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삼성은 이젠 기능 말고 '사용 경험'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 Daylight
- 조회 수 4558
- 2023.08.11. 23:29
매 One UI 베타마다 참여해 왔고, 이번 6.0 베타도 사용해보며 문득 떠오르는 아쉬움이 있어 글을 남겨 봅니다.
One UI, 명실상부한 안드로이드계 최고 OS이죠. 특히 One UI의 너무나도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들은 그 어떤 모바일 OS를 가져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앞으로의 One UI는 이미 완벽한 기능을 더욱 발전시키려고만 노력하기보단 유저의 사용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완성도를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여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갤럭시 대신 아이폰을 쓰는 이유를 물었을 때, 아래와 같이 답하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아이폰은 부드러운데, 갤럭시는 버벅거려서 싫다.'
근데 따지고 보면 좀 이상합니다. 동세대 아이폰과 갤럭시에 대해서 앱 실행 속도 비교 같은 걸 해 보면, 오히려 갤럭시가 더 빠른 케이스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게임은 좀 밀리지만 일반적인 앱 사용 시에)
그런데 왜 '버벅거린다'가 갤럭시 특유의 이미지가 되어 버렸을까요?
저는 그 문제의 원인이, 유기적인 반응성,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사용 경험에 대한 고려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느림'이라는 개념을 다룸에 있어, 아이폰과 갤럭시의 접근 방식은 참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폰은 '느림'이라는 상황에 '부드러움'이라는 포장지를 덧씌워 사용자가 이를 체감할 수 없게끔 감추는 느낌이라면, 갤럭시는 있는 그대로 제시하죠.
그래서 결국 사용자에게 남는 느낌은, 아이폰은 '부드러움'이지만 갤럭시는 '버벅거림'으로 다가오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아이폰의 이러한 부분들이 결국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곤 하지만, 저는 그것이 눈속임이 되었든 무엇이든간에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느끼게 될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갤럭시는 이러한 '사용 경험'에 대한 고려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요.
애니메이션만 해도 그렇습니다. 터치와의 유기적인 상호작용 없이 화면에서만 따로 노는 구시대적인 애니메이션을 One UI에서는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내 손가락 끝에서 애니메이션이 유기적으로 반응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나의 입력과 화면 반응이 따로 노는 것 같은, 마치 젤리빈/롤리팝 시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준의 애니메이션들 말이죠.
특히, 여러 애니메이션이 빠르게 이뤄질 때 버벅거리며 끊기는 현상은 2023년, 오늘날까지도 여전합니다. 홈화면과 앱 전환 혹은 앱 서랍으로 들어갈 때 조금만 빠르게 터치를 입력하면 버버벅거리는 건 무려 8Gen2가 달린 S23의 One UI 5.1에서도 정말 흔한 일입니다.
그런 버벅거림은 안드로이드의 종특이 아니냐고 보실 수 있는데, 과거 안드까지는 그랬던 게 사실입니다. 한 4~5년 전 안드 말이죠.
요즘엔 픽셀, 원플러스, Nothing, 샤오미, 오포, 비보 등등 어떤 제조사의 펌웨어를 써 보더라도 정말 아이폰 급으로 부드럽습니다. 구버전 안드 특유의 애니메이션 버벅거림 일절 없고요. 물론, 모두 비교해서 써 본 후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가 사용 중인 기기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함께 언급드리면, 8Gen2 달린 S23보다도 765G 달린 픽셀 5가 애니메이션 측면에선 훨씬 부드럽고 쾌적합니다. 긱벤치 기준으로는 성능 차이가 2배나 나는데도 말이죠.
One UI는 모듈화 방식이라, 타사 안드 OS 급의 최적화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어왔던 걸로 아는데, 그 또한 아니라고 봅니다. One UI 5.0 베타 1은 최소한 AOSP 급의 제스처 애니메이션 최적화를 보여줬었거든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제가 알기론 지금 이 제스처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이슈가 One UI 3.0 베타 때부터 수면 위로 올라왔었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은 대체 왜 수 년간 이 문제 하나를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는 것인지 정말 의문입니다. 애니메이션과 같은 '사용 경험'은 삼성의 소프트웨어 개발 우선순위에 있어 뒷전이라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겠죠.
