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VR게임역사의 시발점이 될 듯 합니다.
- Stel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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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3.24. 19:58
지금 플레이 영상 보고 있는데.... 그동안은 솔직히 고급 상호작용 시간때우기 및 어트랙션 체험에 불과하던 VR게임이, AAA 업체가 마음먹고 만드니 정말로 VR '게임' 이 된 것 같습니다.
일단 그래픽. 그 동안의 VR게임은 제작사 규모때문에 좋기 힘들기도 했지만, 상호작용의 신기함 때문에 구린 그래픽이 어느정도 용인되는 느낌이었는데,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그래픽이 매우 좋습니다. VR게임 중 가장 좋을 뿐 아니라, 그냥 요즘 나오는 AAA급 타이틀하고 비교해도 막 떨어지진 않는 수준이에요. 남이 플레이하는거 스트리밍으로 봐도 그런데 실제로 VR장비 끼고 3D로 본다고 생각하면... 불만이 나오지조차 않을것 같습니다.
또 상호작용이 완벽하진 않아도 지금까지 나온 VR 게임 중 가장 자연스럽고 훌륭한 수준입니다. 캔을 손으로 세게 쥐면 쥐는만큼 찌그러지거나(이건 밸브 인덱스가 필요하긴 하지만요) 자전거 바퀴를 세워서 던지면 굴러가거나...
그 뿐만 아니라 VR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익숙해 질 수 있도록 초반 레벨디자인(튜토리얼)이 억지가 없이 자연스럽습니다. 1998년 하프라이프가 등장해서 FPS 역사를 영원히 바꿔놓은 것과 비슷한 인상이에요.
마지막으로 스트리밍 시대라는걸 인식하고 있는지, 스트리머들을 위한 옵션을 제공합니다. VR 게임은 일반적으로 내가 플레이하면 몸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멀미가 덜하지만, 남이 플레이하는 화면을 그대로 보면 미세한 떨림과 움직임때문에 멀미가 매우 심합니다. 근데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스트리머가 방송할 때 시청자에게 보여지는 영상은 강제로 스무딩을 넣을 수 있어요. 이걸 넣으면 보는 사람은 그냥 FPS 게임 하는걸 보는 느낌입니다.
20세기 말에 하프라이프로 혁명을 불러왔던 게임 개발사인 밸브가 21세기에도 다시 한 번 하프라이프로 혁명을 일으키려는 것 같습니다. 하프라이프 알릭스 게임 자체만 보면 VR게임이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고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모멘텀은 충분해 보입니다. 신기함을 체험하기 위해 VR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VR은 단지 도구일 뿐이고 정말로 게임을 즐기기 위한 게임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VR 자체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VR을 돌리기 위한 PC도 비싸고, VR장비도 비싸니...
이분 클립보니까 내려진 셔터 밑으로 권총든 손 넣어서 쏘더군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