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민트패드 : 꿈높현시의 표본이었던 라이트PDA
- Stel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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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3.17. 16:28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민트패드라는 기기가 있었습니다. 아이리버를 설립했던 양덕준씨가 원래 아이리버에서 출시하려다가 반려되면서 퇴사하고 차린 민트패스에서 나온 제품입니다(그래서인지 기기 디자인이나 방향UI에서 아이리버 U10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한때 시대를 앞서간 기기로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실상은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민트패드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윈도 모바일 기반의 PDA들이 시장에 많이 나와있었고, 아이폰에서 전화모듈과 카메라를 제거한 아이팟 터치 역시 처음엔 앱스토어가 없었지만 2008년 앱스토어가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PDA처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트패드는 그보다는 사용자들이 쉽게 PDA를 접근할 수 있도록 윈도CE의 UI를 대폭 손보고 민트패스 자체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던 라이트PDA에 가까운 물건이었습니다. 네, 설계 사상자체는 어찌 보면 기존의 복잡함 대신에 쉽게 사용 가능한 스마트폰을 지향했던 아이폰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나 시장 규모, 기술력 차이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언럭키 아이폰으로 끝나고 말았지만요.
하드웨어는 2008년 기준으로도 평범한 사양입니다. 감압식 터치스크린이 달린 2.86인치 320x240 LCD(당시 고급 PDA나 PMP들은 800x480 또는 640x480, 저해상도로 불리던 아이폰조차 480x320 해상도였습니다), 텔레칩스7901 프로세서, 8GB 스토리지, 130만화소 카메라, Wifi, DMB... 셀룰러나 GPS 등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민트패드가 특별해지고자 했던 건 제조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컨텐츠 플랫폼입니다. 음악이나 동영상도 물론 재생되지만 기본적으로 메모 기능을 메인 기능으로 하고서, 근거리 사용자들끼리 Adhoc으로 연결해 스타일러스로 쓴 메모로 대화를 하거나, 텍스트와 이미지를 업로드 가능한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직접 쓴 소설 혹은 민트패드로 그린 만화를 e-book으로 공유하거나, 일정 기간마다 미션을 진행해 그림이나 사진 공모전같은걸 해서 상품을 주거나... 요즘 식으로 따지자면 애플이 직접 스냅챗, 페이스북, (네이버카페 등의)공모전 등을 직접 운영한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메인 기능인 손메모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너무나 니치한 기능이었고, 그 밖의 다른 기능들을 셀링포인트로 삼기에는 하드웨어 수준도 종류도 빈약했습니다. 가령 지도 어플이 있었는데 GPS가 내장되어 있지 않으니 활용도가 매우 낮았고, 블로그 같은것도 셀룰러망이 아닌 Wifi로만 이용 가능했기에(지금처럼 폰에서 핫스팟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것도 아니라서) 이 역시도 한계가 많았습니다. 나중에는 윈도CE를 오픈하여 본격 PDA처럼 쓸 수 있도록 했지만 그래봤자 떨어지는 성능에 윈도 모바일보다 어플이 적었던 CE라서...
결국 나온다던 후속작(안드로이드 기반, 7인치 스크린x2 듀얼스크린 접이식 태블릿)도 나오지 못하고 제품도 회사도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윈CE 게임 깔아서 잘 갖고 놀았던 기억이 있네요.
당시 인프라 생각하면 좀 앞선 기기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