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사용하던 무선 이어폰은 에어팟 프로였습니다.

몇 년간 잘 쓰다가 아래 두 가지의 이유로 새로운 무선 이어폰을 들였었는데요,

1. 배터리가 눈에 띄게 열화되었습니다. 밖에서 쓰다가 남은 배터리가 1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매우 잦아졌어요. (스펙상 신품 배터리 타임은 노캔시 4시간 30분). 이어버드 충전하는 동안은 사용을 못 하니 그때 사용할 대체 이어폰이 필요해졌습니다.

2. 아이러니하게도 비싼 이어폰이라... 애지중지하게 되더라구요. 마침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에어팟 프로는 막 쓰기 아까워서 귀에 땀 차서 오염되어도 상관 없는 싸구려 이어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QCY HT05 를 구매했었습니다. 2만원대 무선 이어폰인데도 성능이 놀랍더라구요.

장점

1. 음질이 생각보다는 상당히 뛰어납니다. 그 전에 쓰던 이어폰이 에어팟 프로였는데도 '못 들어주겠네...' 같은 역체감이 크게 안 들 정도입니다. (가격 생각하면 매우 매우 뛰어나다고 느꼈음)

2. 노캔 성능도 생각보다는 상당히 뛰어납니다. 그 전에 쓰던 이어폰이 에어팟 프로였는데도 '못 써먹겠네...' 같은 노캔 역체감이 크게 안 들 정도입니다. (가격 생각하면 매우 매우 뛰어나다고 느꼈음2) 

2. 통화 품질도 뛰어납니다. 근데 이건 아이폰 자체 기능 덕분인 듯... 아이폰에서 '음성 분리' 모드를 선택한 채 통화를 하니, 시끄러운 쇼핑몰인데도 상대방이 주변 소음은 안 들리고 제 목소리만 들린다고 했습니다.

3. 신품 버프인지 배터리 타임이 엄청납니다. (스펙상 노캔시 6시간) 꽤 오래 밖에서 듣는 편인데도 아직까지 밖에서 쓰다가 배터리가 다 떨어져본 적이 없습니다.

4. QCY 어플을 통해 EQ 변경이 가능합니다. 이거는 제가 아이폰 유저라 느끼는 슬픈 장점(ㅜㅜ)이긴 한데, 유튜브 뮤직을 쓸 때도 EQ를 변경해 중저음을 강화하여 들을 수 있으니 좋네요.

5. 기본 팁 기준 에어팟 프로보다 착용감이 좋았어요. 에어팟 프로는 어떤 사이즈의 기본 팁이든 뭔가 부드럽고 유분기로 인해 귀에서 미끌거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QCY HT05의 기본 팁은 매트하고 뻑뻑해서 귀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이 없습니다.

단점

1. 직구 버전이라 이어버드에 자비 없이 QCY 로고가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선명하게 대비되는 색으로 각인되어 있는 게 아니라 연한 회색으로 각인되어있긴 한데, 그래도 좀 안 이쁨... 저는 그래서 화이트 칠해서 덮어버렸습니다.

2. 멀티 포인트 기능이 없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쓰다가 태블릿, 노트북에서 사용하고 싶다면, 그때마다 먼저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를 끈 뒤 태블릿이나 노트북의 블루투스 설정으로 들어가 QCY HT05를 선택해서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듣고 싶은 기기를 바꿀 때마다 이래야 됩니다... (그나마 멀티 페어링은 지원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페어링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에어팟 프로는 아이폰-아이패드 미니-맥북을 번갈아가면서 쓸 때 자동으로 바꿔서 연결해주니까 아주 편했었는데, QCY HT05는 이 점에서 생각보다 아주 불편하고 귀찮았습니다.

3. 에어팟 프로는 아이폰에서 '실시간 듣기' 기능을 통해 음악 볼륨을 실시간으로 몇 데시벨로 재생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는데, QCY는 지원이 안 되더라구요. 건강 앱에서도 확인이 안 됩니다. 귀 건강 생각해서 55 데시벨 이하로만 음악을 들으려고 하는 편인데, QCY로는 데시벨 확인 불가... 그나마 에어팟 프로랑 비교하면서 "이 정도 볼륨 크기로 들으면 되나?"하고 추측하고 있긴 한데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같은 볼륨 3칸인데도 볼륨 크기가 누가 듣더라도 알 만큼 확실히 다르거든요. 체감상 QCY가 에어팟 프로보다 볼륨이 20% 이상 월등히 큽니다. 

