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나름 시계 매니아 입장에서 본 애플워치
- 김나실
- 조회 수 2817
- 2022.02.05. 08:07
애플워치 처음 나왔을 땐 크게 관심 없었습니다. 시계는 기계식이지 하는 생각도 어느정도 있었고, 그땐 스마트워치라는게 좀 너드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러다가 서울 갈 일이 생겨서 가로수길 스토어에 갔습니다. 그리고 애플워치 전시해놓은 걸 봤는데 백화점 시계매장 마냥 전시를 해놓았더라구요. 확실히 전자기기 판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고전적인 시계 매장 같았어요.
그렇게 애플워치 구경 좀 하다가 차피 운동도 자주하는데 스마트워치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지? 하고 시리즈4 알미늄 모델을 샀습니다. 사실 그때만 해도 그냥 운동할 때만 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몇 번 사용하고 나니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애플워치가 제공하는 페이스나 이런저런 요소들이 시계덕후라면 좋아할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문페이즈나 크로노그래프, GMT, 월드타임 등등... 퀄리티도 정말 훌륭하죠. 애니메이션도 부드럽구요. 신경써서 만들었다는 티가 팍팍 납니다.
사각형의 디자인은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효율적인 형태라는건 틀림 없습니다. 페이스들도 사각형의 구조를 효율적으로 잘 쓰도록 디자인되어 있어요. 그냥 사각형이었다면 욕할 껀덕지가 있었을텐데, 그걸 또 잘 활용하고 있으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악세서리인데요. 애플에서 판매하는 스트랩들이 굉장히 편리했습니다. 기존 시계 시장에 있던 스트랩이야 브레이슬릿이나 버클형태가 전부였는데, 애플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자석이나 찍찍이를 사용한 스트랩도 판매하더라구요. 이게 고전적인 방식의 스트랩만 사용하던 제겐 나름의 혁신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교체방식은 말할 것도 없구요. 스프링바 사용하는 시계는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면 뭐하냐 가격이 비싼데... 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쭉 태그호이어 착용해오던 저로선 이 퀄을 이 가격에?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태그호이어 스트랩은 이거보다 비싼데 딱히 특이한 점도 없습니다. 애플은 애플만의 특징이 있구요. 확실히 애플이 아니면 할 수 없었다는 느낌을 스트랩에서 받았습니다.
그래서 시리즈4 사용 이후로 6스뎅으로 바꾸고 지금은 7스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에 쓰던 태그호이어는 팔았습니다. 팔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애플워치를 잘 끼고 있는 현재 불편하게 기계식 시계를 쓸 이유를 딱히 찾지 못했어요.
애플워치라고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닙니다. 입체감이 부족한 디자인에 충전을 매일 시켜줘야 하고, 시계 매니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헤리티지도 사실 많이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비싼 돈 들여 하나 사서 오래 오래 끼겠다가 전자기기 특성상 어렵죠. 저도 항상 신제품 나올 때 마다 에르메스 살까, 티타늄 살까 고민하는데 차피 1년 뒤에 새로 나올거 스뎅 적당히 쓰다가 바꾸자 하는 거 같아요.
그래도 앞서 얘기한 장점들이 단점들을 뛰어넘어요. 시계 그 자체로 충실한 제품인 것 같습니다. 롤렉스보다 더 매출이 높은 게 납득이 가더라구요. 애플워치의 경쟁상대는 다른 스마트워치가 아니고 기존의 고전적인 시계 메이커들인 것 같네요.
기계식 시계랑 애플워치랑 (애플은 그렇게 밀고 싶겠지만) 같은 카테고리라고는 할 수 없죠.
시계파는 사람들 어차피 줄이야 바가지인거 모르는 사람이 없고...(IWC 가죽줄..ㅎㅎ 그거 알리나 하다못해 독일제 애프터마켓 사면 20달러컷 아니겠습니까?)
태그도 좋은 브랜듭니다만 나름 기계식입네 하는 브랜드마다 입문라인이 500 600 윗쪽에서 노는데 애플워치가 비싸봤자 장난감이죠. 그냥 장난감 중에 잘 생긴 편.
굳이 타임피스 덕질과 연결짓자면 벨앤로스 정도면 모를까 정사각형 페이스 생각보다 만만하게 차기 쉽지 않은데 그 방면의 갈증을 풀어준다는 점에서 네모난 폼펙터는 머리 잘 굴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뻐서 좋아용