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사가 플래그십 가격 유지해서 체면치레하려고 출고가는 계속 높게 가져가고 보조금 풀어제껴서 실구매가를 낮추는 방향의 전략으로 지금까지 버티다 결국 고꾸라지는 모양새입니다.

삼성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당장은 명실상부한 안드로이드 진영 탑이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플래그십만큼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제품들이지만,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제조사의 성장은 무서우며 갈수록 성능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질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적인 기술적 진보나 사용성 향상 혹은 디자인적 대변혁 없이 가격을 계속 올리면서 뒷구멍으로 보조금 푸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써먹을 전략은 못 됩니다. 이런 음지 정책들은 일단 찾는 게 매우 힘들고 귀찮은데다 현찰박치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있습니다. 근데 타 회사 폰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애플 빼고는 다 할부로 사면 그럭저럭 낼만한 수준의 가격이고 (일반 사용자 레벨에서) 성능도 크게 딸리지 않아요.

그럼 장기적으로 선택은 어디로 갈까요? 폰은 그냥 폰일 뿐이라는 사람들이나 가볍게 쓰는 사람들은 미드레인지나 중국폰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될 거고, 비싼 돈 지출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은 아이폰을 사게 될 겁니다.

갤럭시의 브랜드로열티는 아이폰에 비하면 모자른 편인데다 성능도 요샌 아이폰에 점점 못 비비고 있죠. 이게 OS 차이에 따른 버프와 디버프일 수도 있지만 그런 건 사실 소비자가 이해해줘야 하는 범위에 들어가는 부분은 아니라고 보구요. 그런데 계속 가격을 올리고, 불만 많은 얼리어답터들은 적당한 보조금 살포로 어떻게 잠재워 보겠다.. 이거 상당히 위험해요.

이번 S20 라인업에서 원가상승요소가 제법 있는 건 사실이나 우리나라가 신흥국처럼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나라도 아니고, 대부분의 소득수준은 정체 혹은 소폭 상승하는 와중에 거듭되는 가격상승에 거부반응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엘사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단 이야깁니다.

누구나 아는 경제학적 지식이지만 한 줄 적자면, 기업은 제조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팔고, 소비자는 지출하는 비용보다 그 제품으로 인해 얻는 효용이 크다고 생각할 때 제품을 구입합니다. 그런데 삼성은 슬슬 소비자가 지출하는 비용과 얻는 효용수준을 비슷하게 맞추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러면 소비자는 총효용은 적어지더라도 비용지출을 줄이고 편익을 늘리는 방향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기업이 매가를 올릴 때 항상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죠.

뭐 방구석에서 제가 하는 얘기와는 다르게 이번 S20도 잘 팔리겠지만 노파심에 좀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