4. QCY 어플이 있긴 한데 아이폰과 상성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QCY HT05를 착용 중인 상태에서 QCY 어플에 들어가도 전혀 감지가 안 되어서 설정을 변경할 수 없을 때가 너무 잦습니다.

5. 이어버드를 롱 터치 했을 때, 에어팟 프로처럼 '노캔-'외부 소음 허용' 딱 두 개만 번갈아가면서 사용하고 싶은데, QCY 어플 설정에 그런 옵션이 없습니다. 매번 '노캔'-'노캔 X'-'외부 소음 허용' 이 순서를 거쳐서 설정 변경을 해야합니다. 좀 귀찮아요

그러던 어느 비오는 날

저는 QCY HT05를 흙탕물에 빠뜨리게 되고...

그나마 2만원 짜리를 망가뜨려서 마음이 덜 아팠던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QCY T13 ANC2를 새로 구매하게 됩니다

장점

1. 1만원 중후반 가격대입니다. 약 5천원 정도 더 저렴한 듯. QCY HT05도 엄청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한술 더 뜸

2. 직구 버전인데도 이어버드에 QCY 로고가 없습니다. 이게 최고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에~

3. 멀티 포인트가 지원됩니다! 최대 2대까지 동시에 '페어링됨'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데요, 덕분에 바깥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미니를 동시에 쓸 때 엄청 엄청 쾌적해졌습니다. 기존에는 번갈아가면서 쓰고 싶을 때마다 한 쪽 블루투스 기능을 끄고 한 쪽의 블루투스 설정으로 들어가 무선 이어폰을 연결해야 된다는 엄청난 귀찮은 과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둘 다 동시에 페어링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단순히 페어링 설정만 해두는 건 (멀티 페어링) 여전히 3대 이상에도 가능합니다. 다만 3대 이상 멀티 포인트는 안 되기 때문에 여기에 맥북까지 넘나드는 에어팟 프로의 감각은 재현할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 멀티 포인트 3대 이상도 지원되는 후속작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 여전히 배터리 타임 길어요. 다만 멀티 포인트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HT05보다는 배터리 빠르게 소모되는 느낌입니다
 

단점

1. 이상하게 HT05에 비해서 착용감이 체감될 만큼 안 좋아요. 뭔가 귀에 딱 밀착됐다는 느낌이 안 들고 약간 겉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건 저만의 단점일 수도...

2. 음질이 HT05보다 미세하게 떨어지는 것 같아요. HT05는 처음 들었을 때, '이 가격에 이런 음질이??'라는 놀라운 느낌이 있었는데, T13 ANC2는 그런 느낌까지는 안 드네요... 물론 가격 생각하면 여전히 들을만 하다고 느껴지긴 합니다. 딱히 불만까지는 없음

3. 스펙상 노캔 성능이 밀립니다. HT05는 40db 감소이지만, T13 ANC2는 28db 감소입니다. 실제 QCY 어플 내에서도 HT05는 노캔 강도를 최대 9단계로 제공하던데, T13 ANC2는 노캔 강도 조절 기능이 없이 1단계로만 제공됩니다. 물론 T13 ANC2 노캔도 가격에 비하면 밖에서 쓰기에도 상당히 쓸만한 수준의 노캔이라고 느껴져서 큰 불만 없긴 합니다.

4. 여전히 QCY 어플과 아이폰 상성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QCY 어플에서 T13 ANC2 사용 중인 걸 감지 못 할 때가 너무 잦습니다.

5. 여전히 실시간 듣기로 재생 중인 음악의 데시벨을 확인할 수 없음... 여전히 에어팟 프로와는 같은 볼륨 칸일 때 볼륨 차이가 큼...

6. 여전히 '노캔'-'외부 소음 허용' 2가지의 모드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없음...

결론

가격 생각만 안 한다면 에어팟 프로2를 2대 번갈아가면서 쓰는 게 가장 좋겠지만

가격 걱정 없이 막 쓸 이어폰을 찾는다면

15분의 1 이하 가격인 QCY T13 ANC2를 스페어 무선 이어폰으로 쓰는 거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