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0을 떠나보내고 3달 동안 지지고 볶으며 사용했던 iPhone 12. 

이 제품에 대해서 내릴 수 있는 단 하나의 결론은 "무난해도 너무 무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용하는데 있어서 크게 모난 구석이 없고, 동시에 크게 우월한 구석 역시 없었습니다.

A14 Bionic과 4GB RAM의 콜라보는 환상도, 환장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무난함이었달까요?

칩셋 성능에 대해서는 익히 좋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반해, 램 용량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비판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럴법도 한 것이 동년도에 출시한 S20은 램이 3배, 후에 출시한 S21도 램이 2배라 엄청 후달리거든요. 그런데 쓸만해요. 진짜 놀랍습니다.

A14 Bionic. 과도성능이라 불리는 이 칩셋의 덕분인지, 아니면 자체적인 OS덕인지, (적어도) iOS14에서는 큰 버벅임이나 렉 없이 사용이 가능합니다. 사용하면서 종종 이게 4기가 램이 맞나 싶을 정도로 퍼포먼스를 잘 뽑아주고, 앱이 중간에 팅기는 일도 거의 없어요.

발열통제가 잘 되고 있는지 서멀패드, 베이퍼챔버가 없는 아이폰임에도 발열이 딱히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직은 iOS15 올리기 전이라 그런거겠거니 합니다. 판올림하면 이제 버벅이지 않을까....

디자인은 그냥 그래요. 제품 디자인은 솔직히 별로인데 소프트웨어가 하드캐리한달까...

특히 UI, 너무 좋아요. '삼성'처럼 지저분한 광고도 없고, 칼같이 디자인이 통일되어 있습니다. 수년째 자사 앱들끼리도 가이드라인 못 따라오는 One UI랑은 그냥 급이 다릅니다. 아쉬운건 오래된 디자인을 꾸준히 이어서 쓰는지라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근데 S10의 기억을 떠올리면 근데 자사 가이드라인도 산, 바다로 간 그거 쓸 바에는 그냥 여기 잔류할래요. 디테일들이 체계적인게 좋더라고요.

밝기 조절이 자유로운 것, 스피커 품질. 너무 좋아요!!! 이건 무조건 애플이 1류라는 생각이 들 정도?

특히 전 갤럭시S10 포함 모든 S시리즈를 사용할 적 스트레스를 받았던 게 '밝기 조절' 입니다. 수동밝기 기준으로 3~400니트대로 밝기를 제한한 갤럭시 시리즈들과 달리 아이폰은 밝기조절에 대한 제약이 없어서 너무 좋습니다. 원하면 최대밝기까지 끌어올리면 되고, 최저밝기까지 내리면 됩니다.

스피커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SE 2세대 쓸 때도 느꼈던 거기도 한데 진짜 스피커는 1류가 맞습니다.

아, 120Hz 미지원은 단점 맞습니다. 근데 One UI 120Hz -> iOS14 60Hz 에 대한 역체감이 심각하게 크지 않아서 불편한 구석은 없는데. 타사 다 되는게 안 되는거, 하드웨어상 지원하는게 막혀있는걸 단점이 아니라할 수 있나 싶어요. 이 상태에서 120Hz 지원하면 얼마나 더 부드럽다는건가 싶고요.

물론 가격대비 적은 용량은 최악입니다. 근데 이 조차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캐리해주고 있어요.

아이폰에 있어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존재는 그저 '감사'입니다. MP3파일을 집어넣던 과거에는 아이튠즈와 관련한 제약이 엄청난 단점으로 여겨졌을텐데 요즘은 음악, 영상을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덕에 용량, 아이튠즈 편의성 등의 단점이 크게 무마되기 때문이죠.

유튜브 PIP가 자사 가이드라인 때문에 안 됩니다. 일부 유저들은 웹으로 대체 가능하다면서 괜찮다는 분들 계시던데 그럴거면 App을 왜 만들고 왜 깔고, 프리미엄 돈 주고 뭐하러 써요...? 안 좋은건 안 좋은거지, 그런 논리로 따질거면 끝도 없다고 생각해요.

