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자유 게시판

자유로운 대화공간입니다. 회원간의 예의는 지켜주세요.

숲속의참치

폴드를 기다리던 지난 일년의 이야기

 

1. 미래는 어떻게 도래하는가

 

제가 갤럭시 폴드를 처음 만난 것은 2018년 9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날짜를 기억하는 건 이 날이 미니기기 코리아라는 사이트에 가입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날에 제가 들은 소식은 삼성이 SDC라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폴더블 디바이스의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공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가 폴더블 디바이스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디스플레이를 반으로 접는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어떻게 접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과연 ‘어떻게’ 다가올지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는 미래는 모든 이론과 사고실험 아래에 구축되어가고 있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야기는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사회적인 공론장 위에 놓이게 됩니다. 여기에는 기술적 가능성만이 존재할 뿐, 그것이 정말로 실현되는지 아닌지, 또는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가 도출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고려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그것이 가능한지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 지라는 물음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갑니다. 그것은 어차피 아직은 도래하지 않을 미래이기에 우리는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무한한 가능성에 몸을 던지는 것이지요.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말을 쓰고 나니 <토이 스토리>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자신이 정말로 우주인이라 믿던 버즈 라이트이어는 하늘을 향해 뛰어내리며 해당 대사를 합니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라고 말이죠. 물론 그는 장난감에 불과했기에 뒤늦게 큰 실망을 하게 됩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런 정체성을 인정하고서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예컨대 자신이 생각하던 이상에 근접하지 않는 것은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상이라는 것은 삶의 모토일 뿐, 그것이 내가 되어야 하는 무언가를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무엇이 된다는 것은, 이미 되었다는 현재 완료형의 수사가 아니라 그것으로 되어 간다는 현재 진행형의 수사이기 때문입니다.

 

처맞아 보라.jpg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배터리가 터지기 전까지는)

 

우리는 되어 갑니다. 늙음도 그것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산다는 것은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죽음이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곳에 도착한 것뿐입니다. 미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바로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닿을 수 없는 ‘우리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부여잡고 올라가는 동아줄입니다. 우리가 미래를 목격한 순간 우리는 이미 그것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그렇게 올라간 후에 다시 목격한 미래는 우리가 이미 부여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쇄가 반복되면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제품의 발표 소식은 꽤 당황스러웠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것이 개발 중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이 도래의 시간이라는 점은 몰랐으니까요. 말하자면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발표는 갑자기 현재에 튀어나온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차곡차곡 발전해나가는 중이었을 겁니다.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를테면 벤야민은 현재가 과거로부터 사후적으로 도래한다고 말했지만, 분명 미래는 그것과 다릅니다. 과거는 그것을 들여다봄으로써 현재를 구축할 수 있지만, 미래는 우리의 앞에 있기에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그냥 지금 이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쉽게 말해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과거가 나를 있게 하지만, 미래는 지금부터 차분히 나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우리가 이미 폴더블 디스플레이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겁니다.

 

포풍전야.. 세르게이가 간다.jpeg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허접한지 내 인생이 레전드인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2. 청춘에게 성장이란 말은 너무 달콤해 

 

시간이 흐르고 11월 7일이 되었습니다. 이날은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가 열리는 날입니다. 실은 저도 SDC라는 게 있는지 이번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허나 기존에 알았든 몰랐든 간에, 이번에 열리는 컨퍼런스는 특별합니다. 전시회가 아닌 곳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시제품이 공개된다는 것은, 앞으로 이것을 꼭 해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니까요. 그 말인즉슨, 이것은 기술쇼가 아니라 현실이 된다는 것입니다. PPT 같은 곳에서 온갖 이론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누구나 그럴싸한 생각을 하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이론과 이상은 확실히 다릅니다. 그러니 그런 이상을 남들 앞에서 공표한다는 건, 내가 이걸 꼭 이루어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어쩌면 그런 모습에 반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 있게 공표하는 모습이 사기꾼의 그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신념을 가지고 노력한다는 점만큼은 젊음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다르게 말하면 저라는 사람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청춘인 만큼,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잘 안되고 자꾸만 뒤처지는 듯한 느낌이 너무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오래전부터 차분히 준비해온 기술을 세상에 공표한다는 선언이 우리 앞에 도착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선언은 미래로 나아가는 표식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우리의 과거로부터 사후적으로 도래한 현실이었던 것입니다.

