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조별과제에요.

소비자들이 각자의 니즈에 따라서 플랫폼에 락인되어 버린 이상 어지간한 임계점을 넘어가기 전엔 쉬이 이탈이 발생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시장에 새로이 유입되는 회색지대의 신규사용자들이 있는 것도 아닌 시장이 되면서 근시안적인 빈카운터들이 득세하기 좋은 환경이 갖추어졌습니다.

시장에 신규 사용자들이 유입되는 동안에야 경쟁사보다 뒤쳐지는 물건을 만들면 기존 사용자가 이탈하지 않더라도 신규 사용자 유입이 끊기면서 발생하는 점유율 감소가 가시화되기에 시장의 구성원들이 힘을 아낄 여유가 없었습니다만, 제3지대의 마지막이던 윈도우즈 폰 마저도 경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구도가 굳어져 버린 이상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현상유지에서 더 나가기 힘든 상황이 되었거든요.

물론 그런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사실 게으르고 절제를 못하는게 선을 넘어가면 붉은여왕 효과로 언젠가는 도태되어버릴겁니다만, 템포 자체가 느슨해졌으니 그런 종말이 다가오는 것도 그만큼 늦어지는 것이고, 당장의 이익으로 숫자놀음을 하는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죠. OS/플랫폼 제조사와 완제품 제조사, 구성 파츠 제조사들이 각자 자기가 잘하는 최선을 해내면 되던 짧은 황금기가 끝나고 구성원들의 나태와 탐욕만이 남아 파탄이 나는 단계가 되고 만 것입니다.

사실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적어도 구성원들이 합의아래 앞으로 나아가게끔 압력을 가하는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현재 안드로이드 진영에선 총대를 메는 주자가 하나도 없죠. 구글도 하드웨어 제조사들도 다 그냥 얌전히 경제학적 해자 뒤에서 드러누워 꿀이나 얌전히 빠는 쪽을 택했습니다.

뭔가 변화를 가져올만한 충격이 오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이런식으로 천천히 가라앉아 가는걸 피할 수 없어보이는게 좀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