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가 새로 발표될 때마다 큰 주목을 받고 화제가 되는 기능들이 있습니다. 이게 단순히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고 미국 기업이어서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존에 이미 존재했던 기능이더라도 이를 사용자의 관점에서 더 편하게 또는 더 멋지고 남들한테 자랑하고 공유하기 쉽게 다듬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애플이 경쟁사 제품에서 보기 힘들었던 부분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서 선보이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그러한 기능이 화제가 될 때 역시 뽐내기 좋아 보인다는 특징이 있어 보입니다.

기기간 연동성, 가령 유니버설 컨트롤이나 클립보드 공유는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죠. 간단하게 동영상으로 보면 마법 같습니다.

https://m.youtube.com/shorts/2_eAGF5GdZ0

라이브 텍스트만 하더라도 OCR 자체는 이미 한참 전부터 나왔던 기술이고 갤럭시만 하더라도 2010년대 초반부터 이미 네이티브로 탑재하고 있었지만, iOS 15는 텍스트 추출 과정을 다르게 접근합니다. 텍스트로 보이는 이미지 영역이 원래부터 텍스트였던 것처럼 느끼게 하는 UX를 선보였죠. 이미지 캡처 후 버튼을 누르면 텍스트가 이미지와 분리된 별도의 창에 건조하게 나오는 OCR과 기능적으로는 동일해도 훨씬 앞서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앞서 말한 연동성과 합쳐 보면 아래와 같이 아주 자랑하기 딱 좋은 그림이 나옵니다.

이에 갤럭시 역시 One UI 4 1.1부터 조용히 iOS 방식으로 선회했죠.

iOS 16의 누끼 따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속도, 정확성은 물론이고 그 결과물을 공유하기, 퍼뜨리기에 아주 좋습니다. 신기능이라고 자랑하기 딱입니다.

https://m.youtube.com/watch?v=aLoK2CWXcZk

반면 픽셀이나 갤럭시의 개체 지우기, 그림자 제거는 그 기능을 써서 보정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자랑하기 좋게 만든 것과는 지향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요긴하다, 편하다, 실용적이다라는 식의 반응은 이끌어낼 수 있어도 멋지다, 결과물을 공유해서 차별화되는 부분을 자랑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다이나믹 아일랜드와 펀치홀도 똑같습니다. S10 5G의 듀얼 펀치홀 이후로 펀치홀의 크기는 줄어들었고 펀치홀이 신경 안 쓰일 정도가 되었으며 UDC까지 나온 판에 아이폰은 다이나믹 아일랜드가 네이티브 앱 이벤트 (페이, 페이스아이디 등), 음악 재생, 기기 페어링, 에어드랍 등에서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당장 발표 이벤트에서 보여준 프로모 영상이 바로 화제가 되었죠.

AOD, 스택 위젯도 마찬가지입니다. AOD와 위젯이 안드로이드에 도입된 지는 너무 오래되었지만, 단순한 검은 화면에 시계가 아닌, 워치의 AOD처럼 자연스럽게 톤다운되는 AOD는 애플이 이번에 제대로 보여주었죠. 위젯도 한참 늦게 도입한 대신 스택 위젯으로 새로운 배치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지향점, 그리고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의 디테일 수준 차이가 유저들에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이어진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부분, 다른 부분을 뽐내기 쉽게 만드는 것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