 

우스꽝스러운 소리지만 이런 생각을 하니 기술에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나는 어디쯤 왔을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이 저 너머에 있다면, 지금의 내가 보여줄 수 있는 하나 더 (One more thing)는 무엇일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어쩌면 지금의 내 모습은 차분히 준비해온 내 모습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 말 그대로, 뜨거운 청춘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기술이라는 단어에 접목되어 일종의 시너지를 냈습니다. 이 두 가지 단어는 언뜻 보면 상통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열정을 가진 따끈따끈한 무언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응원하게 된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스패셜한 원 모 띵.jpg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줄 알았습니다)

 

여기에 무언가를 접는다는 점 또한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SDC 발표에서 삼성이 강조한 부분은 이것이 접는 화면이 아니라 ‘펼치는’ 화면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스마트폰을 왜 접어야 하느냐고 묻는 게 기존의 것을 개선해 단순히 휴대만 용이하게 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데요, 반대로 ‘펼쳐야 하는 이유’를 부여하면 넓은 화면으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말 그대로 전자가 기술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사용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 말합니다. 즉 펼친다는 말은 성장의 증표입니다. 그리고 청춘에게 성장이라는 말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안다면, 그걸 쉽게 외면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현재 갤럭시 폴드라고 알려진 것의 시제품이 SDC 현장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어둠을 틈타 정체를 숨긴 이가 자신의 주름을 감추고 나타났을 때, 적어도 현장에서만큼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작은 디스플레이가 커다란 디스플레이로 전환되는 과정이 굉장히 부드러웠는데, 그게 저에게는 마치 미래로 향하는 문이 부드럽게 열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를테면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에드워드 엘릭이 연금술의 문을 열었을 때처럼, 그것은 미래를 연성하는 포문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연금술에는 대가가 있어야 합니다. 이른바 등가교환입니다. 이때 저는 미래로 향하는 문을 열기 위해 대가로 바치는 게 뜨거운 열기만큼의 작열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처받지 않으면 안 됩니다. 누군가에게 뜨거워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데여봐야 합니다. 이것은 연애의 기본이자, 미래로 향하는 것의 준비입니다.

 

3.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시간이 흐르고 2월 21일 새벽 날에 갤럭시 언팩 2019년도 행사가 있었습니다. 행사 이전부터 현재 갤럭시 폴드라고 알려진 제품이 어떤 이름으로 발표될지, 혹은 이번 행사에서 정말로 발표될지와 같은 무수한 추측이 떠돌고 있었습니다. 마치 비 오는 날 공기 중에 떠도는 물방울 입자처럼 그것들은 저의 귓가에 앉아 마음을 촉촉하게 했습니다. ‘미래를 펼치다’라는 홍보문구가 해외의 한글 포스터로 내걸릴 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아직 몰랐지만, 그런 기대감을 안고 밤을 새우려 마신 커피가 방광을 자극해 화장실을 다녀오게 할 무렵, 이제 막 시작한 갤럭시 폴드 언팩 행사의 도입에서부터 갤럭시 폴드의 티저 영상이 나올 때의 감정은 일본이 패망했다는 소식을 주워듣고 그게 정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1945년 8월 14일의 한국민과도 같았습니다. 말 그대로, 일본이 미국에 진주만 공습을 가했을 때 미국의 심정처럼 저는 놀랐습니다.

