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10대에서 ‘특정 플랫폼’이 유행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 하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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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24. 12:55
그 나이대에서는 남 눈치를 봐서 유행 쫓아가는거다, 자존감이 낮아서 그렇다 같은 말들이 많이 나오지만 전 좀 다르게 느꼈습니다.
집단에서 소수가 되면 내가 느끼는 소외감이나 자존감 하락 같은 문제랑은 전혀 별개로 "내가 내 사정을 일일이 설명해야할" 상황들이 생겨서 은근히 귀찮은 점들이 많았어요.
생각해보면 과거에 제가 크롬북을 보조 디바이스로 쓰다가 열 받아서 아이패드로 넘어간 이유도 그렇고, 안드로이드 쓰다가 아이폰으로 넘어간 이유 중에도 그런 부분이 일정 부분 있어요.
9명이 아이폰을 쓰는데 혼자서 안드로이드를 쓰는 상황에서, 다수가 너무 자연스럽게 에어드롭으로 파일을 보내려고 할 때 굳이 내가 나서서 "아, 나는 갤럭시를 쓰거든.. 단톡방에 올려주면 안될까?" 하고 내 상황을 굳이 설명해줘야합니다.
제가 단대 학생회를 했을 때도 거의 대부분이 아이폰을 쓰다보니까 학생회실에 비치된 충전기는 거의 라이트닝이어서 굳이 "야 C타입 충전기 있는 사람?" 하고 케이블 찾아 삼만리를 했을 때 슬픔을 느끼고 저도 그냥 아이폰으로 갈아탔습니다ㅜ
크롬북을 사용할 때는, "hwp 파일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올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시나리오에서도 "야 조장아, 나는 크롬북이라는 물건을 사용 중인데 얘는 카카오톡이 안되고 한글 파일도 안열려, 그냥 구글 독스를 쓰자꾸나 이거 좋아" 하고 일일이 양해를 구해야했구요.
이번에 미국 주립대 애들이랑 팀웤 할 때도, 다들 자연스럽게 아이메시지 그룹 파려고 할 때 "만약 내가 지금도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었다면 또 귀찮게 난 갤럭시 쓰고 있어서 아이메시지를 못쓴다고 구구절절 설명했어야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앗차 싶더라구요.
어느 집단에서 소수가 되면 항상 불편한 점들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어느정도 개인 생활을 하는 20대 이상에서도 이런데, 하루 종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곳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10대들은 이런 점이 훨씬 크게 느껴지겠죠?
기덕 여러분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비슷한 맥락에서 하나의 예시를 들자면, 픽셀이나 젠폰 같은거 들고 회사나 동호회 모임 갔을 때 "어? 픽붕 대리님 그 폰 뭐예요?" 하고 물어보면 "아, 이건 구글에서 나온 폰인데,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일일이 설명을 해주는 상황이 나오겠죠? 기덕 선생님들은 아주 신나는 상황이겠지만 킹반인들은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해줘야하는 상황 자체가 귀찮을 확률이 높습니다.
사장이나 임원이 되어 폴드를 쓰시면 됩니다...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