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버즈3 프로는 클래식 음감용으로 추천합니다.
- 워너비프란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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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7.15. 16:24
제가 주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지라 에어팟을 필두로, 보스와 소니 및 JBL을 거쳐 심지어는
뱅앤올룹슨까지 섭렵(?)을 했더랬습니다.
물론 모바일에서 무슨 클래식 음감을 논하시느냐는 분이 분명히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절대다수의 음감 애호가들이 모두 집에서, 혹은 홈씨어터룸에서
정자세로 값비싼 오디오와 스피커로 무장한 채 음악을 감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모바일 음원이란 대체로 손실음원이 대세이다보니 더더욱 의미없는 일이라
여기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음질'이 아니라 '음색'을 위주로 헤드폰과 이어폰 등을 이것저것 바꿔가며
음악을 감상해왔지요.
아이폰 3GS 시절부터 쭉 아이폰을 사용해오다가 아이폰14를 마지막으로
지난 4월 갤럭시 S24울트라로 기변 이후에 iOS 기반이 아닌 안드로이드 기반에서의
음감으로 환경이 변화하면서 느낀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묘하게도 안드로이드 단말기들은
단말기별로 분명한 음색의 차이가 있더라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모든 단말기를 비교해본 것은 분명 아닙니다만, 구글 픽셀을 필두로 모토로라와
현재 사용 중인 S24 울트라에 이르기까지 총 5대의 단말기는 모두 음색이 달랐습니다.
그중 출력이나 음색 모두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나마 나은 단말기는 단연코 S24울트라였습니다.
우스운 것은, 저는 에어팟 계열 이어폰들의 특색인 플랫한 음색을 선호하기에 S24울트라를 들여놓고도
정작 음감은 에어팟 프로2로 해왔다는 것이지요.
뭐 그래도 크게 불만은 없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에어팟은 늘 평타는 쳐주는 이어폰이니까요.
이번에 삼성에서 매우 야심차게(?) 준비한 것으로 여겨지는 버즈3 프로를 지난 토요일에 받아
오늘까지 만 2일째 음악을 감상 중입니다.
음악 소스는 애플뮤직 돌비앳트모스 음원들이고, 애플클래식 앱이 아니라 애플뮤직 기본앱에서
재생하여 음감 중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버즈3 프로는 가격을 고려하면-혹은 굳이 가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클래식 장르에 대단히 잘 어울리는 좋은 이어폰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찾아본 최적의 셋팅은 S24울트라에서 돌비앳트모스 모드를 켜고,
다시 웨어러블 앱에서 360도 오디오는 꺼놓은 상태에서 음장은 '풍성한'으로 선택했을 경우입니다.
(저는 웬만해서는 단말기의 측정치를 완벽하게 숙독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EQ를 만지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형태의 자체 앱 기본음장은 대체로 EQ셋팅이 엉망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번 버즈3 프로는 제 기준에서는 놀랍게도 각각의 악기들의 음역대가 고유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정도 낮은 출력의 이어폰 치고는 음 분리도와 명료도가 매우 준수한 편입니다.
이를테면, 일반적으로 클래식 타악기는 아무리 레코딩을 잘 해도 고음역대의 스트링들과는 100%
완벽하게 어우러지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편입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의 믹싱 작업은 대중음악의 그것에 비해 매우 까다로운 작업으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버즈3 프로는 적어도 클래식 장르에서는 음색과 음 분리도, 그리고 명료도 모두 에어팟 프로2보다
낫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모바일 음악기기의 한계성을 인식한다는 전제하에서 내린 결론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20만원 중반대의 이어폰(그것도 무선!)으로 이정도로 즐겁게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경험입니다.
디자인과 UI 등의 매우 개인적인 영역에서의 평가치는 제가 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닐 뿐더러
그런 감각도 바닥 수준이어서 감히 평가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 기준에서는 버즈3 프로가 에어팟 디자인을 모방했건 카피했건 간에 충분히 예뻐보이고
편리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정도면 됐습니다.
그런데 음악밥을 10년 넘게 먹었던 전직 뮤직비지니스맨으로서 버즈3 프로는 누구에게 추천해도
결코 욕먹지 않을 수준의 좋은 퍼포먼스를 내주는 모바일 이어폰입니다.
지금도 버즈3 프로로 음악을 들으며 이 짧은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음량 70% 수준에서
듣는 아네 조피 무터와 카라얀 지휘의 빈 필하모닉과의 '사계' 협연 앨범은
아주아주 즐겁게 들려옵니다.
아...막귀에 아마추어라는 전제 아래에서는...음...당연히 가격이 가장 중요한 결정요소이겠지요? ㅎㅎ 그래서 일단 무조건 저가형으로만 추천드리면 젠하이저는 HD560S가 제법 훌륭합니다. 이 헤드폰은 풍성함, 쉽게 말해 오케스트레이션 음악에서 '오바스러움'이 유난히 돋보입니다. 마치 '나는 싸구려 아니야!'라고 강변하는듯한 소리를 들려주지요 ㅎ 야마하에서는 HPH-MT8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녀석은 제작사에서는 스튜디오 모니터링 헤드폰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는것 같은데, 그렇게 보기에는 소리가 좀 '슴슴'합니다. 다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피아노와 첼로 같은 솔로 연주가 빛을 발하는 음악에서는 꽤나 '정직'하고 '깔끔' 한 소리를 들려주는 헤드폰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취향에 따라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저가형 레드폰에 DAC를 연결하는 셋팅은 별로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DAC까지 연결해야 할 정도의 헤드폰이라면 적어도 100만원 이상은 상회하는 가격대의 헤드폰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또한 음악은 '음량'이 아닌 '음색', 음원에 따라서는 '음질'에 집중하시는 것이 본래의 제작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감상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라면 제가 추천해드린 두 개의 헤드폰, 혹은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헤드폰이라면 차차리 USBC to 3.5mm 단자 어댑터를 하나 구하셔서-너무 싸구려 말고 애플에서 출시한 USBC to 3.5 mm 어댑터 추천-들으시는 방식을 추천해드립니다. 아울러 말씀해주신 유무선 겸용 헤드폰은 '편의성' 측면에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좋은 선택입니다만, 적극추천해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혹시나 유무선 이외에 나에게 선택지는 없어!라고 하실 정도의 상황이시라면 저는 SONY의 WH-ULT900N 모델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소니는 전통적으로 이 20만원 이상대 가격의 헤드폰들에서 거의 예외없이 유무선 겸용의 헤드폰들을 출시하면서 제 기준에서는 그 효용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Hi-Res.' 헤드폰을 표방해왔는데, 그와중에서 SONY는 대단히 의도적으로 장르를 가리지 않는-달리 말하면 특색이 없는-중음에 특화된 헤드폰들을 출시해왔고, 해당 제품은 그런 최근의 소니의 트렌드에 가장 부합하는 헤드폰이라 생각합니다 이정도면...되셨겠지요? ㅎㅎ
오 클래식 듣는 분 리뷰 보니 반갑네요. 집에서는 hd600이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wf1000xm5는 클래식에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 한번 옮겨가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