 

갤럭시 폴드의 발표는 이미 다 유출된 갤럭시 S10 제품에 대한 기시감을 지우기에 충분했습니다. 덧붙여서 이것이 갤럭시 브랜드의 10주년이라는 점을 증명함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차후 10년을 증명한다는 점 또한 분명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게 갤럭시 팬보이들의 마음을 자극했다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이제 막 10주년이 될 무렵의 시점에서, 스마트폰의 첫 등장 당시에 아직 어린 저가 지금은 어엿한 청년이 되었고, 한창 고민하는 청춘의 나이에 다음 10주년이 이것이 되리라는 점을 말해주는 듯 보였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흘러 4월 초가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갤럭시 폴드에 관한 소식은 흘러나오지 않았습니다. MWC에서나 백설공주처럼 유리관 안에 고이 모셔져 주름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을 뿐입니다. 그리고 또 다시 시간이 흘러, 죽은 줄로만 알았던 친구는 어느 날 갑자기 엠바고가 풀리면서 온갖 리뷰가 세상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이것이 축포의 일종이었다면 단발포가 아니라 기관총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것이 축포가 아니라 고사포였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유리관에 누워있던 백설공주는 아직 독 사과를 뱉은 게 아니었던 겁니다.

 

장성택 처형은 고사포다.jpg

 

(고사포를 맞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마치 세상에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

 

갤럭시 폴드는 힌지 사이의 틈새를 통한 이물질 삽입 및 메인 디스플레이의 힌지 부위 틈새를 통한 이물질 삽입으로 고장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사용상에 중대한 결함으로, 해외의 언론에게 호되게 두들겨 맞았습니다. 이게 정말로 출시할 물건이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육안으로 확인되는 큰 공간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저는 결함에 대해 왜 그렇게 설계했는지 화가 났는데, 첫 번째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결함이라고 생각되었고, 두 번째는 9월부터 기다린 제품이 다시 한 번 연기될 조짐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연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결함을 발견하고 피드백을 준 대가로 모든 리뷰어에게 감사 편지를 발송했다고 합니다.

 

4. 고도를 기다리며

 

본능적으로, 단기간 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S10 5G 모델을 구매했습니다. 이제,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올랐습니다. 이 희곡에는 두 명의 남성이 나오는데, 그들은 고도라는 남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극이 끝날 때까지 고도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단지 두 남자가 헤매는 모습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심지어 두 남자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아무 말이나 던지면 아무 말로 응수하는데 그게 말이 통합니다. 소위 말하는 아무말대잔치인 것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jpg

 

(사무엘 베케트는 미남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폴드를 둘러싼 무궁무진한 말들이 떠돌았습니다. 이것은 마치 산 위로 올라간 차라투스트라에게 쏟아지는 의혹처럼 정체는 있지만 실체는 없는 이상한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무렵에 저는 운 좋게 성공한 덕후가 되어서 실제로 갤럭시 폴드를 사용 중이라는 UT (User Test)분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만남은 짧았지만 얻은 게 많았습니다. 세간에 떠도는 의혹 사이에도 여전히 그가 살아있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제가 폴드에 대해 진행한 여러 사고 실험을 실물을 통해 완성 지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 모든 것은 제가 생각한 그대로였습니다. 사야 할 이유보다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으러 간 것이었는데, 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단순히 미래를 펼친다는 희망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하는 기기 패턴에 대해서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던 겁니다.

 

5월이 되었습니다. 5월 안에 나온다고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6월이 되었습니다. 6월 안에 나온다고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7월이 되었습니다. 7월 안에 나온다고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6월 안에 간담회를 연다던 고동진 사장의 말은 지켜지지 못했고, 7월에는 우리가 성급했다는 고동진 사장의 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말이 갤럭시 폴드의 근황에 대한 모든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사라진 폴드에 대해 알지 못했고, 연예인의 갑작스러운 은퇴에 풍문이 돌 듯 폴드에 대해서도 여러 루머가 돌았습니다. 에어파워처럼 개발이 중지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고, 어차피 나와봐야 불량품 이미지를 못 벗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국, 고도를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전국 유명 빵집.jpg

 

(전국 유명 빵집! 실구매가 0원!)

