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어폰의 소리에 대한 평가는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유념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서론을 길게 쓰려다가 가독성을 위해 짧게만 쓰겠습니다.

 

이번 버즈 플러스의 셀링 포인트인 배터리와 통화품질은 분명히 전작 버즈에 비해 개선되었습니다. 특히 배터리는 아주 놀라운 수준이고, 통화품질도 실내 통화품질은 훨씬 깔끔해졌습니다.

 

주변소리듣기 기능도 엄청 좋습니다. 자기 목소리는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타인의 목소리는 제법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다만 실험실 기능까지 켠 상태를 기준으로 3단계와 4단계는 좀 과합니다. 전 2단계 정도가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음악감상용으로 쓰기에 이 제품은 썩 만족스럽지가 않습니다. 들어보기 전까지는 하만 2019 IE 타겟에 어느 정도 부합하길래 들을만 하겠구나, 문제가 있다면 10K 부근의 딥이겠구나 싶었는데 문제가 꽤 많습니다. 제가 버즈 플러스의 기본팁을 사용했을 때 아래와 같은 음질적 불만족이 있었습니다.

 

1. 극저역은 웅장하게 잘 들리는데, 저역이 '분명하지 않게' 들립니다. 안 들리는 게 아니라 약간 울리는 느낌으로, 불분명하게 들립니다. 스피커를 사용할 때 저역에 부밍이 생기면 양감은 충분하지만 깨끗하지 않게 들리는데, 딱 그짝입니다.

 

2. 중역(혹은 중고역)이 너무 과하게 강조되어 있습니다. 락/메탈 장르의 음악을 들으면 일렉기타 소리만 엄청 강조돼서 들립니다. 보컬 대역보다는 약간 더 높은 대역이라 중역 강조 하면 떠오르는 보컬 강조보다는 '기타 강조'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이게 특정 음악에는 잘 어울리는데, 안 어울리는 곡은 진짜 이상합니다. 특히 디스토션이 걸린 일렉기타 사운드가 들어가는 곡은 락/메탈 장르가 아니더라도 너무 튀어나와서 이상하게 들립니다. 그리고 이쪽이 사람 귀가 가장 민감한 대역이라 오래 들으면 귀가 엄청 피곤해집니다.

 

3. 고역의 질감이 매우 지저분하고 경질적입니다. 특히 하이햇을 치면 아주 지저분한 잔향이 따라옵니다. 고역의 양은 적절합니다만 질감 덕분에 이게 왜이런가 싶습니다.

 

4. 2번과 3번의 콜라보레이션 탓인지 전반적으로 소리가 라디오를 듣는 것마냥 잡음 가득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렇다고 라디오처럼 먹먹하고 저음질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그럼 버즈 플러스 소리의 장점은 없느냐고 물으실 분도 있을텐데, 있긴 있습니다.

 

1. 극저역까지 잘 재생됩니다. Why so serious? 같은 극저역만 깔리는 곡은 이어폰에서 재생하기 매우 힘든데 완벽하진 않더라도 재생이 됩니다. 그리고 극저역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EDM 같은 장르의 경우 극저역이 묵직하게 받쳐주면서 공간감을 형성해 줍니다.

 

2. 중역(중고역)의 강조 덕에 선명하고 해상도가 높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이걸 단점으로 보지만 장점으로 느끼실 분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해두면 처음 들었을 때 오 선명한데? 이런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걸 의도한 튜닝이 아닌가 싶구요.

 

 

 

단점은 왕창 써놓고 왜 장점은 두 개밖에 없으며, 그마저도 '있긴 있다'라고 썼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단점이 훨씬 큽니다. 좋은 음향기기를 들어보신 분이라면 단점 쪽이 먼저 느껴질 수밖에 없는 소리입니다.

 

2. 팁을 바꾸면 소리가 훨씬 좋아지는데, 위에서 언급한 장점이 모두 사라집니다.

 

 

 

버즈 플러스도 버즈 때와는 다른 팁으로 변경되긴 했지만, 기본팁의 착용감이나 차음성은 몰라도 소리쪽으론 별로 개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총 세 가지 이어팁을 사용해 봤는데 팁을 바꿔서 이렇게까지 소리가 많이 변하는 이어폰은 처음 봅니다. 기본팁은 위에서 언급한 소리를 가지고 있으니 다른 팁을 착용했을 때의 소리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1. 오르자 TWS팁

중역 강조가 줄어들어서 소리가 좀 편안해집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역의 지저분하고 경질적인 질감은 남아 있고, 묘하게 라디오 느낌 나는 뉘앙스도 여전합니다. 저역이 뚜렷하지 않은 것도 비슷합니다. 기본팁보단 낫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2. 스핀핏 CP360 팁

사실 이 팁을 추천하기 위해 이 글을 썼습니다. CP360을 끼우면 소리가 극적으로 개선됩니다.

 

(1) 중역 강조 감소 : 오르자 TWS팁처럼 중역 강조가 줄어들어서 편안한 소리가 됩니다. 그렇다고 중역에 딥이 생겨서 보컬이 밀려난다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적절히 감쇠됩니다.

 

(2) 저역 명료도 개선 : 기본팁에서는 뚜렷하게 들리지 않던 저역이 제대로 들립니다. 양감이 늘어나진 않고 오히려 좀 더 타이트해지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3) 고역 질감 개선 : 엄청 이상하게 들리던 고역의 질감이 크게 개선됩니다. 지저분하게 들리던 고역이 깔끔하게 억제됩니다. 다른 부분은 그렇다 치고 고역 질감이 이렇게 극적으로 개선된다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소리가 크게 달라집니다.

 

(4) 라디오 같은 느낌 제거 : 묘하게 소리가 기분 나쁘게 들리던 게 사라집니다.

 

(5) 단점 하나 : 공간감이 좁아집니다. 대부분은 단점이라고 느끼실 거라 단점에 적습니다만 실제로 웰메이드 이어폰은 공간감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관한 깊은 이야기는 음향학적 이야기라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여태까지 여러 이어폰을 사용해보면서 폼팁이 아니라 실리콘팁끼리 바꿨는데 이렇게 소리가 극적으로 달라진 케이스는 처음 봤습니다. CP360 팁이 특별히 엄청나게 좋다기보다는 CP360이 기본팁/오르자TWS팁과 삽입깊이가 달라서 크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버즈 플러스의 기본팁 장착 상태에서 제 글이 공감가지 않으시는 분들은 제 귀와 삽입깊이가 다를 가능성이 큽니다.

 

 

 

글이 긴데 세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제 귀의 경우) 기본팁 상태에선 소리 밸런스가 나쁩니다.

 

2. 기본팁 상태의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본팁과 삽입깊이가 달라지는 팁을 사용해 보세요. 저의 경우는 스핀핏 CP360에서 극적인 개선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CP360을 추천드리지만 모두에게 저와 같은 극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3. 번외로 SSC와 AAC 코덱은 전파공해가 심하지 않은 환경에서 청취해 보니 음질적으로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SSC가 스케일러블 코덱이기 때문에 전파공해가 심한 환경에서 청취하면 AAC에 비해 음질이 좀 떨어질 수는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환경(실내)에선 차이를 느끼기 힘드실 겁니다. 야외, 특히 전파공해가 심한 지하철 같은 곳에서는 테스트해보지 않았는데 이런 곳에서는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럴 때 AAC 코덱을 사용하면 음질은 확실히 챙길 수 있지만 연결성이 저하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