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NC 성능은 좋지만 이어팁이 하자

 

  저음역 ANC 성능은 측정된 것처럼 꽤 좋습니다. 지하철에서 ANC 켠 상태로 착용했다가 빼 보니 갑자기 저음이 훅 들어와서 오히려 이어폰을 뺀 상태가 이압이 더 높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문제는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고 저도 첫날부터 느끼고 있는 중고음역 차단 성능입니다. ANC는 기본적으로 저음역 차단에 특화된 기술이고, 중고음역은 이어폰 자체의 차음성, 흔히들 PNI라고 하는 그것에 기대게 됩니다. 그런데 버즈 프로는 이어팁이 보통 사이즈보다 대략 반 사이즈 정도 작습니다. 그래서 PNI 성능이 실제로는 매우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왼쪽 귀에는 M~L 사이즈 둘 중 어느것을 써도 상관 없고, 오른쪽 귀에는 무조건 L 사이즈를 써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버즈 프로는 왼쪽 귀에 M 사이즈가 작게 느껴지고 L 사이즈가 저스트입니다. 오른쪽 귀에는 L 사이즈도 작습니다. 저만의 느낌이 아니라, 다른 분들의 평가를 봐도 버즈 프로의 이어팁은 표준적인 사이즈에 비해 반 사이즈 정도 작습니다. 쉽게 말하면 S 사이즈를 착용하시던 분들은 M이 저스트, M 사이즈를 착용하시던 분들은 L이 저스트란 얘깁니다.

 

  제조사마다 이어팁 사이즈에 편차가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렇게 표준적인 사이즈에서 많이 동떨어져 있다면 삼성은 기본 이어팁 사이즈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최소 SS, S, M, L, LL 정도는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극소수지만 지금 이렇게 표준보다 작은 S 이어팁도 크다는 분이 계시니, SS 사이즈로 그 아쉬움을 보완하고, L 사이즈가 작은 분들을 위해 LL 사이즈를 제공하면 될 일이죠.

 

  커널형 이어폰에서 이어팁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이어팁이 귀를 꽉 채워 제대로 밀폐시키지 못하면 저음이 다 새고, 심하면 중고역 차음성도 매우 떨어집니다. 버즈 프로의 ANC 성능에 측정치와 다르게 혹평이 많은 이유는 이어팁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측정장비는 사람 귀에 비해 비교적 잘 장착되고 밀폐도가 높은 상태로 장착됩니다. 반면 사람 귀는 이어팁 사이즈가 정확히 맞지 않으면 밀폐도가 높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측정장비보다 체감 성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어팁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ANC 성능도 떨어지고, 제조사에서 의도한 음색조차 제대로 구현할 수 없게 됩니다. 삼성은 이어팁 사이즈를 좀 더 많이 제공할 필요가 있고, 사용자에게 이어팁 사이즈 선택 가이드 등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어팟 프로처럼 간이 정착용 테스트를 넣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2. 버즈 플러스에 비해 음질적으로 분명한 개선이 있음

 

  측정치 중 음색이 아닌 음질을 나타내는 부분은 사실 THD 정도밖에 없습니다. 이외에 좀 더 참고할 측정치가 있지만 현재 공개된 측정치에서는 딱히 없으니 THD를 중점적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1% 아래에 전부 위치하면 아주 낮은 왜곡률을 보인다고 할 수 있고, 스파이크(뾰족하게 솟아오른 것)는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 있어도 되지만, 넓은 대역의 왜곡은 거슬릴 가능성이 큽니다. 또, 저음역의 디스토션은 상대적으로 덜 거슬리는 반면 중고역 디스토션은 상대적으로 더 거슬리게 들립니다.

 

갤럭시 버즈 플러스 THD(출처 : 영디비)

 

  버즈 플러스도 THD가 전대역 1% 아래(아주 조금 초과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만)에 위치해 있어 훌륭한 편입니다. 다만 2~3K 부근이 다른 대역에 비해 넓게 솟아있어서 조금 아쉬웠죠.