 

7월의 중순에 보니, 통신사의 5G 시장 선점계획으로 인해 투여된 보조금 폭탄이 갤럭시 S10 5G 단말기를 빵집으로 만들었습니다. 카드 할인을 받아 출고가 140여만 원에서 122만 원으로 구매한 S10 5G 자급제 단말기의 중고가는 석 달 만에 70만 원까지 추락했습니다. 날개 달린 것은 언젠가 추락하기 마련이지만, S10 5G는 날개가 달린 적도 없는데 시원하게 추락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이미 날개를 잃고 추락한 갤럭시 폴드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이 무렵에 저는 이상의 <날개>의 마지막 부분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의 도입부가 크로스오버됨을 느꼈습니다.

 

이상의 <날개>의 마지막 장면은 “날자. 날아보자꾸나.”라는 말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는 주인공의 모습입니다. 열린 결말로 추정되지만 대체로 자살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의 도입부는 “부끄럼 많은 생을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입니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은 비참하게 죽습니다. 우등생이라면 우등생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이 마약에 찌들어 처참하게 죽어갈 때 이 소설의 도입부는 결말과 연결됩니다. 이게 앞에서 말한 폴드에 대한 저의 생각, 그 미래에 대한 희망이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007 갤럭시 폴

 

007 갤럭시 폴.jpg

 

(이 영화를 기점으로 007 시리즈는 중대한 변화를 맞습니다)

 

그러던 와중, 7월 25일에 갤럭시 폴드가 9월에 출시된다는 삼성전자 뉴스룸의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얼굴을 비친 격이라 아직 죽지는 않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8월 말이 되었음에도 폴드는 소식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싶어서 대기하던 와중에, 8월 26일 언론에는 갤럭시 폴드가 기존에 알려졌던 9월 18일에서 2주 앞당겨진 9월 6일에 정식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동안의 제 경험에 미루어보면 통신사 내부의 자료는 거의 100퍼센트 들어맞기에 이 소식은 희소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렴한 구매를 위해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그리고 9월 2일 오후에 갤럭시 폴드의 사전예약이 시작되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이에 저는 그동안 갤럭시 폴드를 기다렸던 이들을 모아 갤럭시 폴드 구매 태스크포스를 설립했습니다. 이른바 GBTF입니다. 이 방에 모인 이들은, 아직 언론에도 전해지지 않은 갤럭시 폴드의 구매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입수해 야밤에 회의를 거쳤고, 다음 날 오전인 9월 3일 10시 반에 11개의 메가 스토어 지점에 달려갈 것을 도모했습니다.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이들의 정보는 실시간으로 공유되었고, 어느 지점에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직원이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어볼 정도로 이들의 정보력은 대단했습니다.

 

저 또한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디지털프라자에 잠복하고 있었으나, 이곳에서는 예약을 받지 않았습니다. 디지털프라자에 내려간 공문을 아직 모르고 있던 겁니다. 그런 와중에 저는 메가스토어에서만 15대 한정으로 예약을 받는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또한 유선상으로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는 당장 김해 메가스토어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며칠 전인 8월 15일에 새로 개장한 김해지점이 메가스토어라는 사실을 기억해낸 것입니다. 그렇게 9월 3일 오전 10시 38분에 갤럭시 폴드의 블랙 모델을 결제했습니다.

 

이후 입고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9월 7일에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9월 5일에는 기나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는 수도권에 거주 중이니 아무래도 택배로 받아볼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면서 2018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지난 1년간의 기다림을 단 하루에 모으다가, 태풍 때문에 택배가 하지 않는다면 퀵으로 당일 받으면 될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김해에서 수도권까지 퀵으로 받으면 비용이 매우 비쌉니다. 그래서 알아보니 고속버스 퀵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고속버스 터미널끼리만 연결되어서 비용이 매우 저렴하더군요. 김해점 담당자에게 고속버스 퀵으로 보내달라고 하였고, 오후 3시에 입고된 제 폴드는 오후 6시에 발송되어 오후 11시에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6. 폴벤져스 : 엔드게임

 

이젠 모든 것이 끝이야.png

(결제만 남았어. 마지막 단계야.)

