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LG 벨벳은.. 안타깝지만 제품기획부터 모든 것들이 틀어진 제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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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05. 13:14
1. 제품의 컨셉 (사양 공개 전)
플래그쉽 제품에서 사양을 낮추되 핵심적인 프리미엄 기능들은 유지하고 가격을 낮춘 매스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네, 카메라로 따지면 크롭 플래그쉽인 니콘 D500이나 후지 X-Pro 시리즈와 같은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방향 자체는 이해할 수 없는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두가지 특징이 서로 상충됩니다. '디자인을 강조하고 중급형 AP 채용' vs '듀얼스크린'
듀얼스크린은 애초에 여러 앱을 동시에 돌리면서 사용하는 파워 유저들을 위한 악세서리입니다. 중급형 제품을 구입하려는 고려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특히 듀얼스크린의 주된 용도(게임을 돌리면서 OO 하기)를 생각해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듀얼스크린은 크고 무겁고 투박한 케이스를 씌워야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디자인을 강조한 중급형 사양 제품에 듀얼스크린을 매칭하는건 너무나 언밸런스한 조합이라 생각됩니다. 마치 지포스 1050Ti 정도 사양을 가진 PC에다가 4K 해상도 144Hz 주사율에 G-Sync를 지원하는 모니터를 물려놓은듯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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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품의 실제 사양 (사양 확정 후)
여기에서는 이제 제품의 컨셉하고 실물이 괴리가 발생해버립니다. 핵심적인 프리미엄 기능들을 유지한 제품이라고 했으면서, 쿼드DAC와 OIS가 빠져버리고, 카메라 사양 자체도 V60 대비 대폭 다운그레이드되어 중급기인 Q61과 같은 수준의 카메라가 장착되었습니다(그나마도 Q61에 있던 접사카메라는 또 사라졌습니다).
쿼드DAC를 뺀 것은 소비자가 불편을 느낄만한 요소는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어차피 요즘은 대부분 무선 이어폰을 사용중이라 쿼드DAC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게임 시에 유선이어폰을 연결하는 것도 고음질 파일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으며, 고가 이어폰/헤드폰을 사용하는 매니아층은 이미 별도의 DAP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용성 측면에서는 쿼드DAC가 빠지는 것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허나 LG는 ABCD 라는 이름하에 가장 첫번째로 음질을 강조해오면서, 작년까지는 30만원대 보급형에조차 쿼드DAC를 넣고 우리는 음질을 이렇게 강조한다고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이미지 메이킹 자체를 음질에 신경쓰는 회사- 라고 해오고 있었다는거죠. 그런데 올해는 갑자기 매스 '프리미엄' 제품에서도 쿼드DAC를 뺀다? 이거는 이해가 어려운 결정입니다. 만약에 시대의 흐름이 무선이 완전 보편화되면서 이어폰 단자가 사라지게 되었다면 그 시점에 쿼드DAC를 같이 뺐다면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어폰 단자는 여전히 남아있고, 상위모델인 V60은 DAC 자체를 업그레이드한 ES9219를 탑재하는 와중에 V60의 매스 버전이라는 벨벳이 그냥 모든 스냅드래곤 폰에 탑재되는 퀄컴DAC를 그대로 썼다는건... 이미지 상 결코 좋은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카메라가 다운그레이드 된 것은 정말 치명적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고 또 쉽게 플래그쉽과 중급기, 보급기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카메라이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센서 자체도 V60에 비해 다운그레이드 되었고, OIS가 빠지면서 저조도 및 흔들림에 취약해졌습니다. 센서 크기가 커졌기때문에 감도를 높이는 것으로 어느정도 대응은 할 수 있으나, 최근 스마트폰들에 탑재되고 있는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를 응용한 야간모드는 장시간 스마트폰을 들고 여러장 촬영하여 합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OIS 유무가 결과물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안그래도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부족한 LG가 OIS마져 뺐는데, 야간모드 사진이 어느정도로 나올지... 굉장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OIS를 뺀 이유라면서 LG가 해놓은 변명은 더욱 가관입니다. "소비자들이 슬림한 디자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OIS를 빼고 슬림한 디자인을 만들었다". 혹시 벨벳이 폰 두께가 역사상 가장 얇은 스마트폰처럼 4.75mm 정도 되고 카툭튀도 없나요? 아니군요... 폰 두께는 7.9mm에 메인카메라 카툭튀도 여전히 있군요. 네...