애니메이션은 앱을 켜고 끄는 매 순간, 상단바를 내려 버튼을 누르고 창을 띄우는 매 순간, 앱을 쓰다 홈으로 가고 앱 서랍을 켜는 매 순간 보게 되는 과정입니다. 하루에만도 수십, 수백 번 경험하게 되는 요소죠.
달리 말해, 이 폰이 부드럽냐, 버벅거리냐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러한 측면에서 이러한 애니메이션이, 사용자가 특정한 폰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함에 있어 (소프트웨어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삼성은 이러한 측면에 대한 고려가 너무나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사용 경험에 대한 깊은 고려의 부족은 비단 애니메이션만의 일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굿락에 대해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기본적인 시스템 기능, 예를 들어 앱 서랍 진입 시 One UI의 기본 설정과 같이 이전 앱을 포커싱하는 대신 현재 앱을 포커싱하도록 설정하는 기능 등 마저도 반드시 굿락을 거쳐야만 설정 가능하게끔 분리 이원화시키는 현행 방식이, One UI의 사용 경험을 크게 저해시키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파워 유저가 아니라면, 잘 켜지도 않는 갤럭시 스토어에 들어가서, 해당 기능이 담긴 굿락 앱을 깔아서, 그 기능이 있는 파트로 들어가서 기능을 컨트롤하는 게 여간 귀찮고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요.
하지만 굿락과 관련한 측면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따로 강조하지는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사용 경험 측면에서 큰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 또 하나 있죠. 바로 카메라입니다. 아마 카메라에서 아이폰과 갤럭시의 사용 경험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앱 실행 속도부터, 셔터렉, 촬영 이후 결과물의 퀄리티 보장이 되지 않는 점(HDR이 제대로 먹지 않거나, 흔들림이 심한 결과물이 찍히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 후보정 이후 결과물의 색이 크게 달라지는 점) 등등 갤럭시의 카메라 사용 경험은 정말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200MP와 같은 기능적 측면에 대한 강조보다는 기본적인 사용 경험 개선이 우선시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MP를 사용해서 사진을 찍을 만큼 각잡고 찍는 경우보다는, 폰카 특성상 일상 속에서 가볍게 찍는 경우가 대다수이니까요. 그러한 가벼운 일상상황 속에서 쾌적한 사용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튼, 삼성은 이젠 다른 것보다 사용 경험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용자의 터치 입력에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구시대적인 (상단바 등의) 아이콘 등 UI/UX적인 측면의 개선, 굿락을 비롯한 기능 접근성 개선, 카메라 사용성 개선 등 총체적인 사용 경험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네요.
저는 삼성이 왜 이렇게 애니메이션에 대한 개발 우선순위를 낮게 책정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갑니다. One UI 5에서 추가된 텍스트로 전화 받기, 사용자 목소리로 빅스비 보이스 만들기 같은 기능들 개발하는 것보단 우선순위가 높아야 하는 게 당연한 것 같은데 말이죠. 그렇다고 빅스비 보이스 만들기 같은 기능의 퀄리티가 높냐? 그것도 아니고요.
삼멤에 열심히 건의도 해보고 미코에도 글도 여러 차례 남겨봤지만 이번 One UI 6 베타에서 애니메이션 더 심각해진 거 보고 참... 아쉽더라고요 ㅜ
ONE UI 랑 iOS 비교해보면
앱 같은 걸 띄울 때
iOS는 "앱이 얼마나 무겁든 애니메이션은 스무스하게 띄우고 앱실행은 그 이후에" 라는 느낌이고
one ui는 "모르겠고 앱 띄우는 애니메이션이랑 앱실행 동시에 해" 이런 느낌입니다
벤치마크만 보면 갤럭시 기기도 버벅거릴 이유가 없는데 둘이 비교해보면 차이가 심합니다
패드미니 같은 애들도 60hz인데도 앱 띄우는 애니메이션 보면 120hz 갤럭시 기기들보다 부드러워요
픽셀 같은 거 보면 이거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왜 안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극히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