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 블로그에 쓴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그러나 원문을 그대로 가져왔기에, 꼭 들어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난 4월, 삼성은 새 노트북들인 갤럭시북 프로 시리즈와 함께 새로운 블루투스 키보드를 발표했습니다. 삼성은 그동안 키보드나 마우스 같은 주변기기들을 꾸준히 출시하고는 있었지만, 그냥 디지털프라자 등 매장에서 매대를 채워놓고 특정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충 쓸만한 제품들 정도나 판매하고 있었지, 키보드에 별도로 이름을 붙이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꽤 관심이 갔습니다. 

 

​스마트키보드 트리오500은 이름에서 암시하듯, 동시에 3개 제품을 페어링해두고 키를 눌러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시중에는 이미 로지텍 제품이 이 기능으로 유명하여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며, 가격대를 보아 이 제품은 딱 로지텍 K380을 타겟으로 한 제품으로 생각됩니다. 기존에 삼성에서도 동일한 컨셉으로 SPA-KKA2GBB 라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으나, 디자인을 좀 더 다듬고 갤럭시 스마트폰/태블릿을 위한 어플 바로가기, DeX 버튼 등의 추가 기능을 탑재한 것이 트리오500 입니다.

 

저는 기존에 로지텍 K810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었으나, 연식이 오래된 제품이라 고장의 위험이 있고, 또 micro 5pin으로 충전하는 것이 불만이었던 상황에 나온 제품이라 한번 궁금하여 구입해 보았습니다. 정가는 49,500원이지만 출시 기념으로 20% 정도 할인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럼 한번 이 제품을 살펴보겠습니다.

 

​

패키지입니다. 다른 삼성 악세서리들과 마찬가지로 심플한 박스에 제품이 그려져 있습니다. 

 

후면에서는 제품의 특징이 간단하게 요약되어 있습니다.

 

구성품은 키보드 본체(+미리 들어있는 배터리)와 설명서 뿐이라, 바로 본체를 살펴보겠습니다.

 

본체입니다. 블랙과 화이트 두가지 색상이 있는데, 화이트는 6월 출시 예정입니다. 블랙 색상은 오렌지색으로 포인트가, 화이트 색상은 하늘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갑니다. 전체적으로 무광 마감되어 있으며 외부는 플라스틱 재질입니다. 제품재질 중 철판과 알루미늄판이 있다고 쓰여있는데, 아마 내부에 보강판으로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사각사각한 디자인에 전형적인 78키 레이아웃을 가져 컴팩트한 크기입니다. 낮은 가격대의 제품인만큼 백라이트는 없으며, 키캡은 실크 인쇄되어 있습니다. 왼쪽 상단에 블루투스 연결상태를 표시해주는 LED만 달려있고, 캡스락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LED는 없습니다.

 

​무게는 실측해보니 배터리포함 415g 정도로 K380보다 아주 살짝 가볍고, 고가의 상위 제품들보다는 무겁습니다. 또 만듬새가 준수해서 전체적으로 단단한 느낌이고 휘거나 눌리지 않습니다.

 

​

쐐기형 디자인으로 경사가 만들어지며, 왼쪽 측면에 전원토글과 전원 LED가 자리잡았습니다.

 

ESC 키 옆에는 F1~F3 자리에 갤럭시 제품에서 어플 바로가기 단축키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키가 주황색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단축키 기능은 One UI 3.1 이상 탑재된 삼성 안드로이드 제품에서만 작동하며, iOS, 윈도우, macOS에서는 단축키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반대편에는 DeX 키가 F12 자리에 있으며, 이 역시 DeX가 탑재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갤럭시탭에서만 작동합니다. 스마트폰에서는 그냥 DeX 메뉴를 열어주는 정도이고, 단독 덱스모드를 지원하는 태블릿에서는 바로 단독모드가 켜져서 태블릿쪽이 훨씬 더 유용합니다.

 

동시에 3대의 기기를 페어링해두고 전환해가며 쓸 수 있는데, 그 전환키는 F7~F9 위치에 있습니다. R, G, B 순서로 배정되어 있으며 해당 키를 누르면 왼쪽 상단의 LED도 같은 색으로 점멸하여 어떤 번호를 눌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향키는 역T(ㅗ)자형이 아닌 좌우키가 큰 형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 형태입니다.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볼때는 좀 걱정했는데, 실물을 보니 다행히 키스트로크가 어느정도 있습니다. 일부 삼성 노트북들처럼 트레블거리가 엄청 짧고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 저가형 제품들과 달리 키캡 하나하나가 거의 흔들리지 않으며, 모서리를 눌러도 균일하게 잘 눌립니다.

 

​

아랫면에는 미끄럼 방지용 고무발과 배터리 커버가 있습니다. 각종 인증내역이 배터리 커버 안쪽에 숨겨져있어서 심플하게 생겼습니다.

 

배터리는 AAA 배터리 2개를 사용합니다. 기본적으로 에너자이저 맥스 건전지가 제공되는게 맘에 드네요.

 

 

기본에 사용하던 로지텍 K810과의 비교.

 

​K810보다 가로길이가 약간 더 짧으며, 키스트로크는 짧지만 키보드 전체 높이는 더 높습니다. 경사가 더 가파른 형태인데, 장시간 타이핑해보니 각도는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원을 켜고 기기페어링 키(F7~F9)중 하나를 꾹 누르면 페어링 모드에 들어갑니다.

