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ARM 합작에 관여했다고 해봤자 무슨 진짜로 사내에서 기술개발해서 그거 기반으로 스타트업 새로 차린게 아니구요,

그냥 당시 (80년대 후반) 애플이 만들던 아이패드의 고조할아버지격 '뉴턴 메세지패드'에 넣을 저전력 CPU가 필요했는데, 마침 그런걸 개발하던 영국의 다른 회사가 "우리랑 같이하실?ㅎㅎ" 해서 잠시 관여한거 뿐입니다.

그 이후로 애플은 당분간 ARM과 거의 상관없는 관계였고 ARM도 그냥 초 저전력 칩 만드는 데에 집중하던 곳 이었습니다.

심지어 역대 아이팟 나노, 클래식은 대부분 ARM 칩을 사용했으나 애플 설계가 아닌 PortalPlayer라는, 그 당시 mp3나 pmp용으로 외주 CPU 설계하던 회사가 만든거 사와서 썼어요.

그 후로 아이폰, 아이폰3G, 아이폰3GS까지도 애플은 자체 설계능력 없이 삼성이 설계한 ARM 기반 칩을 사다 썼고

2008년에 아이폰3G 출시할때쯤 애플이 PA Semi라는 반도체 설계회사를 인수해서 이때쯤부터 반도체 자체설계에 욕심을 내지만 인수 직후라 아직 충분히 연구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아이폰 3GS까지는 자체설계를 못했었습니다.

아이폰4와 아이패드1에 들어간 A4는 삼성과 애플이 협업해서 개발했다고 하는데 A4까지는 삼성의 비중이 높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반대로 애플이 인수한 PA Semi가 주역이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여튼 이 과정에서 설계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한 Intrinsity라는 텍사스의 반도체 설계회사를 애플이 또 인수합니다.

두 번의 반도체 설계기업 인수로 얻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A5부터는 삼성의 관여가 거의 사라지고 애플이 설계한 칩이 나오게 됩니다. 즉 2010-2011년 쯤이 애플이 모바일 CPU 설계능력을 갖추게 된 원년으로 보시면 됩니다.

허나 여기까지만 해도 애플은 남들처럼 ARM이 주는 Cortex-A9 아키텍쳐를 그대로 썼을 뿐이고, 이후 더 강력한 투자로 A6부터는 자체개발한 Swift 아키텍쳐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때만 해도 애플실리콘이라고 해서 ARM 레퍼런스 대비 엄청난 강점은 없었으나 이걸 매년 조금씩 발전시키면서 지금의 애플 실리콘이 되었죠.

정리하자면 애플의 현재 애플실리콘 설계능력이 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ARM 설립 역사와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구요,

현실적으로 보면 2008년 PA Semi 인수와 2010년 Intrinsity 인수 시점, 그리고 2012년 A6 Swift 개발 시점부터 설계능력을 키워왔다고 보는게 적합할 거 같습니다.

긴 설명충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