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본성은 위기에서 나온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 Havokrush
- 조회 수 178
- 2020.05.03. 08:11
양가에서 모두 막내다 보니 일종의 관찰자 입장에서 별의 별 이야기 다 듣고, 못 볼 꼴 다 보면서 느낀 거지만
사람의 본성은 뭔가 크게 와 닿을 만한 이벤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걸 여실히 느낍니다.
특히 저희 집안의 못 볼 꼴은 대부분 친가에서 나온 것들인데
미코에서 몇 번 언급 했었던 할머니 살아 생전부터 시작된 재산 문제부터 시작해서
(정말 근본적인 원인은 재산 상속을 모든 형제들에게 납득이 갈 만한 수준으로 하지 못한 할머니께 있지만 말이죠.)
할머니 임종 때는 그 많은 아들, 딸 중에 저희 아버지 포함 두 명? 세 명만 왔었고
이후 장례식에서도 장례 비용 때문에 (나머지 집안 입장에서는) 재산 상속에서 가장 많은 상속분과 혜택을 받은 종갓집에서 내줘야 한다, (종갓집 입장에서는) 그냥 모든 집안에서 N분의 1해서 해결해야 한다 이런 걸로 말 많았었고
심지어 종갓집에서 노른자 같은 땅 대부분 다 가져가고 남은 찌끄레기를 받은 거나 다름 없는 나머지 형제들 사이에서도 재산 문제만 나왔다 하면 자기가 가진 상속분 지킨다고 눈치 보기 급급하고
이런 걸 보면 정말 전후 상황이 뒤바뀔 정도로 영향력이 큰 사건 앞에서 사람 본성이 속속히 까발려지는구나 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전체 유산에서 최소한 2/3은 종갓집이 가져갔고, 남은 1/3 가지고 또 1/4등분해서 노나 먹은 꼴인데
(그나마 고모들이 상속에서 배제된 상태라는 게... 애초에 같은 자식인데 배제 당한 것도 웃깁니다.)
다른 형제들에 최대 10배 가까이 먹은 집안에서 장례 비용을 N빵 하자고 말 나온 게 얼척 없는 이야기죠. 애초에 유산을 일방적으로 종갓집에 몰아준 거나 다름 없는 것도 문젠데, 그렇게 분배한 것도 할머니께서는 장남이니까 받은 만큼 책임지고 동생들 편하게 잘 해 주라는 의미에서 준 건데요...
훗날 할머니께서 극대노 하셔서 재산 분할 다시 하자고 했지만, 이미 실권이라고 볼 수 있는 재산이 다 종갓집으로 넘어갔는데 종갓집에서는 대꾸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므로 그냥 없던 일이 되어버렸죠 뭐...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는 말. 괜히 있는 말 아닙니다. 선생님도 집안문제로 여러가지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하나? 이런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읍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면 서예와 독서에서 그 길을 찾아 보았읍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사자소학과 천자문을 공부 했읍니다. 그리고 중국 춘추전국시절 책들과 소설을 많이 읽었읍니다. 혼란한 시대의 사람들 철학 속에서 무언가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