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초창기와 달리 점차 시장이 완숙해지면서 프리미엄 시장과 젊은 세대에서 지역을 막론하고 애플이 완전히 시장을 장악해가는 건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새로운 UX를 통해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을 정의한 것도 애플이고 완성도 높은 주변기기와의 폐쇄적 연동성 및 자체 서비스 락인을 통해 게임의 규칙을 또 한번 바꿔버린 플레이어도 애플이니까요.

애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게임 메이커이자 플레이어, 그리고 체인저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경쟁사 대비 앞서가는 안목을 통한 UX와 디자인이 존재했고 작년에도 펀치홀을 기막힌 아이디어로 풀어낸 다이내믹 아일랜드가 아이폰 14 시리즈의 화제성을 폭발시켰습니다.

반면 연동성과 생태계, UX 설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던 안드로이드 폰들은 그나마 하드웨어 측면에서 잠깐의 이목을 끌 수 있었을 뿐이었고 이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이맘때부터 OpenAI의 ChatGPT와 Stability Defusion 등의 생성 AI 기반 기술들이 대중들에게 갑툭튀하면서 큰 인상을 남기기 시작합니다. 2016년에 알파고가 대중들의 AI에 대한 인식을 바꿨고 2022년 챗지피티는 더 큰 태풍이 되었습니다.

사실 아래 자료는 100만 유저를 모으는 데 있어 쓰레드가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했다는 걸 보여주지만 ChatGPT의 파괴력도 충분히 드러납니다.

당장 기존의 과제 부여 방식의 학업 성취 평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고, AI와 가장 거리가 멀 것 같던 일러스트, 가창의 영역이 범람하는 AI 이미지와 유튜브 AI 커버곡으로 인해 큰 인식의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AI를 통해 만든 브루노 마스가 부르는 뉴진스 하입보이나 딘의 뉴진스 커버 영상 보신 분들 여기에도 많으실 겁니다.

오죽하면 '브루노'만 유튜브에 쳐도 연관 검색어 3순위가 ㅎㅎ

https://m.youtube.com/watch?v=ge0Lw5I1Tw8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플래그십 AP들이 머신러닝 성능과 NPU를 많이 강조해 온 걸 두고 이곳 회원분들은 주로 사진 및 영상 촬영 개선과 가장 크게 연결지어 생각해 오셨을 텐데 이제는 온디바이스 생성 AI 모델 처리에도 주목할 때입니다

엑시노스 2400도 NPU 성능 개선을 크게 강조하면서 발표 현장에서 Text to Image 생성 데모를 선보였고 이번에 퀄컴도 마찬가지로 온디바이스 이미지 생성 및 이미지 확장 데모를 시연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lpuVgnPJkk

https://www.youtube.com/watch?v=8imuyxRwnVk

또한 10B 매개변수 규모의 LLM 모델 또한 온디바이스 처리가 가능하다고 발표했고 미디어텍도 메타와 Llama2 관련 협력이 있다고 밝혀진 상황입니다.

서버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간, 금전적 제약이 없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매우 달가운 현상입니다

최신 폰에서만 손 안에서 별도의 앱 설치나 인터넷 연결 없이 챗봇과 이미지 생성, 음악 생성 등이 가능해진다는 건 지루해진다는 평을 들으며 교체 주기가 길어져 온 스마트폰 시장에 오랜만에 불을 지필 빅 이벤트죠.

그리고 이 분야는 공교롭게도 애플이 동체급의 기업들 대비 상대적으로 가장 부족한 부분입니다. 애플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고 애플이 그동안 주목하고 공들여온 공간 컴퓨팅도 물론 엄청난 포텐셜이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폰 다음 폼팩터라고 봅니다.

하지만 공간 컴퓨팅은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측면에서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고, 생성 AI는 매섭게 발전하며 갑자기 코앞에 불쑥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애플의 적인 구글과 MS는 이 분야의 가장 선두에 위치해 있어요.

애플도 당연히 이를 좌시하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따라잡으려고 하겠지만, 정말로 오랜만에 SW적 기술과 UX적 측면에서도 애플보다 한 발 먼저 안드로이드가 스포트라이트를 잠깐이라도 가져 볼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이를 정말로 잘 녹여내고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큰 변화를 부여한다면 부진을 거듭하던 안드로이드에 간만에 반전의 기화가 조금이라도 생길 수 있겠죠?

웬만한 고소득 국가의 젊은 세대에게는 애플 생태계가 사실상의 표준이 된 상황, 생성 AI를 통한 급진적인 변화가 판을 바꿀 수 있을까요? 사실 여전히 매우 힘들겠지만 그래도 올해는 간만에 재밌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