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 베이퍼챔버의 오해, 그리고 궁극의 발열제어
- AquStar
- 조회 수 18895
- 2022.03.25. 23:54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스마트폰 관련 가장 뜨거운 부품 중 하나는 바로 베이퍼챔버입니다.
수년 전 그래픽카드의 방열에 사용되면서 컴덕들 입에 오르내리다가 이후 노트북이나 스마트폰까지,
특히 최근에 이르러서는 중국 스마트폰이 가장 열렬하게 마케팅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베이퍼챔버 "크기" 입니다.
우선 마케팅적 오해에 대해 살펴봅시다.
베이퍼챔버 내부에 냉매가 흐른다는 이유로 화웨이의 스마트폰이나 갤럭시 노트 9 까지도
베이퍼챔버를 도입하면서 언론이나 홍보에 마치 수냉식 "쿨러" 인 것 처럼 홍보한 바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베이퍼챔버는 쿨러가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수냉"쿨러"가 아닙니다.
최근 갤럭시 S22 에 와서는 중국 스마트폰보다 작은 베이퍼챔버를 사용했다며 많은 커뮤니티들에서
"방열판" 을 작은걸 쓰거나 아얘 쓰지 않았다. 라는 표현을 하지만, 당연히 베이퍼챔버는 방열판(히트싱크) 역시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베이퍼챔버는 뭔가요?
베이퍼챔버는 그 구조적인 차이만 있을 뿐 목적은 히트파이프와 완전히 동일합니다.
베이퍼챔버는 좁은 열원에서 열을 베이퍼챔버 크기 전체만큼 확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특히 전자장치에 직접 결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마트폰과 가장 어울린다고 할 수 있을텐데요.
다만 베이퍼챔버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열을 확산시켜줄 뿐 어디에도 열을 식혀주는 기능은 없습니다.
데스크톱의 CPU, 혹은 그래픽카드의 쿨러를 생각해볼까요?
쿨러에 방열판이 없고 히트파이프만 있다면 그 물건을 "쿨러"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냥 단순히 구리관이 컴퓨터 부품에 붙어있을 뿐 히트파이프는 그 어떤 역할을 할 수 없을겁니다.
그러면 스마트폰의 발열은 어디를 통해 빠져나갈까요?
베이퍼챔버를 통해 "확산된" 열은 바로 전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빠져나갑니다.
즉, 스마트폰에서 히트싱크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디스플레이입니다.
히트싱크가 크면 클 수록 열 방출에 도움이 되는 만큼 스마트폰 역시 크면 클 수록 열 방출에 도움이 되죠.
이게 대형 스마트폰이 상대적으로 소형 스마트폰보다 발열에서 우수한 이유입니다.
"어쨋든 베이퍼챔버가 크면 클 수록 좋은거 아냐?"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긴 합니다, 다만 히트싱크 역할을 하는게 기기의 디스플레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는 아무리 손끝이라곤 하지만 사용자가 항상 터치한다는 점,
아무리 소자가 개선이 되었다곤 하지만 AMOLED의 가장 큰 단점인 번인은 발열에 가장 취약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디스플레이가 뜨거워지는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즉 AP를 포함한 스마트폰의 메인보드에서 나오는 발열 자체를 줄여야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죠
그럼 어떻게 기기의 발열을 제어할 수 있을까요?
우선 스마트폰 후면 AP가 열을 내는 부분에 액티브 쿨러를 장착하는 방법,
혹은 스마트폰 자체에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자체 액티브 쿨러를 장착하는 방법,
또는 저전력, 낮은 온도로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AP를 만들어 장착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방법을 사용할 수 없는 제한적인 환경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발열은 소비전력과 비례하며, 소비전력은 AP가 최고성능일때 최대입니다.
그렇다면 발열을 줄이려면 소비전력을 낮춰야 하고, 그러면 AP의 성능 역시 낮아지겠네요,
이게 바로 쓰로틀링입니다.
"내가 인터넷에서 보니까 갤럭시가 같은 칩을 쓴 중국폰들에 비해
스로틀링도 심하고 성능도 더 낮게 나온던데
그거야말로 갤럭시가 원가절감하느라 방열에 신경 안쓴 증거 아냐?"
같은 AP를 사용하더라도 온도나 배터리, 휴대전화의 현재 상태에 따라
각 제조사는 자신들의 스마트폰에 맞춰 커널 단위에서 스로틀링을 제어합니다.
그리고 삼성은...
중국의 다른 제조사들과 다르게 더 낮은 온도에서부터 과감히 쓰로틀링을 걸기 시작합니다.
예를들어 다른 제조사들이 45도 부근부터 전압을 낮추고 클럭을 낮춘다면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는 GOS논란 당시 내부 사과문에 따르면 42도 제한이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AP를 사용한 다른 제조사들에 비해 피크온도가 가장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준 온도를 높게 잡고 더 높은 성능을 오래 내느냐
성능을 희생하고 더 낮은 온도를 내느냐의 차이죠.
물론 커널단위에서 분명 쓰로틀링을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선택권을 배제한 채
제대로 된 내용의 고지도 없이 강제로 AP의 성능을 제한해버린 것은, (심지어 벤치마크 앱은 제외하고)
비판을 넘어 비난을 받아도 삼성이 억울할 이유가 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GOS라는 프레임에 묶여 "이것도 GOS, 저것도 GOS, 아니 이건 GOS보다 더 심각한, 우리가 몰랐던 GOS의 비밀"
이라며 제대로 된 지식도 없이 렉카에 끌려다니는 것은 언제나 주의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결론. 당연하지만 궁극의 발열제어는 미친 성능의 칩셋입니다.
노트북에서나 재미 보는 물건을 스마트폰에 그대로 만병통치약 마냥 통용되는 게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