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이 알파이자 오메가인데, 가격이 적절한지를 논할 때 중요한 스펙인 '펜'을 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네요.

펜을 넣으면 와콤 EMR 패널 가격만큼 원가가 올라가고, S펜 자체도 원가를 올리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출혈경쟁을 하려는 게 아니라면, 동세대 S시리즈와 스펙이 동급일 때 굳이 노트와 S의 가격을 맞출 이유가 없습니다.

맞추면 그만큼 손해니까요.

바꿔 말하면 동세대 S시리즈에 비해 스펙이 일부 너프된 부분이 있더라도 S시리즈보다 싸게 내기 힘들단 이야깁니다.

더군다나 S시리즈의 대체품은 꽤 많이 존재하지만, 노트 시리즈의 대체품은 제대로 된 게 없습니다.

매 세대마다 어느 정도 고정적인 수요가 존재하는 제품이라는 이야기죠.

향후 폴드 내부 디스플레이에 S펜이 탑재되고, 두께와 무게를 상당히 줄이는 데 성공했을 때에나 노트가 완벽히 대체될 수 있을 겁니다.

와콤사 주식을 삼성이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타사 스마트폰에 EMR 방식 펜이 탑재된 제품이 나올 일은 없을 테니까요.

결국 노트 시리즈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삼성 뿐입니다.

물론 애플이 애플펜슬을 아이폰에도 적용한다면 노트 시리즈의 고정팬층이 일부 이동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12까지는 안 들어가는 게 확실하니 올해까지는 대체품이 없는 거죠.

IM부문 상반기 실적이 매우 부진했다면 노트 시리즈를 고정팬층만 사는 것은 아니니 실적 만회를 위해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할 수도 있겠으나, 애석하게도(?) 1/4분기와 2/4분기에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상당히 선방했다고 합니다.

즉 삼성 입장에서 노트20 시리즈의 가격대를 내릴 만한 유인이 별로 없습니다.

고정수요 존재하지, 실적 나쁘지 않지, 대체품 없지, 스펙 중 일부 원가절감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원가상승요인(디지타이저 패널+펜)도 혼재하고 있지...

원가만 가지고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은 노트보다는 S시리즈에서 가격 카드를 사용하기 더 좋은 건 사실입니다.

동세대 동스펙(유사스펙) 노트에 비해 S시리즈의 원가가 당연히 적을 것이고, 생산수량이 더 많아 단가도 더 유리할 테니까요.

p.s. 이유가 뭐든, S20부터 폰 가격을 점점 올리는 느낌이 드는 건 저도 매우 기분이 나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