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 Love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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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04. 06:21
가슴 깊숙한 곳에 빨간 등불 하나 켜놓지 않은 사람은 등대를 보았다거나 등대의 마음을 안다고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어둠이 내려앉은 화북 그 바닷가 방파제 끝에 서면 항상 가슴 뜨거운 등불 하나 수줍게 서 있는데 어떤 사람은 갯바람 소리에 귀기울이며 추레하게 늙어가는 그를 보면서 언뜻 스쳐간 사랑을 떠올릴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내뿜는 담배연기만큼이나 아름다운 그러나 속절없는 옛사랑을 묵은 수첩 뒤지듯 들춰내겠지만 등대가 서 있는 그 자리에 서서 등대의 눈을 가져보지 않고서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애타는 간절함이랄까 지독한 그리움에 대해 함부로 안다고 말해선 안된다 바람이 불어도 시간은 흐르고 눈비가 와도 구름은 흘러 등대머리엔 하얀 서리가 내리고 하염없이 찰랑이는 바닷소리에 귀멀고 수평선 언저리에 걸린 집어등에 눈의 어둡고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바닷가 아파트 불빛에 키는 점점 작아져 더는 멀리 내다볼 수 없지만 등대의 눈을 가져본 사람은 닳고닳은 비석처럼 서 있는 저 등대의 마음을 절절하게 알고 있으니 귀가 멀수록 사랑은 가까워지고 눈이 어두울수록 마음은 환하게 밝아진다는 것을 그리고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생각은 점점 더 깊어진다는 것을 그래서 등대는 언젠가 소복이 눈 덮인 물살 위를 삐걱거리며 돌아올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늙은 옛사랑을 위해 이 밤도 졸음에 겨워 가물거리는 눈을 비비고 비비며 가다림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김수열 시인의 등대라는 산문시입니다. 제주출신 시인입니다. 살아가면서 첫키스의 추억이나 여러 여인과의 연애는 가끔씩 추억하게 되고, 그때 그랬다면 어떻게 되어있을까? 지금은 아이 셋 둔 중년남자 되었지만 나의 청춘 로맨스가 생각날때가 있읍니다. 젊은시절 연애 많이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