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S21 깎던 삼성
- LG산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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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23. 17:06
벌써 일주일 전이다. 내가 약정이 끝난지 얼마 안 돼서 A시리즈를 쓰고 있을 때다. 서울 왔다 가는 길에, 청량리역으로 가기 위해 동대문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동대문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깎아 파는 삼성이 있었다. 핸드폰을 한 대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스마트폰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삼성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잘 만드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충전기 빼고 SD 카드 빼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빼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타야 할 차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빼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뺀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차시간이 없다니까요."
삼성은 퉁명스럽게,
"애플스토어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만들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이익이 최대가 되도록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뒷면을 플라스틱으로 바꾸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스마트폰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S21이다.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삼성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삼성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동대문 지붕 추녀를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국내시장 1위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삼성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미코에 와서 S21을 내놨더니 미코인들은 이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그전 S시리즈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미코인의 설명을 들어 보니, 이번 S21은 엑시노스 탑재 뿐만 아니라 남은 겨울을 위해 발열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삼성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중략)
나는 삼성을 찾아가서 버즈플러스와 탭 S7이라도 추가 구매하여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상경하는 길로 삼성 디프를 찾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 디프는 있지 아니한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동대문의 지붕 추녀를 바라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추녀 끝으로 흰구름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삼성이 저 구름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스마트폰을 만들다가 유연히 추녀 끝에 구름을 바라보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무심히 "색시노수 (色市老手)"의 사자성어가 새어 나왔다. (색깔있는 도시의 늙은 손)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며느리가 미개봉 S2를 뜯고 있었다. 전에 S2를 커롬으로 고문하던 생각이 난다. S2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커롬질 하는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애루지(愛淚知, 사랑의 눈물을 알다) 사의 스마트폰도 소식이 들린지 오래다. 문득 일주일 전 S21 깎던 삼성의 모습이 떠오른다.
예년보다 추워진 올해
출시시기 겨울로 앞당겨
손난로 기능까지 추가한 갓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