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한명 한명이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면 결과물이 산으로 간다는건 너무 명백하구요.

삼성 입장에선 애플처럼 해달래서 해줬는데 욕하는 사람들 나오면 "아니 니들이 해달라매"라고 울부짖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동네 김밥장사도 아니고 나름 한국을 대표한다는 대기업 정도 되면 다양한 요구들을 수용하는 것 또한 본인들이 적당한 선에서 컷을 해야하는게 순리 아니겠습니까ㅎㅎ 결정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해달라고 뭐 징징거렸던 소비자가 아니라 그 결정을 내린 분들이 지는거지요.

당연히 모든 고객의 요구를 100% 받아줄 수는 없기 때문에 무슨 결정을 하든지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클레임이 들어와도 적당한 선에서 받아들이면서도 근본이 흔들리지는 않도록 표준화된 기준 내지는 줏대는 있어야 하고 그게 대규모 관료제 조직의 숙명이 아닌가 합니다.

가끔 삼성전자를 보면서 아쉬웠던건... 열심히 피드백 받으려는 모습은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근데 그렇게 상호작용을 하면서도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어느 선까지는 자신들의 고집을 지킬 필요는 있는데, 너무 사람들의 사소한 목소리들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려다보니까 그걸 못하는 느낌을 종종 받았어요. 아무래도 "무조건 고객이 왕이다" 같은 구시대적인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CS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고 (특히 항공사들 보면 진상 클레임들까지 다 받아주느라 너무 고생하죠) 그런 문화의 영향이 없다고는 못하겠어요.

주절주절하다보니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은요... 버즈 강낭콩이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바뀐 디자인의 꼬다리가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세상 취향은 다양하죠. 그걸 어디까지 들어줄지는 삼성이 내부적으로 정한 기준 내지 아이덴티티와 고객의 목소리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을 해야하는게 맞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 기준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해달라는거 다 들어주다가 제품이 산으로 가버리겠쥬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