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투 킹덤 4화까지 소감
- BarryWhite
- 조회 수 164
- 2020.05.22. 22:13
처음에는 단순 퀸덤의 남돌판인줄 알았습니다.
근데 남돌판 화력과 규모를 생각한 건지 [킹덤]이라는 서바이벌 본선을 하기 전. 거기에 참가 자격을 받을 수 있도록, 2~3군 예선전 격으로 [로드 투 킹덤]을 한거더군요.
실제로 참가한 그룹은 이제 막 데뷔한 신인, 슬슬 이름 알리는 3군에서 2군급들입니다. 가장 연차가 많은 게 펜타곤(2016년 데뷔)이고. 펜타곤의 인지도나 수상 경력만 생각해도 답이 나오죠.
개인 적으로 평소 노래 괜찮다고 생각한 그룹이 나와서 시청해봤는데,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퀸덤 때처럼 여돌들 개개인의 매력이 나타나는 예능 적 요소는 1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무대만으로 진심 감동했습니다.
처음 충격은 더보이즈의 괴도 커버 무대입니다.
대중가요 무대로 예술을 한다는 게 뭔지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의성도 뛰어나지만, 그 창의력을 실제 퍼포먼스로 연결한 안무가, 그 안무가의 지시를 그대로 수행하는 멤버들. 백미는 담장을 뛰어넘듯 실제 멤버들을 밟고 뛰어오르는 장면입니다. 탁자와 의자 활용도 무척 잘했죠. 당연히 일반적인 무대에 적용할 수가 없는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방송을 잘 활용하고 효과를 극대화한 무대였습니다.
두 번째는 온앤오프의 사랑하게 될 거야 무대입니다.
가장 자신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본인 그룹의 곡. 그게 경연 주제였는데, 온앤오프는 사랑하게 될 거야 + Moscow Moscow를 약하게 메시업해서 내놓았습니다. 가사로 동일한 주제를 관통하게 하고 정말 유려한 안무 구성으로 뮤직 비디오를 보여주는 느낌을 냈습니다.
메시업이 좀 아쉽게 됐지만, 어쨌든 무대만 놓고보면 정말 아름다움 탑급이라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무대를 마친 멤버들도 엄청 만족해하더군요. 1위를 노릴 수 있을 만큼.
하지만......
더보이즈가 같은 경연에서 본인들의 최신 곡 Reveal을 하자 온앤오프 멤버 한 명이 탄식을 하게 됩니다. 그 탄식은 상당히 간단명료했습니다. '패배했다'.
무대에서 지고 이기고를 판단하는 건, 상당히 주관적이고 어려운 게 사실이나. 저 조차도 온앤오프 멤버의 탄식을 이해할만큼 더보이즈는 무대를 통해 명백한, 압도적인 위엄을 보여줬습니다. 온앤오프가 뮤직비디오 느낌이었다면, 이 쪽은 무대에 공들인 웅장한 뮤지컬, 파괴적인 퍼포먼스로 머리를 띵 쳐버렸거든요.
사실, 괴도 무대의 스토리를 이어가면서 혁명이라는 컨셉을 연결한 건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모순과 설정 구멍을 그냥 퍼포먼스로 때려부술 만큼 대단했습니다. 게다가 템포를 늦추고 서정성을 강조하며 보컬을 보여준 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로드 투 킹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역시 서바이벌은 사람을 절박하고 열정적으로 만드는 구나. 그리고 볼 수 없었던 그들의 매력을 확대해서 볼 수 있게 해준다, 였습니다. 엠넷이 논란 속에 욕을 처먹으면서도 서바이벌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저런 내러티브 속에서 나오는 몰입감과 파급효과 때문이겠죠.
그리고 여담으로...... 퀸덤 때도 느꼈지만 울림 소속의 그룹들은 이런 서바이벌에 안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러블리즈도 그렇고 골든차일드도 그렇고 너무 교과서적인 무대만 꾸미다 보니, 방송 무대의 효과나 장점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좋게 말하면 순수한 교과서고, 나쁘게 말하면 창의성이 부족한......
아무튼 재밌네요. 다른 분들은 별 관심없을 것 같긴 하지만 좋은 무대보고 신나서 적어봤습니다.
칼군무 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