 

기기를 수령하고 개봉했음에도 별다른 기쁨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달 정도 기다렸다면 모를까, 이미 너무 오래 기다려서 현자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어쩌면 지난 4월에 이미 모든 가설을 검증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개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면서 그에 따라 가설을 수정하기도 했고, 그 부분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실은 4월에 실물을 영접하면서 너무 많은 기쁨을 미리 느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렇게 지난 1년 간의 기다림이 끝났습니다. 다만 기기를 수령하고 나서 보니 아직 단말을 수령하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 착잡하게 느껴졌습니다. 누구는 일 년을 초주검 상태로 기다려왔는데, 고작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을 가지고 배송이 늦다고 말하는 걸 보니 그랬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을 어느새 하는 자신을 보고, 내가 초기 구매자에 들지 못했다면 혀를 깨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삶에서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는 물건이 몇이나 더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감정이나 상실에 대한 슬픔을 배웠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론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현장으로는 처음 겪어보았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누군가를 두고서, 그가 이미 죽었다거나 또는 이제는 그만 기다리라고 하는 식의 발언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도 문제가 된 바가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때 당시에 저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욕하는 쪽이었지만, 진정한 마음으로 통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게 어떤 감정인지를 잘 알기에, 허울뿐인 말이 아니라 진정으로 위로를 전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 저 자신의 성장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저는 기술이 펼칠 미래를 긍정하는 기술 긍정론자입니다. 동시에 매체론자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저의 생각은 많은 반대에 부딪힌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저는, 기술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만드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낭만과 사랑을 바칠 수 있다는 점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술에 대한 공포를 이겨낼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러다이트 운동과 알파고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또는, 동굴에 손가락으로 벽화를 그렸던 우리가 붓이라는 도구로 회화를 그려냈다가 스마트폰이라는 도구에서 손가락으로 터치하게 된 것은 어떤 변화를 우리에게 예고할까요?

 

 

 

기계를 다 뿌셔.jpg

(누가 우리에게 이런 재앙을 내렸을까요?)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제 와서 돌아보면 그런 것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예컨대 이것은, 과거로부터 사후적으로 도래하는 현재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익숙히 아는 미래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진실한 의미의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여태까지 갤럭시 폴드를 함께 기다려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폴드당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https://youtu.be/PUv45asLIHk

 

2019-09-06 23.35.10.jpg

2019-09-07 04.43.41.jpg

 

 
댓글
34
하늘
1등 하늘
2019.09.11. 00:42

나갈 생각 하지마세요

 

KakaoTalk_20190725_112314108.jpg

[하늘]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Memeko
2등 Memeko
2019.09.11. 00:41

또 탈퇴하시면 밴입니다

[Memeko]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Havokrush
3등 Havokrush
2019.09.11. 00:42

결국 지르셨군요 ㄷㄷ

[Havokrush]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A7S2
A7S2
2019.09.11. 00:45

꿈은☆이루어진다

[A7S2]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셈숭전자
셈숭전자
2019.09.11. 00:49

저번에 삼공카에서 인증한거 봤는데 삽오짐은 처분하시는건가요

[셈숭전자]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sands
sands
2019.09.11. 00:49

꿈은 이루어진다ㄷㄷㄷ

[sands]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서린
서린
2019.09.11. 01:01

폴드 구매와 함께 나타나실 줄 알았습니다 ㅋㅋ

[서린]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하렌쿠우
하렌쿠우
2019.09.11. 01:03

글 정말 잘 쓰시네요....

[하렌쿠우]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nov
nov
2019.09.11. 01:11
[nov]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제도샤프
제도샤프
2019.09.11. 01:35

존버성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도샤프]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허크크
2019.09.11. 01:50

엌ㅋㅋㅋㅋㅋㅋ원조 폴드당 입성..

