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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공부하던 시절 재밌게 읽은 소설 한 단락

엄마의 말뚝2

박완서

[앞부분 줄거리] 눈길에 미끄러져 다리를 다친 어머니는 수술 후, 전쟁 중에 아들('나'의 오빠)를 죽인 인민군 군관의 환영을 보고 허공에 소리를 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인다. '나'의 오빠는 6·25 전쟁 때 의용군에 지원했다가 심신이 피폐해져서 탈출했으나 인민군 군관에게 발각되어 총을 맞고 숨졌다. 이후의 세월 동안 어머니는 그 모든 고통을 마음속에 담아 두며 살아왔다. 

  ​ “그놈 또 왔다. 뭘 하고 있냐? 느이 오래빌 숨겨야지, 어서.”
  “엄마, 제발 이러시지 좀 마세요. 오빠가 어디 있다고 숨겨요?”
  “그럼 느이 오래빌 벌써 잡아갔냐.” 

  “엄마, 제발.”
  어머니의 손이 사방을 더듬었다. 그러다가 붕대 감긴 자기의 다리에 손이 닿자 날카롭게 속삭였다.
  “가엾은 내 새끼 여기 있었구나. 꼼짝 말아. 다 내가 당할테니.” 

  어머니의 떨리는 손이 다리를 감싸는 시늉을 했다. 그때부터 어머니의 다리는 어머니의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온몸으로 그 다리를 엄호하면서 어머니의 적을 노려보았다. 어머니의 적은 저승의 사자가 아니었다.
  “군관 동무, 군관 선생님, 우리 집엔 여자들만 산다니까요.”
  어머니의 눈의 푸른 기가 애처롭게 흔들리면서 입가에 비굴한 웃음이 감돌았다. 나는 어머니가 환각으로 보고 있는게 무엇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가엾은 어머니, 차라리 저승의 사자를 보시는 게 나았을 것을……
  어머니는 그 다리를 어디다 숨기려는지 몸부림쳤다. 그러나 어머니의 다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군관 나으리, 우리 집엔 여자들만 산다니까요. 찾아보실것도 없다니까요. 군관 나으리.”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가 어머니에게 육박해 오고 있음을 난들 어쩌랴. 공포와 아직도 한 가닥 기대를 건 비굴이 어머니의 얼굴을 뒤죽박죽으로 일그러뜨리고 이마에선 구슬같은 땀이 송글송글 솟아오르고 다리를 감싼 손과 앙상한 어깨는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가엾은 어머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차라리 죽게 하시지, 그 몹쓸 일을 두 번 겪게 하시다니……

  “어머니, 어머니, 이러시지 말고 제발 정신 차리세요.”
  나는 어머니의 어깨를 흔들면서 울부짖었다. 어머니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지 나를 검부러기처럼 가볍게 털어내면서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안 된다. 안 돼. 이노옴. 안 돼. 너도 사람이냐? 이노옴, 이노옴.” 

  나는 벽까지 떠다밀린 채 와들와들 떨면서 점점 심해 가는 어머니의 광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학생이던 시절 읽었을 때도 참 안타깝고 슬픈 내용이었는데(박완서의 어머니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죠) 군대 와서 다시 읽어보니까 그 처참함이 두배로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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