 

최신 삼성 기기 근처에서 페어링 모드로 들어가면 스마트싱스 팝업창이 떠서 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윈도PC, 맥북 등 다양한 기기에 물려서 한동안 사용해봤습니다. 페어링하는데에 큰 문제는 없었고, 기기간 전환 속도도 꽤 빠릿했습니다.

 

트리오 500이 한가지 특이한게 보통 윈도우키가 있는 부분에 Cmd 로 마킹된 키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는 음성비서 호출키로 작동하고, 윈도우에서는 윈도우키, macOS에서는 Cmd로 작동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fAadkOGoY0

 

전체적인 키감은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펜타그래프 방식의 최상급 키감인 씽크패드의 키보드나 로지텍 K810 같은 제품들보다는 못하지만, 전체적으로 키스트로크와 반발력이 어느정도 있어서 제법 경쾌하게 타이핑 할 수 있습니다. 이 글도 지금 이 키보드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제가 갖고있는 제품들 중에서는 M1 맥북에어가 좀 비슷한데, 맥북에어보다 약간 더 키압이 있고 깊게 눌리는 편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선호의 문제이겠으나, 맥북에어 키감이 좀 밋밋하다 느끼는 저로써는 이쪽에 손이 더 많이 가게 되는 반가운 차이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lKiWJRYBhY

 

갤럭시에서 어플 바로가기 키를 설정하고 누르는건 요런 느낌입니다. 지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이후 실행속도는 꽤 빠릿한 편입니다. 2대 이상의 갤럭시를 쓰고 있다면 단축키는 기기마다 따로 설정 가능합니다.

 

​

윈도우 PC에 연결해서 쓸 경우의 단점은 펑션락이 없다는 점입니다.

 

​요즘 모바일 기기들과 함께 사용하는 키보드들은 보통 F1~F12 펑션키 부분에 다른 기능키를 배정해놓고, 펑션키를 쓸 때 Fn키와의 조합을 누르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윈도우에서는 펑션키를 쓸 일이 많다보니(예: Alt+F4) 상당한 불편함을 가져옵니다.

 

​직접적인 경쟁 제품인 K380은 윈도우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펑션락을 활성화해서 펑션키가 우선 작동하도록 바꿀 수 있는데, 트리오 500은 아직 그럴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소프트웨어가 출시된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수도 있겠지만요.

 

​또 이건 안드로이드가 뭔가 기능키 대응이 이상한것 같긴 한데, 유튜브를 재생하던 도중 화면밝기를 조정(F10, F11)하면 밝기가 조절되는 동시에 유튜브가 팝업창으로 전환되면서 홈 화면이 뜹니다. 다른 어플 실행중이나, 혹은 유튜브라도 재생중이 아니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갤럭시S21 뿐만 아니라 LG Q9 One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윈도우, macOS 모두 동일한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자체의 문제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밝기조정 기능키를 가진 타사 블루투스 키보드를 가진게 없어서 크로스체크는 못해봤습니다.

 

​

또한 배부른 불평인듯 하지만, 갤럭시가 아닌 기기와 연결시에는 이 주황색 어플 바로가기 및 덱스키를 활용할 수 없어서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윈도우와 macOS에서도 밝기조절(F10, F11)이나 미디어컨트롤(Fn+숫자키 1~6)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지만요.

 

추후 윈도우/macOS 전용 소프트웨어가 출시되어, 이 부분에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커스터마이징으로 넣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쓰는 분들에게 하나 팁을 드리자면, 빅스비 루틴 기능을 활용하면 좀 더 잘 쓸 수 있습니다. 빅스비 루틴에서 이 키보드가 연결될때 화면방향에서 가로 홈 화면이 활성화되도록 설정하면, 키보드를 물렸을 때만 평소에는 세로로만 보이던 홈화면이 가로로도 보이게 됩니다.

 

방향키를 이용해 어플을 찾아가서 엔터를 눌러 앱을 실행할수도 있습니다.

 

​

 

지금까지 삼성 스마트키보드 트리오 500을 살펴봤습니다.

 

​이 제품은 몇가지 아쉬운 점들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만듬새가 괜찮고 또 가격대를 생각하면 단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특히 낮은 가격대인데도 견고하면서 키감이 나름 괜찮은 편이라, 키보드의 기본기는 잘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추후 소프트웨어 출시를 통해 펑션락, 기능키 커스터마이징 등의 기능이 추가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요.

 

저는 한가지, 이름이 트리오 '500' 인데에 저는 관심이 갑니다. 3대의 기기에 연결하는 제품이라면 이름을 그냥 트리오 라고 지었을법한 삼성이(무선충전기는 그러고 있으므로), 굳이 숫자를 붙였다? 저는 이것이 더 상위모델과 하위모델 출시를 염두해 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여기에 더 고급스러운 재질감, 백라이트 등을 추가한 700 같은 제품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래도 현재의 트리오 500도 가격대비 괜찮은 제품입니다.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대에 키감이 나쁘지 않은 제품을 찾으시는 분, PC보다는 모바일 기기 위주로 사용하실 분(특히 갤럭시 폰이나 갤럭시탭)이라면 이 제품을 한번 살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