 것 같은데
제 동생을 보면 괜히 폴더폰으로 고통받던 제 과거가 생각나는 거 같아서 마음이 복잡하다는 요지로 쓴 글이었습니다.
사실 제 동생이 킹반인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에 미코인들이랑 관점이 다를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괜히 제 업보라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