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요즘 폰들이 비싸진 건, 그냥 비싸져야 해서 그런 겁니다
- 1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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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4.20. 12:33
아래 글 보고 써봅니다. 요즘 폰들이 비싸진 건 아이폰 때문도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소비자 눈치 보느라 못 올리고 버티고 있던 걸 아이폰X가 해금해준 것에 가깝습니다. 무슨 소린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한참 전부터 포화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판매량뿐만 아니라, 사양과 기능도요. 사양 중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디스플레이와 AP 성능이겠죠? 디스플레이는 그래서 높아질 만큼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이폰 11 프로와 갤럭시S20에 들어간 OLED 품질은 전문가용 모니터가 울고 갈 수준이에요. AP 성능은 원래 매년 거의 2배씩 좋아졌는데 요즘은 1년에 30% 상승하면 대박이죠. 램이나 내장메모리를 무한정으로 넣을 수도 없구요. 성능은 갈수록 좋아지는데 차별화 요소는 갈수록 줄어듭니다. 그럼 어떻게 해요? 머리 굴려서 신기하거나 유용한 아이디어 생각해 넣어야죠. 터치ID나 삼성페이 같은 게 거기에 해당합니다. 근데 이런 신기능 새로 넣은 지가 벌써 4~5년이 되어가요. 게다가 이런 기믹성 기능은 잘못 넣었다가는 오히려 욕을 바가지로 먹기 십상입니다. (feat. 붐박스 스피커)
1년마다 스펙 확 업그레이드하고 신기한 기능도 추가하면서 비슷한 가격에 제품 만드는거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소립니다. 그러다 보니 다들 카메라에 집중합니다. 이제 유의미한 변화 줄 만큼 발전의 여지가 남은 게 카메라 뿐이거든요. 그마저도 이제 한계에 도달해서 실시간으로 사진 9장 찍은 후 AI로 합성한다든가, 카메라 렌즈 3~4개씩 단다든가, 1억 화소라는 괴랄한 성능의 센서를 달고 있네요. 이게 오바인 건 바보가 아니면 알아요. 그래서 소비자들도 이제 웬만한 기기덕후 아니면 1년마다 폰 안 바꾸죠. 한번 사면 최소 2년, 길게는 3~4년을 씁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계까지 올려치고 있는 스펙은 다 뭘로 연결될까요? 네, 돈으로 연결됩니다. 최근 몇 년간의 스마트폰 생산단가는 물가상승률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급격하게 높아졌어요. 갤럭시S7 제조원가는 255$입니다. S10+는 420$네요. S20U는 528$입니다. 아이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폰6S 제조원가는 188$입니다. 아이폰X는 417$네요. 확 올랐죠. 아이폰11 프로는 490$라고 해요.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R&D 비용 생각하면 진짜 들어가는 돈이 엄청날 겁니다. 제조원가는 급격히 올라가는데 소비자들은 예전만큼 폰 안 바꾼다, 그럼 신기능이나 신기술을 핑계로 가격 올리는 것만이 답입니다.
이 지경인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은 출고가를 대놓고 올리지 못했습니다. 소비자 눈치 보느라 기껏해야 50달러, 100달러씩 찔끔찔끔 올리고 있었죠. 그래서 제 기억으로 아이폰X 출시 직전까지의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은 750$ ~ 850$ 선이었어요. 그나마 삼성같은 메이저가 그랬고, 중국 회사들은 5~600$였을겁니다. 여기서 아이폰X가 최전선 탱커 역할을 합니다. 1000$를 들고 나온 거죠. 갖가지 욕을 다 먹어가며 탱커가 되어줍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판매량은 꽤 잘 나와요. 물론 그 전 세대 아이폰들에 비하면 줄었지만, 한 단계 낮은 가격대의 시장은 아이폰8이 지켜주고, 가격 자체가 올라서 마진 많이 남은거 감안하면 대충 예전만큼, 혹은 더 많이 돈을 쓸어담았습니다. 나머지 제조사들은 슬금슬금 가격을 따라하죠. 안 따라하면 답이 없거든요. 여기에 5G가 좋은 추가 변명거리가 되어줍니다. 실제로도 비싸지만, 5G 넣었다고 광고하면서 추가로 가격 올릴 수 있는 변명거리기도 하죠.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아이폰이 요즘 폰들 가격을 올린 건 아닙니다. 그냥 오를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다들 눈치보고 있던 와중, 아이폰X가 어그로를 끌어준 것에 가깝습니다.
이 역할을 애플이 아니면 솔직히 아무도 해내지 못했을 겁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