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망한 재수생입니다
- 익명의 미붕이29954679
- 조회 수 809
- 2023.11.19. 09:47
현역 때 공부 던졌다가 지방 사립대 성적 받고 바로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그랬는데 이번에 그냥 처참하게 말아먹었네요
평소에 물리 잘 못 해서 우선 맞출 수 있는 비역학 문제부터 좀 집중하자 이런 마인드였는데
갑자기 2페이지에 역학 4문제가 나와버렸습니다 (처음 보는 문제 배치였어요)
역학이 물리의 핵심적 부분이긴 해서 결과적으로 제 탓이긴 합니다만
완전 쌩으로 삼수는 못 하겠고
탐구 한 과목 반영하는 대학 찾아보면 인서울 맨 끝부터 시작하는 거 같고
그냥 마음이 복잡하네요...
저는 고2때까지 공부가 하기 싫어서 안하다가 고삼때 시작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첫 수능때 24552받고 남들 대비 투입 시간 절대량이 부족해서 성적이 이렇게 된거다 라는 확신이 들어서 재수했었죠.
그래서 재수때는 6,9모 둘다 중경외시 라인 갈 성적이 나와서 기대했는데 수능이 22211에 국어 수학 둘다 2턱걸이라 국숭세단 이상은 갈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사실 삼수할까 진지하게 고민했었습니다 국숭세단은 재수하면서 단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던 학교 수준이라서요.
그런데도 삼수까진 하고 싶지 않고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집에서 가깝고 등 여러이유로 그냥 입학했고 지금 졸업반인데 저는 그때 삼수 안한거 후회안합니다.
대학에 막상 들어가보면 대학 이름보다 중요한건 내가 대학에서 뭘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학교에서 너무 귀중한 경험을 많이 했었습니다. 더 높은 학교를 갔어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네요.
입학하기 전에 해외인턴십이나 학교내에서 할수 있는 활동이 뭐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보세요 단과대 공지사항 들어가보면 대충 뭘 할 수 있는지 감이 올겁니다. 물론 좋은 학교들이 재원이 충분해 좋은 프로그램이 더 많을 가능성도 높습니다만, 학교들도 경쟁력을 위해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해보려고 노력하기에 찾아보면 충분히 좋은게 많을겁니다
일단 원서전형까지 잘 마무리하고 붙은 학교들을 커리큘럼과 학내활동 기반으로 잘 평가해보세요. 그리고 맘에드는 학교가 있다면 그 학교로 가서 최선을 다하고 없다면 삼수를 그때 결정해도 안늦습니다. 2월에만 시작해도 안늦는다고 생각합니다.
화이팅입니다
저는 삼수 해서 비로소 성공했습니다.
입시 공부, 특히 수능 공부라는게 굉장히 계단식으로 실력이 늘기 때문에 '한 걸음'의 차이가 크게 나더라구요. 글 쓰신 것 보면 생각보다 수능 성적이 덜 나온 것 같은데 수능날 말아먹은 실력은 사실 본인 실력은 아니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내년에도 수능날에 말아먹을까요? 그건 아니거든요.
거기다가 아무래도 삼수까지 갔으면 부족한 몇개 과목을 제외하면 나머지 과목들에 대한 부담은 적지 않나요? 저는 그랬습니다. 그런 관계로 부족한 과목들에 집중하면서 공부할 수 있고 정말 그게 많이 도움이 됩니다. 물론 순 공부시간을 늘려서 다른 과목들도 향상, 혹은 적어도 현상유지는 해야겠지만요.
제 과외돌이들한테도 항상 하는 말이지만, 공부에 왕도는 없습니다. 어느 순간 불현듯이 '유레카'를 외치며 성적이 10점씩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유레카'를 외치며 성적이 10점씩 올라가려면 그 바닥에는 수천, 수만개의 문제를 풀면서 쌓은 본인만의 루틴과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야겠죠.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 말고 공부하는 시간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조금 빡세게 관리하는 재수학원이나, 독학재수라도 휴대폰 수거하고 뒤에서 조교?들이 감시하는 빡센 학원들을 추천드립니다. 아무래도 혼자 의지를 갖고 하는 것과 타인이 개입해서 시키는 것 중에 효과는 후자가 좋기 마련이거든요.
지금은 푹 쉬시고, 2월이나 3월즈음 본인이 충분히 준비되었다고 느낄 때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휴학반수를 준비하고 계시다면 새터나 오티, 엠티 같이 새내기 기분 충분히 느끼시고 본인이 괜찮다 싶을 때 시작하면 됩니다.
삼수라는게 인생의 큰 오점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별로 큰 차이가 나는 게 아닙니다. 스무살 때에나 2년 차이가 커 보이지, 40대 50대 되어서 두세살 차이가 대수인가요 ㅎㅎ
위에 선생님 말씀대로 시간이 조금 흐른뒤에 보면 2~3년 늦게 시작하는거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대학입시나 공무원시험, 고시처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자꾸 남들과 비교하면서 위축되고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부분이 참 극복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걸음 물러서서 숨을 고르시고, 미래에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한번 그려보세요. 일년 더 도전해 보실 수도, 일단 대학생활을 시작해보고 반수나 편입같은거에 도전해 보실 수도 있고 학사 취득 후 더 명망있는 학교의 대학원에 도전해 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게 되더라도 결국 목표를 이루시길 응원하겠습니다!
물리는 한 번 깨닫고 나면 괜찮은데 거기까지가 좀 어렵죠.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