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 하면 욕먹을거같긴 한데
- 인플라이트
- 조회 수 242
- 2021.02.22. 10:30
사실 저 과고/영재고 나왔습니다.
들어간것도 사실 뽀록터져서 들어가긴 했는데 가보니 확실히 전 수학이랑 물리에 재능이 없더라구요.
수학 물리 지구과학 이 세 과목이 제 발목을 아주 크게 잡아서 꼴지에서 몇등 이렇게 놀곤 했습니다. 국어나 영어 화학/생물은 상위권에서 중상위권이었는데도 말이죠..
근데 막상 고3때 대학가려고 알아보니까 어느 대학을 가든 (심지어 자연대 생명과학부에서도) 수학이랑 물리는 기본으로 깔고 가더라구요.
경제에 관심이 좀 있어서 적성에 맞지도 않는거 차라리 아예 경제학과를 써볼까도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경제학과도 수학이 메인이더라구요? ㄷㄷㄷㄷ
그런 관계로 의대를 지망하게 됐습니다. 의대는 예과때만 물리나 수학을 배우지 본과때는 배우지도 않더라구요.
물론 수시로 가기엔 택도 안되는 내신이기도 했고 학교 정책상 수시로는 의대 지원이 불가능해서 정시를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삼수까지 해서 간신히 의대를 가긴 했는데, 과고/영재고에서 의대가는거 스핀 돌때마다 마음 한켠이 좀 무겁습니다.
저는 공대나 자연대를 갔어도 심각하게 뒤쳐질 게 뻔한 놈이었던지라 어쩔 수 없이 의학계열을 택했습니다. 뭐 핑계로 들리실 순 있겠지만 수학/물리를 정말 심각하게 못하고, 사실 모든 과목의 베이스가 수학이나 물리잖습니까.. 만약 저는 모든 의사가 평생 월400 받는 세상이었어도 울며 겨자먹기로 의대를 택했을겁니다.
이 글로 과고/영재고에서 의대 간 모든 케이스를 옹호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케이스도 있다는 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공계열 연구인력에 대한 대우가 많이 좋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서울공대 대신 의대를 선택하는 사람이 없어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국가 연구기관이 늘어나고, 많은 박사급 인력들은 거기서 세후 연봉 1억씩 받는다면 서울공대의 위상은 더 올라가지 않을까요? 적어도 이공계열의 미래가 불투명해서 의대로 진학하는 친구들(특히 서울대 자연대, 공대에서 1,2년 다니다가 포기하고 의대로 반수하는 친구들)은 없어질 것 같다고 생각해요..
선생님께서 세금도둑이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현실이 이렇다고 이야기 했을 뿐입니다. 당연히 사람마다 사연이 있는 데 그걸 현실에 빗대서 칼로 두부 자르듯 단정 지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대한민국에서 의과대학이라고 하면 의사라는 전문직을 거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볼 뿐이고, 실제로 전문의, 일반의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순수하게 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매우 적은 것도 사실이죠.
비슷한 환경과 성적을 가진 학생이라 전제하고 과학고등학교, 영재학교에 재학 중이라면 나머지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다고 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데 있어서 유리한 것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도 한 몫 할 거고요.
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높으신 분들의 기초과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초과학 전공한다고 하면 뭘로 벌어 먹고 사냐는 말부터 튀어 나가는데, 기초과학에 뼈를 묻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저는 호남평야 논밭 사이에 있는 고등학교 나와서 수의대 다니고 있습니다
국가 축산업 발전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