[허크크]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바고부
바고부
2019.09.11. 09:10

님 오라고 했잖아요

[바고부]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FlatSound
FlatSound
2019.09.11. 10:16

ㅋㅋㅋㅋㅋㅋㅋㅋ

[FlatSound]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SKYPROBE
SKYPROBE
2019.09.11. 13:54

ㅋㅋㅋ 컴백하셨네요

[SKYPROBE]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난민
난민
2019.09.11. 15:33

폴드담당일찐 재등장

[난민]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해물파전
해물파전
2019.09.11. 23:19

이야~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해물파전]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제프
제프
2019.09.12. 09:44

원조 당주님 ㅋㅋㅋ

[제프]님의 댓글을 신고합니다. 취소 신고
취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자유게시판 이용수칙 190501 수정 admin 18.08.04 7 2936
핫글 현직 병원 입원실입니다 [14] update 바인더7CM 19.09.20 3 261
핫글 S10 예판 나름 알찼네요 [9] sands 19.09.20 2 201
21620 교수 볼때마다 드는 의문점 [4] chromium 19.09.11 0 81
21619 갱-남 갑니다 sands 19.09.11 0 40
21618 요즘 갤럭시 폴드 들고 다니면 듣는소리.. [10] Futuristics 19.09.11 0 261
21617 윈도우에서 PDF 편집 변환 어떤 프로그램 쓰시나요 [1] [성공]함께크는성장 19.09.11 0 42
21616 생각할수록 열받네요 [5] 범죄자호날두 19.09.11 0 91
21615 노트10으로 바꿀까봐요 [9] 바인더7CM 19.09.11 0 151
21614 '빚투 논란' 마이크로닷 부모, 각각 징역5년·3년 구형 [2] 기변증 19.09.11 1 145
21613 모아보기 보니 미니기기 코리아 맞네요.. [5] sjkoon 19.09.11 0 151
21612 점점 애플과의 벽이 높아 지는 느낌 [4] 타령총각 19.09.11 0 232
21611 오늘은 sands 19.09.11 0 35
21610 책상 하나 해 먹었네요 -_-;;; [32] Havokrush 19.09.11 0 189
21609 ??? : 갓스물 이벤 안되는 흑우없제? [19] file 김태리 19.09.11 0 307
21608 한컴 자의식 과잉.. [6] file 곰발바닥 19.09.11 0 254
21607 피파20 데모나왔네요 [2] 범죄자호날두 19.09.11 0 60
21606 아니 콜옵 살려고하는데 [3] 범죄자호날두 19.09.11 0 68
21605 [오늘날씨] 전국 곳곳 비, 중부 시간당 50mm 폭우, 남부 낮최고 32도 폭염…미세먼지 좋음 [1] 뉴스봇 19.09.11 0 29
폴드를 기다리던 지난 일년의 이야기 [34] file 숲속의참치 19.09.11 12 524
21603 갓스물 이벤트 당첨되었네요ㅎㅎ [7] file Rose파스타 19.09.11 2 132
21602 궁금한게 시코랑 다른곳이죠 [6] 레오 19.09.11 0 147
21601 정의역전세계.gif [2] file 갤럭시S2 19.09.11 0 150

스킨 기본정보

colorize02 board
2017-03-02
colorize02 게시판

사용자 정의

1. 게시판 기본 설정

게시판 타이틀 하단에 출력 됩니다.

일반 게시판, 리스트 게시판, 갤러리 게시판에만 해당

2. 글 목록

기본 게시판, 일반 게시판, 썸네일 게시판만 해당

썸네일 게시판만 해당

썸네일 게시판만 해당

썸네일 게시판만 해당

썸네일 게시판만 해당

3. 갤러리 설정

4. 글 읽기 화면

기본 10명 (11명 일 경우, XXXXX 외 1명으로 표시)

5. 댓글 설정

일정 수 이상의 추천을 받은 댓글에 표시를 합니다.

6. 글 쓰기 화면 설정

글 쓰기 폼에 미리 입력해 놓을 문구를 설정합니다.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