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참고 버티는 것도 더는 못 할 짓이네요.
- 익명의 미붕이89818359
- 조회 수 757
- 2023.08.01. 09:04
여자친구하고 2년 다 되도록 사귀는 중인데, 더는 부모님과 여자친구 사이에서 치이는 게 너무 지칩니다.
부모님부터 제 여자친구를 못 마땅해하고, 당신들 마음에 안 들거나 제가 조금이라도 말을 안 듣는다 싶으면 전부 다 여자친구한테 화살이 돌아갑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더 움켜쥐려는 게 보이고요.
반대로 여자친구도 눈치가 빨라서 탐탁지 않아하는 거 알고, 더 나아가서는 저희 부모님의 통제가 본인까지 닿으려고 하는 거 같으니까 따라줄 생각이 당연히 없고, 중간에서 벅차서 힘들어하는 제 모습을 보고 못 미더워하는 게 보입니다. 이제는 저에게 너하고 결혼을 해서 잘 지낼 지 의문이라고 할 정도로요.
첫 연애지만, 여자친구하고 있는 지금이 너무 좋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래서 결혼까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만나는 중입니다. 정말로 여기서 더 연애를 해 볼 필요성도 그럴 이유도 못 느낄 정도로 너무 행복합니다.
비록 첫 연애라서 경험이 전무한 저 때문에 여자친구도 상처 많이 받고, 집안에서도 갈등 만들고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졌다 생각이 들지만, 그래서 양쪽에서 온갖 싫은 소리 다 들었지만, 그래도 결혼할 때까지 어떻게든 내가 중간에서 참고 버티면 되겠지 하고 내 정신력이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르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버틴다는 생각으로 버텨왔습니다.
중간에서 서로 갈등 안 만들려고 병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둘 사이에서 싫은 소리 절대로 전달 안 하고, 거짓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부모님과 여자친구 둘 사이에 온갖 거짓말까지 해 가며 둘 사이에 최소한 부정적인 감정은 잠재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래도 안 되면 그냥 양쪽에서 제가 다 잘못했다고 뭉개버리면서 그렇게 버텼습니다.
그런데,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도 않았고, 이제는 저도 정신적으로 더는 못 버틸 지경입니다. 매주마다 어떻게 하면 싫은 소리 안 듣고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수 있을까, 무슨 일이라도 터질까, 부모님께는 나중에 결혼할 때 여자친구를 안 좋게 보면 어떡하지, 여자친구에게는 날 못 미덥게 보면 어떡하지 하면서 매일 전전긍긍하는 제 모습에 환멸까지 느끼고 이게 사는 건가 싶을 정돕니다.
이제는 부모님이 직장이며 생활이며 조금이라도 비틀리면 간섭하고, 외박이며 여행이며 심지어는 관계까지 남들 연애하면서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죄다 당신들 손아귀에 틀어쥐고 모든 부정적인 현상에 대해 여자친구를 탓하는 것도, 반대로 여자친구가 제가 이런 일로 중간에서 힘들어하고 갈피를 못 잡는 모습보고 못 미더워하는 시선도 숨 막힐 지경입니다.
그냥 다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지난 2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여태 부모님과 여자친구 사이에서 둘의 니즈를 다는 아니어도 최대한 만족시켜 주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둘 사이에 앙금만 더 키운 느낌입니다. 저는 저대로 지쳐서 나가 떨어진 지 오래고요.
이제는 정말 독립을 해야할 때가 왔나 봅니다. 양쪽에서 누구를 택일하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제가 지쳐서 더는 집에 못 있겠습니다. 월세든 생활비든 돈이 얼마나 나가던 간에 정신적으로 숨통만 트인다면야 싸게 먹히는 부분이고 별 신경도 안 쓰이네요. 어차피 꾸준한 벌이도 있겠다, 원룸 보증금도 대출 나오는 거 일도 아니니까 걸릴 것도 없겠네요.
저라고 부모님께 매번 잘 해드린 것도 아니고 크거나 작게 속 썩인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흔히 말하는 요즘 애들답지 않게 그 누구보다도 부모님 말씀에 최대한 순종하고 살았고, 효도한다는 마음으로 생활하는 부분에 있어서 최대한 많은 걸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내일 모레면 서른이 되어가는 자식을 아직도 당신들 손에 꽉 쥐고 안 놔주려고 하는 모습에 이제는 지칩니다. 더는 못 버티겠어요...
생애 처음으로 안 하려던 일을 하려니까 고민과 걱정도 많이 됐지만, 비단 제 여자친구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여자를 데려와도 이런 부모님이 있는 사람과 오랫동안 연애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그래서 결과는 똑같았을 거라는 생각에 어렵게 독립이라는 결론을 냈네요.
한편으로는 내가 부모님 속 후벼파는 후레자식을 자처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제 판단대로 해 보지도 않고 접고 들어가는 게 나중에 더 후회할 거 같아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가보렵니다.
진짜 냉정하게 님의 대응이 별로입니다.
중간에서 거짓으로 이쪽저쪽 대응해봐야
문제가 해결은 커녕 더 곪는겁니다.
똥 위에 흙 덮는다고 똥이 없어지나요?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는 나쁜시부모에 속터지는 며느리
그리고 방관하는 남편
딱 이 시나리오랑 다를바가 없는 겁니다.
결혼을 생각할 만큼 사랑한다면
아무리 부모님이라도 선을 딱 긋고 강하게
자신의 생각을 관철해야 됩니다.
부모님도 가족이고 와이프도 가족 이지만
앞으로의 님 인생에서
부모님은 "우리" 가족이고
와이프는 "내" 가족 입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원해서 내가 만든
"내" 가족이 와이프 인겁니다.
님의 자주적이고 행복한 미래를 기원합니다.
선생님, 여자친구쪽 의견은 많이 받으셨을테니, 저는 부모님 입장에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여자친구분이 어떤분인지 저는 보지도, 겪지도 않았기에 말씀드리는게 조심스럽지만, 부모님이 정말 싫다고 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긴 합니다. 물론, 부모님 사상이 자식은 우리의 소유물 이라는 생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보통의 부모님이라면, 콩깍지에 씌인 선생님이 못보고 있는 부분까지 보고 계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에서 결국 부모님 편을 들었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가 못보던 부분까지 보고 계시더라구요. 오히려 더 좋은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어 곧 결혼 예정입니다. 너무 여자친구만 감싸려 하지 마시고, 왜 부모님이 이렇게 까지 싫어하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세요.
만약 냉정하게 생각해도 부모님이 이상하다 싶으시면, 그때 행동해도 늦지않습니다. 경제적 완전 독립을 하세요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건 지금이라도 당장 가능합니다. 그게 크게 문제될 거 같지는 않습니다. 직장도 있고 원룸 얻을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저도 말씀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깨진 게 벌써 2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직 집에 얹혀사는 신세지만 이렇게까지 통제하려고 드는 게 일반적이진 않다고 생각이 드네요.
위에서도 저나 다른 분들이 달아준 댓글처럼 비단 지금 여자친구가 아니라 그 누구를 데리고 온다고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한 번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도 머릿속이 복잡하네요. 차라리 어느 쪽이 정답인지 명확하게 나왔으면 할 정도로요.
지금 여자친구가 아니라 다른 여자친구..
아니 다른 문제에도 부모님이 사사건건 반대하는게 그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