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나의 가장 오래되고 따뜻한 기억
- Hoshizora
- 조회 수 113
- 2020.11.16. 15:55
2000년 1월 즈음.
그 때는 동생이 태어나기도 전이고, 어머니 아부지랑 셋이서 오순도순 살고 있었어요.
그 날 따라 유독 눈이 많이 왔었네요.
아파트 단지 안에 눈이 소복히 쌓일 정도로 왔었죠.
그 당시 3살이었던 나는 눈이 오자 마냥 좋아서 밖에 나가자고 했어요.
밖에 나가고 좀 있으니 눈이 그쳤는데, 세상이 온통 하얀 이불로 덮인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다가 어머니가 눈사람을 만들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내 손만한 작은 눈뭉치를 하나 만들고 나서 그걸 최대한 키우기 시작했고
좀 커지니까 어머니께서 굴려 주셨습니다.
그렇게 커다란 눈덩이 두 개를 만들어서 형태를 잡고
갖고 있던 단추, 나뭇가지로 팔과 얼굴을 만들어 줬습니다.
완성된 눈사람은 제 키 절반 정도였으니
성인이 보기에는 아주 작은 크기의 눈사람이었어요.
이제 다 만들었으니 돌아가려는데, 저는 눈사람이 잘 있나 지켜보고 싶었답니다.
주그래서 어머니께 말씀 드려서 당시 2층이었던 집에서 잘 보이는 위치에 놓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 입고 따뜻한 내복으로 갈아입고 눈사람이 잘 있나 봤는데
분명히 잘 보이는 위치에 뒀던 눈사람은 온데간데 없었고
그저 눈이 쌓인 잔디밭이 하얀 솜털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저랑 어머니는 어리둥절해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눈사람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뭔가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어머니와 같이 한참 웃었습니다.
이런 내용이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이야기지만
제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이자, 어머니와 관련된 추억이기도 해서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먼 훗날....
사람이 치매에 걸리게 되면 최근 기억부터 망각하기 시작한다는데
저에게는 이 기억이 가장 오랫동안 남게 될것 같습니다.
간직하고 있는 마지막 기억이 그래도 추억이라 다행이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