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그 남자의 기억법(로맨스)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기자 겸 앵커 이정훈(김동욱 분)은 자신의 기억을 망각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 탓에 좋은 점이라면 취재대상의 과거 행적을 낱낱이 읉어 그를 당황시키고, 치밀하고 날카롭게 파고들어 뉴스 진행하는 것. 반대로 나쁜 점이라면 정말 잊고 싶은 기억조차 잊지 못해, 가끔씩 과거 속에 빠져버린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떠오르는 배우인 여하진(문가영 분)은 기억력도 그리 좋지 못하고, 눈치도 없는 데다가 늘 즉흥적으로 행동해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밝고 맑은 마음씨로 세상과 사람을 마주하기 때문에, 하진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를 지켜주려고 합니다.

이 두 사람이 뉴스 방송에서 만났습니다. 한 명은 질문을 던지는 앵커로서, 한 명은 질문을 받는 인터뷰이로서. 정훈은 평소대로 몰래 준비해온 회심의 질문을 꺼내고, 하진도 평소대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합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정훈이 당황합니다. 그건 하진의 대답이 참신해서가 아니라, 과거에 들어 본 적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했던 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말. 절대 잊지 못하는 그의 기억이 재생되면서 뉴스는 멈춰버리고 맙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기존의 로맨스 드라마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구성이지만. 설정과 그 설정을 충실하게 따르는 두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은 드라마입니다. 특히 아무것도 잊을 수 없는 정훈을 맡은 김동욱의 연기가 보는 사람을 정말 이입하게 만들어 줍니다. 상대 역인 문가영 역시 전작 MBC 드라마인 위대한 유혹자의 최수지 역과 정반대의 캐릭터를 맡았는데, 위화감이 하나도 없습니다. 결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둘 다 너무 잘 맞는다는 건, 그만큼 연기 폭이 넓고 깊다는 거로 생각합니다.

평소 로맨스를 안보시는 분이라도, 김동욱을 좋아하거나 누군가에게 몰입하고 싶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합니다. 참고로 아직까진 오글거림 0이니 부담느끼지 마세요.

SBS 아무도 모른다(수사 스릴러)

고등학생 시절 차영진(김서형 분)은 최수정과 단짝 친구였습니다. 그러나 영진이 귀찮음에 수정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날, 수정은 성흔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하고 맙니다.

이를 계기로 영진은 경찰이 되고, 본인이 직접 성흔 연쇄살인범을 쫓기 시작합니다. 공소시효가 끝나기 직전, 영진은 드디어 성흔 연쇄살인범으로 추정되는 신생명교회의 서상원(강신일 분) 목사와 마주하지만. 서상원은 영문을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옥상에서 투신해 즉사합니다.

이후 사건을 정리하던 영진에게 또 다른 사건이 터집니다. 그건 아랫집에 사는 고등학생 고은호의 밀레니엄 호텔 추락사고. 평소 은호를 친자식처럼 대하며 지내왔기에, 영진은 성흔 연쇄살인 사건에서 손을 떼고 은호의 추락사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록, 그 두 가지 사건이 자꾸 겹쳐가는 것을 느낍니다.

일단, 스카이캐슬 김주영 쓰앵님으로 압도적인 포스를 보여준 김서형 씨가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갑니다. 개인적으로 차영진이라는 캐릭터는 연기로 표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김서형 씨는 김주영 쓰앵님의 포스를 유지한 채, 여리고 격정적인 영진의 내면을 나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은호의 담임 교사이자, 신생명교회 재단 이사장의 처남인 이선우 역의 류덕환 씨도 비중이 큽니다. 그러나 류덕환 보다 밀레니엄 호텔의 주인이자 한생명 재단 이사장으로 나오는 백선호, 박훈 씨의 연기가 극을 정말 맛깔나게 만들어줍니다. 원래부터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백선호라는 캐릭터의 능글맞음과 냉철하면서도 선악이 모호한 눈빛을 200% 소화하고 있습니다.

극이 진행될 수록 미스터리는 더 깊어지고, 인물 관계도는 복잡해지면서 흥미를 계속 이어가는 재밌는 드라마입니다. 수사극, 스릴러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