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 나 애기 자붕이
- 몬스터
- 조회 수 385
- 2020.10.12. 13:02
저는 자전거를 약 1년 4개월여간 타지 않았습니다.
작년 2월에 여자친구가 황망하게 떠나버린 뒤, <봄날은 간다>의 은수같은 기집애(차이점이 있다면 은수와 같은 이혼녀가 아니라 저보다 훨씬 어린애였다는 것)가 제 멘탈이 나간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4개월 정도 저랑 노닥거린 뒤 말같지도 않은 이유를 대고 환승이별을 해버렸습니다. 사실 예전 20대 때의 멘탈이라면 "어 ㅂㅂ"하고 다른 여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30대가 되고, 여자친구와 6년을 넘게 사귀면서 안정감 그 자체에 너무도 기분좋게 잠겨버린 제 마인드로는 버틸 수가 없었고 우울증이 심하게 왔습니다.
그래서 유이하게 정붙인 운동 중 하나인 자전거라도 타면서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하며 한 1주일 정도를 운동에 매진하던 날 밤,
야간 라이딩을 나갔다가 특유의 허세넘치는 인별 st. 사진을 찍은 뒤 5분만에
이분과 마주하게 됩니다.
자라니 vs 고라니의 찰나를 다투는 대결 끝에 제 자전거 휠은 휘어버리고 저는 팔과 손바닥에 심한 찰과상(장갑과 자전거복 다 터져버렸습니다)을 입고 팔꿈치에 평생가는 흉터가 생기고(기억하시는 분은 기억하시겠지만 작년에 '오늘의' 시리즈 연재할 때 팔꿈치에 항상 큼지막한 메디폼 붙은 사진을 여러장 올렸습니다.)
병원비는 총 23만원이 나왔는데 1회 진료당 15000원 이상만 지원해준다는 어처구니 없는 삼성생명(제가 평생동안 삼성에게 속은 2가지 중 하나입니다)의 실비보험 정책에 의해 보험료는 매달 26만원을 내면서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기본도 못지키는 놈들
망가진 자전거를 내버려둘 수는 없어서 수리도 하고 휠도 100만원 들여서 듀라휠로 바꿔놨는데, 그 뒤로 도저히 타고싶은 생각이 안생기더라구요. 멘탈은 멘탈대로 나갔는데 그렇게 사고도 생겨버리니........
그래서 작년 6월 이후로 샵에 한 번 갔다올 때 말고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안탔습니다.
그러다가 요즘 자전거에 선생님들이 하도 관심을 가져주시니(비꼬는 의미로 쓰신 분도 계시겠지만) 저도 자전거에 다시 관심이 생겨서 타보았습니다.
공구팩은 필수입니다. 펑크가 났을 때 튜브를 갈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래도 정 안되면 패치를 붙이는 걸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외의 필수품은 헬멧, 고글, 장갑(장갑도 무조건 필수품입니다. 낙차시 헬멧 믿고 머리로 떨어지실 게 아니라면...) 물통 정도. 밤이면 라이트하고 후미등도.
이번에 버즈 라이브를 착용하고 라이딩해보았는데 원래 생각했던 것만큼 참 좋습니다. 음악을 너무 크게만 안틀면 바깥소리가 다 들리니 위험하지도 않습니다.
라이딩은 여자친구랑 해야 제맛이죠.
오랜만에 타는 거라 샤방샤방샤방샤방 타기로 해서 속도계도 안달고 나갔습니다. 저는 어짜피 샤방샤방 안타고 진지하게 탄다고 해도 거리가 길어지는 거지 평속은 25를 유지합니다.
고라니와 건곤일척의 대결을 펼쳤던 장소를 지나갑니다. 한 밤중에 수풀에서 튀어나와 제 자전거의 옆구리를 들이받아버린 고라니상 오겡끼데스까?
제 자전거는 비앙키만큼은 아니어도 엄청 예쁩니다 헤헤헤
세종은 자전거 타기엔 정말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저같은 애기 자붕이에겐 천국이죠.
반환점인 부강면에 도착합니다.
아침을 안먹어서 배가 고픕니다.
아 집에 빅팜이랑 간짬뽕 있는데 괜히 더 돈쓰고 싶지 않은데....
?!?!?!?!?!
관대해졌습니다. 맘스터치 언빌리버블 ㄱㄱ
부강면 맘스터치는 ㄹㅇ 혜자입니다. 사장님 부자되세여.
돌아왔습니다.
중간에 사진도 찍고 쉬기도 하고 쉬엄쉬엄 탔더니 21km/h가 찍혔네여. 엉덩이가 아픕니다. 끝.
일단 도입부에서 살짝 슬펐는데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이 괜찮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