메인카메라 말고도 초광각카메라 역시 LG가 가장 처음 넣었던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발전이 없다가, 급기야는 '프리미엄'이라고 하는 제품에 중급기 수준의 작은 센서를 집어넣어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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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품의 가격 (가격 발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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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적었던 모든 것들이 용서될 수 있었던 마지막 보루입니다. 제품 기획도 애매하고, 제품 사양도 애매하지만 이 모두는 어디까지나 벨벳을 LG가 발표했던 것처럼 매스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생각했을 때 애매하고 삐걱거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냥 평범한 중급기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타사 중급기보다 더 나은 부분도 있습니다. 방수방진이나 무선충전, 와콤AES 펜 지원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지요. 그래서 비록 제품은 현실적인 한계로 중급기처럼 나왔지만, 그렇다면 가격도 중급기처럼 책정하면 모든게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LG는 자랑스럽게도 가격을 89만 9,800원에 책정해버립니다. 작년 플래그쉽이었던 G8하고 동일한 가격이며, 경쟁사의 AP는 더 좋고 카메라는 동급이고 방수/무선충전 없는 중급기보다 30만원 정도 비싼 가격입니다.
네.
끝났습니다.
음 1번은 저는 조금 다른생각이네요.
이걸 강매로 끼워팔거나 하는것도 아니고 살 사람만 사라고 내놓는 물건인데
굳이 효용성을 따지는게 맞나 싶습니다. 그냥 선택지를 준 것 아닌가요.
누군가는 원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누군가는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테니
듀스는 적절하게 구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본품의 최종 가격은 큰 문제지만요.
자사 플래그쉽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피쳐를 매스 프리미엄(이라고 주장하는 기기)에도 제공하면서
보다 저렴한 기기에서도 동일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취지 아닐까요. 단독 덱스도 중급형에 들어가는것처럼요.
물론 이 댓글의 논리였다면 쿼드DAC 또한 그대로 들어가야하는게 맞으나... 갑갑하군요.
아무튼 전 듀얼스크린 부분에서는 딱히 비판의 여지가 있나 싶습니다.
삼성이나 애플도 소비자의 희망가격대와 제조사가 받고싶은 최소가격대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애플도 삼성도 '이럴거면 20만원은 더 싸야된다' 같은 소리가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인데, LG가 이 20만원의 벽을 넘을 수 있을래야... 결국 소비자들이 이야기한 LG벨벳의 희망가격대였던 64.9-74.9 사이의 가격대에서 여기서도 20만원의 벽이 생긴겁니다.
벨벳이 이렇게 나올 거였으면 LG전자는 컨콜 이후 연초부터 4개월에 달하는 기간동안 '매스 프리미엄'이라느니, '합리적인 가격의 5G 스마트폰'이라느니 하는 구호를 꺼내지조차 말았어야 합니다. 결국 대중적인 가격에 프리미엄한 단말기를 선보이겠다는 허울좋은 구호는 어디가고, 대중적인 폰을 프리미엄한 가격에 파는 아이러니만 남게 됐습니다. 과한 마케팅이 독이 된 셈이죠.
LM-G900N, G9로 기획된 단말을 가지고 와서 디자인 특화 폰이다, 초콜릿폰의 영광을 재현한다, 제 2의 초콜릿폰을 만들겠다, 사활을 걸었다, 벼랑끝 전술이다, G/V 버린다, 이게 언론사 기자들이 멕일라고 뽑은 타이틀이 아니라 LG에서 넘겨준 키워드들이었다면 (보도자료 언론 바이럴 나가는 절차들을 살펴보면 정황상 그렇겠지요.) 정말 큰일 난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