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찐 기덕 사이트다 보니 이런 약간의 사회성을 첨부하는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생각난 김에 몇자 끄적여봅니다.

 

세줄 요약이 있긴 하지만 다 읽어보시는걸 추천합니다.

 

1. 무조건 국산

 

우리나라가 폰을 못 만드는 나라였으면 중국산 선물해도 별 불만 없이 쓰셨을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아니면 자동차처럼 확실하게 상위/고급 브랜드가 존재해서 외제차가 더 먹어주는 물품이었으면 국산 사세요 같은 말을 하지도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안드 1티어 제조사의 나라인 삼성이 있는 나라고 삼성의 A/S센터는 전국 어떤 도시를 가도 존재합니다. 혹여라도 문제가 생겨도 저희가 대응 할 필요 없이 그냥 센터 보내시면 됩니다. 컴갤에서 컴알못한테 조립식 말고 대기업 추천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2. 무조건 새거 아니면 못해도 미개봉 중고

 

저희가 무슨 영수증 첨부해서 그분들께 선물하는 것도 아니라서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미개봉 중고입니다. 노후에 새로운 폰을 살 만큼의 여유가 있는 분이건 그럴 여유가 없이 빈곤한 분이건 상관 없습니다. 그분들이 느끼기에 “우리 자식/손주가 내게 새 거를 사줬다” 라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는 그분들의 사회적인 평판과도 직결됩니다. 그분들도 자신들만의 친구가 있고 나가는 모임이 있으며 폰을 바꾸면 거기에 가서 반드시 얘기가 한번은 나옵니다. 

 

"XX엄마/아빠, 이번에 휴대폰 바꿨나벼~ 뭐여??" 

 

"이이~ 우리 자식/손주놈이 이번에 새로 사준 폰인데 중국 브랜드라 카던데~"와 "응 ~ 우리 자식/손주놈이 이번에 중고로 사준 폰인데 삼성 ~" 같은 흐름으로 전개되는 것은 그분들 입장에선 최악입니다. 중국? 중고? 체면 구기는데 이만한 게 없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쓸 건 중고가 맞지만 선물하는 용도는 무조건 새거/자금이 부족하거나 단종되어 물건이 없으면 미개봉 중고를 사야만 합니다.

 

또 첨언하자면 어르신들도 뭐가 좋은지 대략적으로 아십니다. 갤럭시 S야 이미 10년 넘은 삼성 갤럭시의 최고급 브랜드고 최근에는 접히는 Z시리즈 정도여야 어르신들 사이에선 “저 집 자식이 그래도 부모한테 못하진 않는가벼~” 하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습니다. 효도는 하는 김에 이러한 부가효과 또한 노리는게 여러가지 의미로 바람직합니다.

 

3. 경로의존성

 

여기같은 기덕사이트에서야 One UI가 처음 올라갔을 때는 정말 다들 환호하면서 너도나도 설치하면서 이뻐졌네 아니네 그래픽이 좋네 아니네 편해졌네 아니네 하면서 꽤나 논쟁이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근데 현실에선 어땠을까요? 오히려 대다수의 실사용자들이 불편해 했습니다. 특히 저희 어머니는 당시 40대였음에도 제가 업데이트 올려드리고 나서 쓰기가 너무 불편해졌다고 저를 굉장히 책망하셨습니다. 뭘 눌러야 갤러리인지 카메라 아이콘은 왜 바뀌고 지랄인지 정말 여러가지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별 말 없이 쓰시지만 당시 40대에 불과한 저희 어머니의 반응이 저랬다는걸 감안하면 그 윗세대 분들의 반응은 안봐도 비디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폰/태블릿을 선물하는 경우, 그분께서 어떤 기종을 썼는가, 같은 회사인가 같은 것을 확인하는 작업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LG같은 없어진 안드 계열 쓰셨다고 중국산으로 바꾸도록 하는 것은 하면 안될 짓 입니다. LG가 삼성 따라잡겠다고 다른 안드폰에선 안되고 삼성에서만 되던거 지원하는게 많고 번역도 영 좋지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지간해선 카톡 외 다른 앱들의 백업도 싹 해드려야 할 수 있지요. 요점은 결국 이전에 쓰던 폰과 최대한 비슷하게, 혹은 같게 만드는 작업이 필수라는 것 입니다.

 

이는 뒤집어서 말하면 당신께서 “이번에는 아이폰 좀 써보고 싶다” 던가 “쓰던 아이폰말고 뭐시기, 그 접히는거 있잖여” 하시면서 진심으로 바꾸고 싶어하시는게 아니라면 같은 회사의 비슷한 라인업으로의 업그레이드만이 최선이고 그 외에는 고려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세줄 요약

 

1. 무조건 국산

2. 무조건 새거, 못해도 미개봉 중고

3. 경로의존성에 유의

 

이 정도만 생각하셔도 부모님/조부모님께는 선물하시는데에 기준이 어느정도 세워졌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