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파운드리 사업 자체가 돈만 오랫동안 퍼붓는다고 제대로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건 게임으로 치면 Pay to Win이 아니고 Time to Win 즉 시간과 경험이 곧 스펙이 되는 사업이라 봐야 합니다.

즉, 파운드리 사업은 제삼자인 제가 보아도 시간적 연속성(time continuity)에 매우 민감한 사업이라 생각하고, 또한 그런 점에서 애플이라는 치트키를 업고 성장한 TSMC가 현재 파운드리 사업 1위라는 점에 이견이 없습니다.

거기에다가 인텔이 돈을 그렇게 퍼부으면, TSMC와 삼성이 그 시간 동안 노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이들도 투자를 하기 마련이고, 그러면 그만큼 또 좁혀졌던 격차가 벌어지겠죠.

인텔은 2018년에 파운드리 사업 부진으로 철수했고, 2021년에 다시 파운드리 사업부를 설립했으니 무려 3년이라는 격차가 태어났을 때부터 생긴 셈입니다. 그 사이에 삼성과 TSMC는 10, 8, 7, 6, 5 nm까지 나아갔습니다. 반도체 기술의 발전 속도 및 주기를 생각해보면 3년이라는 격차는 사실상 반쯤 치명적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단번에 만회하려면 어느 한 쪽에서 불구가 되어버리는 초대형 사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최근의 인텔 3 공정 발표인데, HD셀 기준 셀 높이가 210 nm이니 이건 TSMC 및 삼성의 5 nm 수준에 불과합니다.** 밀도 환산 시 155 MTr/mm^2 이니, 삼성 SF3(3GAP)의 189.8 MTr/mm^2 보다 한참 모자랍니다.

** 삼성: 5LPE = HD 216nm CH, 4LPE = HD 200nm CH

https://twitter.com/witeken/status/1783770489867128914

그리고, 인텔과 미국 정부의 이러한 행보에 가장 경계하는 기업은 물론 삼성도 삼성이겠지만, TSMC가 제일 경계하고 있습니다. 사실 TSMC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거 자체가 매우 싫었을 겁니다. 아니, TSMC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라는 객체가 굉장히 거슬리는 존재일 겁니다.

TSMC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미국 엔지니어 임금이 대만보다 엄청 높은데 정작 대만 엔지니어보다 기술이나 실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제조원가 자체가 미국이 한참 비싸니까요. 그런데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반쯤 어거지로 공장을 짓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https://restofworld.org/2024/tsmc-arizona-expansion/

물론 삼성도 불만이 있긴 있겠죠. 하지만 삼성은 10여년간 텍사스 오스틴 팹을 운용해왔고, 그러니 나름 어떻게 대응할 지 매뉴얼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