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2'라는 닉네임으로 미게에 종종 글을 썼던... 중증 미코중독자였지만 중요한 시험 날짜가 다가오자 더이상은 집중력과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어서 (미코 포함) 모든 커뮤 계정을 탈퇴했었습니다. 그 후 쉬는 시간에 담배 한모금 하면서 미게 눈팅만 종종 하다가 6월 말에 재가입을 하고 2022년 7월30일, 시험 날짜에 맞춰서 활동이 풀렸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앗, 시험은 말그대로 "꼬라박았"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1교시 첫 과목인 형사법 풀면서 "다 아는 문제들이구먼~" 하고 쭉쭉 풀어나갔는데 그렇게 방심하다가 헌법에서 역대급 뇌정지 오고 멘탈 바사삭... 겨우 과락 면할 정도로 제대로 망해버리고는 2교시에는 도무지 멘탈관리가 안되서 평소에 자신 있었던 행정학마저 미끄러져버렸어요ㅜㅜㅜ 그렇게 필기시험이 끝나면 하루종일 미코나 하면서 뒹굴거리려고 했던 계획은 전혀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10월에 있을 해양경찰 경위공채 시험으로 방향을 돌리고 다시 독서실로 출근하게 되었네요.

사실, 저는 절대로 지금 당장의 불합격이 반드시 불행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취준생의 나이대가 되고 나니, 합격한 친구들에게는 축하를 보내지만 낙방의 고배를 마시는 친구들을 절대로 동정하거나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친구들이 지금 당장 공채에서 떨어진 것이, 시험에 낙방한 것이 먼 훗날 되돌아봤을 때 오히려 잘 된 일이 되어있을 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고, 오직 먼 훗날 시간 만이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제 휴대폰에는 2013년, 고등학교 입학선물로 아이폰5를 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이 모두 저장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사진들을 보다가, 2016년 어느 한 순간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 때로 다시 돌아가 과거를 바꿔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순간을 바꾸어 놓는다면, 과연 그 시점부터 2022년 현재까지 수천 장에 달하는 사진들이 지금 상태 그대로 있을까요? 그 때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그 때의 선택으로 인해 거쳐갈 수 있게 되었던 순간들, 그 과정 속에서 맺어진 인연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제 인생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을겁니다. 그래서 인생이라는 긴 드라마에서, 한 장면 장면마다 모두 의미가 없는 순간은 없는 것이겠죠! 지금 날아가버릴 것 같은 행복한 순간이 앞으로 다가올 큰 재앙의 전주곡은 아닐지, 지금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 머지 않아 있을 큰 행복을 위한 디딤돌이 될 지는 알 수가 없더라구요. 인간은 자기 인생을 오차 없이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진심을 다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

그리고 시계 기변했습니다. 기존에 쓰던 애플워치 SE 40mm는 런닝 할 때만 꺼내서 쓰구요, 메인으로는 일명 "수능시계"로 더 유명한 카시오 MQ-24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평소 공부할 때 애플워치에 타이머나 열품타 띄워놓고 했었는데, 막상 시험장 반입이 허용된 아날로그 시계 끼고 시험장 들어가서 이걸로 시간 보면서 문제풀어보니 디지털 시계에 익숙해져서 시간 가늠하는게 생각보다 힘들더라구요ㅠ 그래서 메인 워치로 이걸 낍니다 이제는 ㅎ

오랜만에 아날로그 시계를 쓰니까 너무 가벼워서 좋구요, 기능은 "시계" 말고는 아무 것도 없지만 시간도 잘 읽히고 참 좋아요.. '시계'로서의 본질은 스마트워치가 쿼츠 시계를 따라잡긴 힘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