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카카오 페이지 사태에 대해 좀 말씀드리자면
- 익명의 미붕이68715768
- 조회 수 455
- 2022.08.31. 14:00
제 지인이 그쪽에서 일해서 아는데, 이 바닥은 답이 없습니다.
지금 이런 사태가 벌어진 원인에는 PD, 편집자라는 것들이 어떤게 제대로 하는 일인지도 모르고 무한수정을 작가나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게 1순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손 그림의 경우 그리다가 선이 좀 삐져나오고 붓에서 떨어진 털이 좀 있을수도 있고 물감이 어디는 좀 떡질수도, 어디는 얕게 칠해질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런것도 수정을 하라는 요청이 들어옵니다.
세밀화 사전도 아닌데 배경에 조그맣게 나오는 곤충 다리, 더듬이 갯수로 수정을 요구하거나 동물을 의인화 한, 진짜 인간도 아닌 캐릭터에게도 손가락 발가락 개수가 왜 이러냐는 둥 하면서 그려놓은 모든걸 수정하라는 미친 요구를 합니다. 이게 왜 미쳤냐면 그렇게 되면 그려놓은 모든 컷을 죄다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하는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래놓고 자기들은 일을 매우 잘 했다는 이상한 착각에 빠져서 편집팀에선 누가누가 더 수정거리 찾았나 이걸로 실적 경쟁을 합니다.
이러다보니 결국 수정을 할만한 중대한 오류를 찾아내는게 아니라 일부러 흠을 잡거나 트집거리를 찾아서 작가에게 지랄하는게 되어버리는거죠.
정작 편집단에서 걸려야 할 트레이싱/표절을 거르는건 사후에 독자들이 찾아내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왜 이러는지 간략한 설명을 드리자면 무한수정트렌드가 정착된 이유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작가를 ㅈ으로 봐요.
대충 그림 30분 끼적이고 즈그들한테 던진다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볶아쳐야 "제대로 된" 그림이 나온다는 망상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집이나 PD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그림을 한번도 그려본적은 없는 게 대부분이죠.....
둘째, 작업도구가 컴퓨터로 바뀌었습니다.
이게 상당히 큰 문젠데요, 컴퓨터의 등장으로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의 수정 난이도는 상당히 쉬워졌고, 손그림도 포토샵으로 어느정도 컨트롤이 되다보니 조금이라도 거슬리는건 몽땅 쳐내야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습니다.
이렇다보니 그림작가나 디자이너쪽은 문자 그대로 무한수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잠을 하루에 두세시간을 자도 모자른 지옥같은 환경이 완성되는 겁니다. 특히 이쪽 직업들은 직장에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재택으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보니 노동법 같은걸로 걸고 들어가기도 애매해요.
아마 이번 카카오 사태 때문에 유산하신 그림작가분은 저런 무한수정으로 인한 과로와 담당 PD가 주는 스트레스 이 두가지가 매우 크게 작용해서 안타까운 일을 당하실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다만 편집자/PD 라는 직군에서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언제고 또 발생할것 같아 슬프네요.......
사과 하긴 했나요...? 후속 대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