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 콩나물 국밥 미가옥 중화산점
- Alternative
- 조회 수 194
- 2022.01.11. 19:43
이 '미가옥' 이라는 곳은 로컬맛집의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었습니다.
- 관광지(한옥마을)에서 멀다
- 굉장히 골목에 있다
- 자리가 좁다
- 로컬 할아버지 아저씨들이 많다 (중요)
- 새벽 6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운영한다 (매우 중요, 이거 보고 가기로 결정)
점심시간을 쪼개 달려가 보았습니다.
(누가 봐도 로컬맛집)
그런데 로컬맛집의 중요한 요소가 가격은 착하다 인데, 콩나물국밥이 7000원이더라고요?
어허... 조금 비싸지 않나? 하면서 일단 시켜 보았습니다.
???
콩나물 국밥 대신 밥과 반찬, 김이 나옵니다?
다행히 본품이 아니라 나오기 전에 시장끼 채우라고 주는, 직접 만든 밥과 젓갈, 반찬입니다.
김을 락앤락통째로 주는 저 혜자스러움과 오징어젓갈의 훌륭한 맛, 밥의 완성도에 느낌표를 띄우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후 조금 시간이 지나자
본품이 나왔습니다 (배경이 지저분한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ㅠ)
처음에는 흰 국물인데, 다데기와 마늘, 파가 얹어져 있어 숟가락으로 풀면 저런 연한 붉은 국물이 됩니다.
푸는 순간 올라오는 향기에 이미 승리를 직감했습니다. 전주 특유의 콩나물국밥 제조법을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바로 오징어로 육수를 내서 콩나물국밥 국물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혹자는 그래서 진짜 콩국 맛집인지를 알려면 메뉴에 오징어 관련 음식이 있는지를 보면 된다고도 말했죠. 실제로 여긴 메뉴에 오징어가 있었습니다.
국물은 그야말로 바이칼 호의 깊이. 푹 끓여낸 오징어 육수에 신선한 콩나물과 마늘, 파 그리고 푸짐한 밥까지. 도저히 적수를 못 찾을 맛이었습니다. 유명한 양산형 콩나물국밥 집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그 맛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전투는 이미 끝나 있었습니다. 모든 반찬 파괴했습니다.
아, 수란도 빼놓을 수 없죠. 수란이 나온다는 점도 전주식 콩나물국밥의 필수 요소입니다. 저는 수란을 콩나물국밥에 빠뜨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콩국 국물을 수란에 섞여 후루룩 마시는 것도 별미라고 생각합니다. 이곳 수란은 참기름을 뿌려준 덕분에 비린 맛 하나 없이 즐겁게 후루룩 마실 수 있었습니다. 되게 예쁘게 생겼는데 사진은 못 찍었네요ㅠㅠ
아무튼간에, 제대로 한 방 먹은 로컬맛집이었습니다. 칠천원? 오히려 싼겁니다. 역시 로컬맛집은 싼 겁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오늘, 전주의 맛은 제 배를 기분좋게 덥혀주었습니다.
[전주 맛집 이야기 제3화 끝]
배 따뜻 이거 귀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