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논평을 보면 러시아군에 대해서 "wounded bear"라는 표현을 쓰면서 한국에서 보도되는 것과 같이 예상보다 훨씬 힘쓰지 못하고 있다고 표현하면서도,

결국 시간이 계속 흐르면 러시아군도 서서히 자정되면서 다시 우리가 인식했던 이미지와 같이, 혹은 그보다도 더 위협적이게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것이 며칠 전 핀란드와 스웨덴이 중립국 포지션을 포기하고 나토 가입 신청서 제출을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고 분석하구요.

(상대방이 예상보다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안심하거나 나아가 평가절하하는 것은 명백한 오판이 될 것이며,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강도 높은 실패를 겪은 세력은 일반적인 경우 약점을 보완한 후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므로 말이죠.)

우크라이나 땅에서 예상과 달리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절대 우크라이나에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러시아군의 전쟁 명분은 크게 1. 탈나치화 2.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계 주민 보호였고 따라서 러시아군의 목표는 크게 1. 북중부의 상징적인 목표 키이우 2. 동남부의 전략적 목표 마리우폴 두 개였는데, 전자는 (명분도 약했고) 이중화된 전선의 단일화를 위해 포기하면서 동부전선에 집중했고, 동부전선에서 역시 고전하다가도 계속된 공격으로 며칠 전 마리우폴을 끝내 점령하게 됩니다. (마리우폴은 누가 점령하느냐에 따라 판도에 영향을 줄 전략적으로 중요한 도시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한도는 (러시아를 상대로 이길 수는 없기에) 결국 자국의 피해를 줄이는 선에서 그칩니다. 따라서 키이우와 마리우폴 두 개를 보전하는 쪽으로 러시아와의 협상을 마치는 것이 최고의 상황이었는데, 최근 마리우폴을 잃으면서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실시간으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이 전쟁에서 무슨 일이 더 벌어질지,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인터넷에서 흔히 돌아다니는 짤방 처럼 우크라이나가 "어 좀 할만한듯?? 얘들아 무기좀 내놔봐 나 얘 줘팰 수 있을 것 같애"같은 말을 할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닙니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는 일방적으로 정말 많은 걸 잃을 수준입니다.

그에 반해 러시아는 상당한 출혈은 있을 것이나, 전쟁 자체는 러시아의 목표가 끝내 달성될 확률이 높습니다.

(경제의 경우 이보다는 잘 모르지만, 딱 하나 지금 루블화가 폭락하다 다시 반등하고 있는 것은 실제로 경제 상황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러시아 중앙은행이 온갖 조치를 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아요. 장기적으로 러시아 입장에서 좋은 상황은 아닌 거죠)

우크라 러시아 전쟁은 현 상황에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착화가 될 경우 우크라는 동부와 해안 지역의 소유권을 잃는 그림이 되겠지만 오데사는 지켜내서 숨구멍은 챙긴 상태 입니다. 

사실 2014년 돈바스 전쟁 발발 이후 동부는 우크라의 영향권이라고 보긴 어려워서 전쟁 발발 전후가 그렇게 상황이 다르진 않습니다. 반면 큰 규모의 전력을 운용하는 러시아 입장에선 지속적인 피해와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군사 전술적 측면에서 전쟁 초 대대전술 전략으로 비웃음을 샀으나 재정비 후 기존의 강한 화력 투사를 중심으로 하는 교리로 변경하면서 효율적으로 전선을 만들고 대응하고 있긴합니다. 하지만 현 교리가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한다는 걸 생각해봐야죠. 이전 아프간 전쟁으로 나라 전체 곳간이 박살났던 소련을 보시면 될 듯 싶네요.

그리고 이 다음을 봐야할텐데요, 스웨덴 핀란드 나토 가입 추진이 가장 주목해야될 이슈 입니다. 

과거에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기, 쿠바 미사일 사태 기억하실런지 모르겠는데 이때 소련의 행동을 촉발시킨 사건이 터키 나토가입과 터키 내 미국 미사일 배치였습니다.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갈 수 있어요. 안그래도 푸틴이 접경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하고, 나토의 무기를 배치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 라는 식의 발언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보다 더 크게 전 세계적인 긴장 분위기를 만들겁니다.

마리우폴은 위치를 보면 아시겠지만 전쟁 초기부터 포위된 상태였습니다. 그걸 이제서야 점령한것도 웃기고, 전황을 바꿀 만큼의 가치가 있는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는 초기에 마리우폴 주둔군에게 항복 또는 퇴각 허가를 내렸었죠. 다만 예상외로 오래 버티면서 러시아군을 어느정도 잡아두는 역할을 한건 사실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를 러시아에게 내줄 생각도 없고, 내줄만한 상황도 아닙니다. 5월말에 징집병들 훈련도 끝나고 무기지원도 더 들어갈테고 러시아가 전쟁목표를 내려잡고 있는 상황이라 올 연말까지는 지켜봐야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있겠네요. 다른 나라도 아닌 우크라이나에서 밑바닥을 드러낸 러시아가 전쟁 후 영향력이 커질거같진 않습니다. 경제제재는 말할것도 없고 유럽은 러시아자원의 수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테고 스웨덴 핀란드의 나토가입신청이나 카자흐스탄의 민주화개혁 등을 보면 오히려 러시아라는 국가에 대한 거품이 꺼지는듯 보이네요. 당장 이번 전쟁에서 소모된 군사력을 복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su57이나 아르마타같은 신형무기들의 상황도 좋지 않죠. 루블화 환율이야 주식 외환 매도버튼 뽑고 금 연동시키는 식으로 버티고 있긴 하지만 인플레는 진행중이죠. 미래를 팔아 현재를 버티는 형국이라 뭐...

미국 무기대여법이 어떤 변수가 될지... 개인적으로 애초부터 동부는 우크라이나 실효지배영역이 아니었고 동부 점령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근데 솔직히 그냥 미국이 어떤걸 원하냐에 달린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