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실생활을 위한 시험이 아닙니다
- ONN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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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1.11. 05:31
거의 고등학교 과정, 혹은 그에 준하는 과정을 마친 뒤 필수적으로 보는 시험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수능의 본명은 대학수학능력평가입니다. 이말인즉슨 이 시험이 보는 것은 '너 지금까지 공부 열심히 했다고 들었는데, 대학교&대학원(이후로는 퉁쳐서 대학교 과정 등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가서 하는 공부도 잘 할 수 있겠어?'라는 것입니다.
대학교의 공부는 이전 과정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학교는 (교수님이 일부 이 과정에서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이전에 다른 선구자들이 남긴 자취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연구 성과를 내보내는 식으로 교육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대다수는 이 과정에서 선행연구 논문을 독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논문을 발표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수능이 좋은 시험인가?' 를 평가하려면 '수능은 논문 활동을 위한 기초능력 평가를 잘 반영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 몇 가지 수능에 대해 자주 나오는 비판들과 이에 대한 제 생각을 모아봤습니다.
너무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를 중시해요 > 논문을 쓸 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의를 안에 숨겨두시면 논문 리뷰 과정에서 대찬 욕을 드실 수 있을겁니다 ( ..)
실생활에서도 크게 구분하지 않는 세세한 문법을 물어봐요 > 학술지는 자신이 게재한 논문을 통해서 자신의 권위와 저명성을 평가받기 때문에 논문 게재 과정에서 꼼꼼한 심사 과정을 거칩니다. 완벽하게 썼다고 생각한 논문도 이 과정에서 연구 과정의 오류 '가능성' 같은 일로 리젝트를 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오탈자와 문법 오류로 인해서 리뷰 시작부터 삐걱거리면 심사과정이 굉장히 피곤해집니다.
너무 장황한 글을 지문으로 내놔요 > 저 또한 이 부분은 변별력을 이유로 출제 과정에서 일부러 꼬는 바가 없지 않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렇지만, 수능 영어지문의 상당수가 논문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만듭니다. 평가원이 완전히 없는 지문을 꼬아서 내는 게 아니라는 거죠(특히 인문계의 경우 자신만의 용어를 정의해서 논문에서 계속해서 논의를 확장하다보니 글이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한 두번쯤은 어느 분야를 가든 이렇게 논문을 쓰는 게 간지가 난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어서 실제로도 이런 매운맛 글을 마주하게 됩니다 ( ..).
저 또한 수능이 완벽한 시험이라고 보는 건 아닙니다(ex. 단 한번만으로 결정되는 시험 성적이 대학교 전형 하나를 지배하는 문제 등). 다만, 수능공부 해서 실생활에 못 써먹는다는 비판은 수능의 목적에 대한 오도라고 생각해요.
글쎄요 처음듣는 수능 영어의 목표인것 같습니다. 보통 원서를 읽고 공부하기 위한 공부다 라고 말하거든요.
그리고 수능영어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네요. 재미있게도 수능영어는 원어민도 어려워 하는 시험인데 그거 1 등급 받는 다고 본문을 할수 있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을 하려면 토플이나 아이엘츠 점수가 필요합니다.
수능 1 등급 받아봐야 아이엘츠 리딩 잘 볼 가능성이 있을 정도 인데 말입니다. 수능 1 등급 받았다고 영어 논문 잘 쓸...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이엘츠 라이팅도 못할 가능성이 큰데요. 수능 1 등급 맞아봐야 글한줄 못 쓸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애초에 본문같은게 목표라면 상기한 대로 아이엘츠나 토플을 보게 해야죠. 대학원이면 gre도요. 수능 영어는 시험으로서 좋지 않은 시험입니다. 수학 어렵게 내게 하기 위해서 원주율 100자리까지 외우시오 라는 거랑 다를바 없습니다.
그리고 원서 읽게 하는 용도라고 쳐도 그럼 수능 못 푸는 미국 고딩은 원서를 못 읽는다는 말인가 싶기도 합니다. ㅎㅎ
영문과는 아니고 분야는 형사사법 쪽인데요, 저희 학교가 특이한건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전공인데 영어로 진행되는 과목들을 의무적으로 들어야합니다. 영어강의 학점을 못채우면 졸업요건 충족이 안되구요. 당연히 강의 전체가 영어로 진행되고 발표도 영어로 해야합니다. 여기서 일단 네이티브 수준 영어교육을 받은 친구들과 한국 공교육을 따라온 친구들의 격차가 엄청나게 생겨버리더라구요.
굳이 영강이 아니더라도 강의보충자료나 영상 같은걸 원어 그대로 던져주는 교수님들도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이 쪽 분야가 우리나라는 후발주자고, 행정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미국 행정학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보니... 한국에서 영어교육 받은 친구들은 간단한 TED 영상들도 자막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는 애들이 생각보다 적더라구요.
수능 자체의 문제점은 둘째치고 인생의 첫 걸음이 많이 꼬일 수 있다는 구조라는 게 가장 큰 문제겠죠.
아무리 평소에 모의고사 잘 봐도 수능 당일에 조져버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