카메라, 불만은 없어요. 그렇다고 좋은거 같진 않지만요.

작은 센서의 크기로 카메라 관련 디메리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프로세싱능력도 뛰어나고, 특히 영상촬영할때는 흔들림을 너무 잘 잡아줘서 단점이라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냥 너무 무난하다는 생각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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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봐도 아이폰12는 진짜 크게 모난 구석이 없고, 동시에 크게 뛰어난 구석도 없는 그런 제품이라 생각합니다. 애초에 애플도 작년에 '프로'라인업을 신설하면서 플래그쉽 하위 (혹은 메인스트림 최상위) 제품임을 어느정도 공고히 했다고 생각하고, 128GB 기준 116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임에도 그 브랜드의 매력이 있달까? 그냥 사람을 세뇌시키는....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물론, 통화녹음 미지원은 큰 단점이고 삼성의 아이덴티티 '삼성페이'가 없다는 것 역시 (일부에게는) 단점입니다. 유튜브 PIP, 이 부분은 애플 가이드라인이 변경되지 않는 한 될 일 없으니 치명적인 분들에겐 꽤 치명적일겁니다.

아이폰 최신모델을 (폼팩터) 메인으로 써보는건 이번이 완전 처음인데, 이 제품을 쓰면서 느끼는건 삼성이 너무 애플의 제품을 못 따라오는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하드웨어 완성도는 도긴개긴 내지, 삼성전자 미만 잡이라 생각하는데 (전 섹시노스 좋아해요, 별 불만 없이 잘 씀) 소프트웨어 완성도는 너무 뒤쳐져요.

체감이 어느정도냐면 한국에서는 경쟁사가 삼성전자 뿐인데,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One UI의 올라가는 숫자랑 달리 은근 반비례하고있고 (가이드라인 미통일, 너무 심각한 인앱 광고 등), 중국의 회사들보다 뒤쳐지는 구석까지 보이니 (소프트웨어 최적화, 경량화, 차별화 등) 무어라 말을 못하겠습니다. 카메라 손떨방 등은 뭐... 다른 분들이 이미 잘 아실거고요.

이 제품을 쓰는 하루하루, 그냥 여자들이 왜 아이폰을 선호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로 뛰어나다 생각되는 구석이 없는데, 동시에 모난 구석도 없습니다. 그 배터리조차도 용량 더 많은 S10 (본인 실사기기 기준), S21 (친구 실사기기 기준)보다 오래갑니다. 갤럭시 쓸 때는 모난데가 몇 달 내에 보여서 이걸 뒤로하기 바빴는데, 아이폰은 그런 치명적인 모난 구석이 보이질 않습니다. SE 2세대 때도 그랬는데.

(아. AS 제외)

안드로이드가 좋아 아이패드 에어3세대를 뒤로하고 태블릿을 갤럭시탭S7로 들였습니다. (물론 가격이 0순위였긴 하죠... 근데 안 살 수 있었던 것이니까요)

그래서인가, 더욱이 갤럭시의 단점들이 크게 체감되고 있습니다. 칩셋 성능격차는 실사에 크게 무의미하다 생각해서 이야기할 게 없지만 소프트웨어 디테일, 하드웨어 디테일 (센서 크면서 영상 떨린 것보단, 센서 작아도 영상 안 떨리는거. 스피커 품질. 디스플레이 밝기 등) 의 격차는 삼성전자가 분명 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더 화나고, 더 아쉽습니다.

너무 무난해서 도망가기 싫은 지금, S21로 다시 비상할 날만 남은 삼성전자의 후속작, 그 다음 후속작이 크게 매력있게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태블릿 탈사과 한 것 처럼 폰도 탈사과 하게 해주십쇼.

무난해서 좋은 아이폰을 잘 쓰고 있지만 삼성의 One UI 3.5가 진짜 소프트웨어 가이드라인을 완벽하게 충족될 정도로 개선된다면 전 뒤 안돌고 돌아가렵니다. 이왕이면 친중기업보단 애국기업(?)인 삼성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