 

 

갤럭시 버즈 프로 THD(출처 : 영디비)

 

    버즈 프로는 버즈 플러스에 비해 확연히 낮은 THD를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역에서 0.1% 근처, 혹은 그보다 아래에서 놀고 있고, 극저역 스파이크와 4K 부근 스파이크를 제외하고는 모난 부분도 없습니다. 심지어 스파이크가 있는 부분도 1%에 못미치기 때문에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버즈 프로는 버즈 플러스 대비 사용된 드라이버의 성능이 매우 향상되었으며, 거슬리는 브로드(broad) 디스토션이 없어 음질적으로 매우 개선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음색도 좋아진 것 같으나, 좀 애매한 부분이 존재

 

  음질적으로는 분명한 개선이 있었는데, 음색 측면에선 어떨까요? 음색은 다소 취향을 타는 부분이니 읽지 않으셔도 되지만, 버즈 프로에 딱 하나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제 지난 글에서 이미 지적한 부분이긴 합니다.

 

갤럭시 버즈 플러스 FR, 하만 IE 2019 타겟 보정(출처 : 영디비)

 

버즈 프로 FR, 하만 IE 2019 타겟 보정(출처 : 영디비)

 

 

버즈 프로 FR 비보정 데이터(출처 : 영디비)

 

 

  버즈 플러스는 하만 IE 2019 타겟에 매우 가까운 이어폰이었고, 버즈 프로는 하만 IE 2019 타겟과는 조금 다른 음색을 지닌 이어폰입니다. 둘 간 차이가 심하다면 심하고, 심하지 않다면 심하지 않아서 느낌 자체는 좀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0dB를 기준점으로 잡으면 저역/중저역이 약간 올라와 있고 초고역이 부풀려진 V자형 이어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역이야 취향 차이라고 하더라도, 초고역이 7~10dB 가량 올라와 있어서 젊은 사람일수록 초고역이 거슬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튜닝하는 바람에 약간 까슬까슬한 소리가 나는 대신 고역에서 개방감이 좀 더 느껴지고, 사람에 따라 청량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그걸 의도했다 하더라도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어요.

 

  삼성뮤직 앱에서 EQ를 조절하려고 보니 뮤직앱 EQ는 기준 대역이 16K, 8K만 존재하더라구요. 굳이 고르자면 16K를 골라서 3~4칸, 좀 더 자극이 줄었으면 좋겠다 싶으신 분들은 5칸 정도 내려서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근데 저는 이게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패러메트릭 EQ(Parametric Equalizer)를 지원하는 카프리치오 앱으로 이렇게 EQ셋팅을 해 줬습니다.

 

 

  이 정도 줄여주면 의도한 초고역 개방감은 어느 정도 가져가면서 까슬거리는 자극적인 느낌만 많이 없애줄 수 있습니다. 사실 감쇄가 더뎌지는 16K 이후에도 엄청 솟아있어서 그 부분도 줄여줘도 상관없지만, 그 부분은 사실 줄이나 줄이지 않으나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도 일반적인 볼륨에서 20K까지 잘 듣습니다만 거기는 애초에 악기들의 기음 대역도 아니고 잘 들리는 배음 대역도 아니기 때문에, 조절하나 안 하나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뒀습니다.

 

  반면 버즈 플러스에서 거슬렸던 중역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서 심하게 거슬리는 느낌은 많이 없어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좋아진 드라이버 성능을 바탕으로 펀사운드를 추구한 것 같은데, 초고역은 좀 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웨어러블 앱 EQ 프리셋에서 저 뻐큐(?)를 줄여줄 수 있는 프리셋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4. 세 줄 요약

 

(1) ANC 자체 성능은 좋으나 이어팁이 표준적인 사이즈에 비해 반 사이즈 정도 작아 체감되는 ANC 성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2) 드라이버 성능 개선으로 음질적으로 분명히 개선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광대역 THD 왜곡이 감소하고 전반적인 THD 수치도 크게 감소했습니다.

(3) 버즈 플러스에서 거슬리던 중역은 상대적으로 증가한 저음/초고음량 때문에 줄어들었으나, 초고역에 과한 피크로 인해 까슬거리는 음색이 되었습니다. EQ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나 프리셋에 넣어줬다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