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 이야기 나온김에 AMD의 통합메모리의 역사를 이야기하면
- RuBisCO
- 조회 수 4209
- 2025.03.18. 22:37
이거 원 통합메모리 이야기 하는데 사람들이 AMD는 다 잊어버린게 설마 사람들이 AMD 암흑시절 이야기는 다 잊어버린건가 싶어서 이야기 나온김에 정리해봅니다.
사실 처음 시작을 뿌리부터 찾아가자면 10년도 아니고 20년 좀 못되게 전까지 거슬러갑니다. 이때는 AMD의 첫번째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인데, 인텔이 넷버스트로 몇년째 고꾸라지고 있던 시점입니다. 이 시점에서 AMD는 사업의 공격적인 확장을 위해서 GPU 제조사와 합병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고, 본래 그 대상은 엔비디아였습니다. 지금이야 미국 반도체 1황일지 몰라도 당시엔 한창 끗발날리던 AMD에 대기엔 손색이 있었음에도 이 제안에 대한 황회장의 답변은 "CEO는 내가" 였습니다. 당연하지만 AMD는 엔비디아 대신 ATI를 인수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AMD+ATI 합병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나서 시너지를 내세우며 이전의 "Smarter Choice" 캐치프레이즈에서 "The Future is Fusion"으로 갈아타게 되죠. 사실 당초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CPU+GPU 통합칩을 내놓기로 계획한것이 09년도 근처였던 것도 있어서 그걸 목표로 한 이야기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여기서 생각지 못한 함정이 연이어 터져버립니다.
첫번째는 AMD가 인수할 시점의 ATI는 겉모습과 달리 지뢰였습니다. 인수시점의 끗발 좋아보이는 외양과 달리 내부에선 여러가지 이유로 R&D 등이 지지부진하던 상황이었던데다, 이게 합병 이후로 AMD+ATI의 협업이 생각처럼 매끄럽게 진행이 안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ATI의 인수는 해당시점에선 AMD의 현금흐름만 더 꼬아버리는 악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더욱더 치명적인데 인수한 이후로 같은해에 경쟁사에서 나온 제품이 바로 Core2Duo와 지포스8시리즈였다는겁니다. 자사 제품대비 경쟁력이 압도적인 제품이 CPU와 GPU 둘 다 나와버리는 바람에 제품이 울고싶을정도로 안팔리는 상황이 되어버린거죠.
이런 상황에서 세대가 이어지다가 심지어 AMD 본가가 이어서 불도저라는 크고 아름다운 삽질을 시작하면서 부터는 이제 뭐 답이 안나오는 지경이 된건 다들 아실텐데, 여하간에 이 와중에 나름의 AMD만의 장점을 만들기 위한 자구책들로 나온것 중 하나가 위에 언급했던 통합칩, APU 입니다.
다만, 아직 첫세대에선 "Fusion"을 내세운것에 비해서 아직 물리적인 다이만 통합되었을 뿐, 로직자체는 논리적으로 통합되지 못했습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아래와 같습니다.
CPU와 GPU가 같은 메모리 공간을 일관성을 보장받으면서 매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버스가 없이 필요에 따라서 CPU와 GPU가 통신하는 경로가 누더기처럼 이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이게 무슨소리냐면 CPU와 GPU가 서로의 공간과 접근경로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상태로 생각없이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게 되면 일관성이 보장이 안된단 소립니다. CPU에서 A라는 연산을 해서 B의 값을 C로 바꾸었다고 했을때, GPU에 캐시되어 보관중인 B의 값 여전히 B인 뻘짓 같은게 벌어진다 이말이죠. 당연하지만 이래가지고는 매끄러운 혼성컴퓨팅 같은건 기대하기도 힘들고 난이도도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이후 파일드라이버로 CPU 코어가 대체된 트리니티에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14년의 카베리 들어서야 AMD는 일관성이 보장되는 버스인 Onion+를 추가하는것으로 일단 통합된 메모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세서가 됩니다만... 문제는 여전히 잡다한 버스를 누더기처럼 기워놓은 구조임은 근본적으로 변한게 없고, 접근 경로따라서 이리저리 들쭉날쭉한 개판은 그대로입니다.
참고로 같은 해에 공개된 브로드웰은 본래 통합을 주장하던 AMD보다도 한발 더 앞서서 링버스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깔끔하게 일관성을 제공합니다. 참고로 이걸 얹은 브로드웰을 3개를 한 카드에 올려서 iGPU를 미디어 연산용으로 사용하는 VCA라는 가속카드를 꽤 잘팔아먹었습니다. 엄연히 멀쩡한 데탑 프로세서를 통으로 넣은거라 전력효율이 그렇게까지 좋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나름 쓸만은 해서 하드웨어코덱들이 널리 보급되기 전인 VCA2 까지는 은근히 쓰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AMD의 긴 암흑기의 끝인 Zen 의 세대에 들어서 인피니티 패브릭이 등장하면서 Garlic-Onion-Onion+ 세 버스가 난립하고 있는 난장판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고, APU도 일관성을 보장하는 통합버스를 갖춘 매끈한 프로세서로 완성됩니다.
여하간 레이븐 릿지의 출시가 2017년이었으니 AMD의 통합메모리는 딱 지금으로부터 8년 전에 완성된 셈입니다. 처음으로 물리적으로 통합된 칩이 나온 2011년으로 부터는 6년이 걸린거고, 아예 AMD와 ATI의 합병으로까지 거슬러가면 11년이나 걸린 셈이지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문외한으로 봤을땐 이번 ai max+ 395가 결실 중 하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