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박스 시리즈 X가 12테라 플롭스의 화끈한 성능의 본체를 공개하며 초기 기선제압을 단단히 하고 승승장구 하는 동안 후달리는 성능을 갑작스런 오버클럭으로 때우려고 본체 설계에 난항을 겪는건지, PS5는 본체 공개 이전에 패드를 먼저 공개했네요.

일단 첫 인상은 뭐.. 더럽게 못 생겼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고릿적 시절 부메랑을 닮은 은색 식스액시스 컨트롤러랑 디자인 컨셉을 공유하는 거 같기도 하구요.

얘 말이지요 ㅎㅎ

뭔가 게이밍 기어의 묵직함이 느껴지기보다는 무슨 애플 매직마우스 보는 듯한 매끈한 느낌이 전해지는데.. 별로 취향은 아닙니다. 잡고 신나게 게임을 하기보단 어디 벽장에 진열해두기 좋은 디자인 같네요. 뭐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블랙은 좀 더 묵직하고 단정한 느낌이라 다행입니다.

아무튼 그 외에 요소를 보면 엑스박스 원 컨트롤러의 임펄스 트리거 기능에 영감을 얻었는지 가변 압력 트리거가 적용되었습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기술이라 생각하고 예전부터 줄곧 도입되길 기다리던 기술인데 소니가 선빵을 쳤습니다. 엑스박스는 임펄스 트리거라는 훌륭한 기술을 한세대 먼저 내고서도 막상 포르자 같은 일부 타이틀 빼고는 제대로 못 써먹더니 이번에는 아예 소니한테 기술적으로까지 밀려버렸습니다. 아무튼 잘만 활용하면 FPS 게임에서 저격총 같은 물건은 트리거 압력을 강화하고 권총은 트리거 압력을 낮춰 연사하기 쉽게 만들거나, 아님 레이싱 게임에서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한다거나 하는 아주 재밌는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엑스박스 원의 임펄스 트리거가 그랬듯이 한쪽 기종에만 독점적으로 제공되는 기술을 서드파티 개발사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우려가 있어보입니다.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지금 PS5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만큼 이것도 널리 쓰이긴 힘들 거 같고 일부 퍼스트파티 타이틀에서나 쓰지 싶네요.

그 외에 뭐 세상 쓸모 없던 라이트바, 스피커, 터치패드와 같은 듀얼쇼크 4의 기믹은 전부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아마 PS4 게임과의 호환성을 위한 선택이겠지만 쓰지도 않는 잡다구리한 기믹 때문에 괜히 패드값만 올라간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멍청하게 플레이어의 정 반대 방향으로 빛을 비추던 라이트바의 빛 방향을 패드 상단으로 재조정 하는 정도의 센스는 발휘했군요.

트리거와 범퍼버튼의 형상은 듀얼쇼크 4와 거의 동일한데, 패드를 바닥에 내려두면 저절로 트리거가 눌리는 문제는 이번에도 개선이 없군요. 실망입니다.

좌측 아날로그 스틱이 여전히 아래로 내려와 있는 것에 대해 성토 분위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뭐 이 레이아웃을 더 선호합니다. 엑스박스처럼 좌측 아날로그 스틱이 위로 올라가있으면 FPS 게임에서 달리기 할 때 엄지를 너무 뻗어야 해서 손이 좀 뻐근했거든요.

그 외에 전반적인 형상은 대체로 듀얼쇼크랑 비슷한데 좀 더 통통해진 거 같아서 그립감은 좀 더 향상되었지 싶네요. 사실 듀얼쇼크 4의 그립감도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만.

또 소소하게 USB-C 단자로 변경되었는데 이건 매우 환영하는 바입니다. 마이크로 USB 단자는 내구성이 하도 구리다보니 패드에 케이블 꽂아놓고 게임하기가 좀 부담스러웠거든요. USB-C라면 그런 걱정은 없지요.


전반적으로는 그다지 맘에 들지 않습니다만 가변 압력 트리거 기술 하나만으로도 그런 단점을 전부 상쇄하는 패드인 거 같습니다. 이제 남은건 멋진 기술을 잘 활용해서 훌륭한 게임플레이 경험으로 녹여내는 노력 뿐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